brunch

꿈은 업그레이드되고 나는 달라졌다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3

by 다시봄

내겐 오래된 악몽이 하나 있다.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거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꿈.

시간에 쫓기고, 조바심에 치를 떨며, 결국 시험을 망치고 마는 꿈이다.

그런 날이면 현실에서도 나는 꿈속의 내가 되어, 누군가에게 등 떠밀리듯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얼마 전 꿈이 달라졌다.

마치 꿈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것처럼.




고등학생이던 예전의 나는 늘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강의실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자리가 없어 시험을 포기하고, 시험지를 받아도 시간 부족으로 절반도 못 풀곤 했다.

가장 황당했던 건 화장실 줄이 줄어들지 않아 용변도 보지 못하고 시험 시간을 통째로 놓친 날이었다.

그날의 찝찝함은 꿈에서도, 깨어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 강의실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시험까지는 한 시간 넘게 남아 있었고, 어느 층인지 모르는 강의실을 찾아야 하는데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심지어 커피를 들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과 사무실 앞에서 선배들이 건네줄 ‘족보’를 기다릴 여유까지 있었다.


화장실에 갈 필요도 없었고, 답안을 망칠까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동기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편안하게 그 순간을 지나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긴장과 두려움이 모두 빠져나간 시험 직전의 나라니.


그 순간 묘한 확신이 들었다.

아, 내가 변했구나.

오랜 시간 나를 지배했던 불안을 이제는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였을까.

한 해를 돌아보고, 놓친 마음을 채우고, 달라질 나를 준비하는 이 시기가 꿈속의 나까지 바꾸어놓은 걸까.


올 한 해 나는 게으른 나를 넘어 글 쓰는 나로 단련하기 위해 매일 새벽 나와 싸웠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버티고, 다시 쓰고, 더 소리 내어 읽었다.

이례적으로 많은 글을 썼고 더 많이 읽었고 그 과정 속에서 내 안의 무언가는 분명히 단단해졌다.

그 작은 변화들이, 나를 믿고 응원하던 씨앗 같은 마음들이, 어느새 뿌리를 내려 ‘작가 다시봄’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되었나 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글을 기다려주고 매일같이 따뜻한 응원을 보내준 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꿈은 달라졌다. 나도 달라졌다.

그리고 달리 살아야 한다.

이제는 불안에 쫓기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고 꾸준히 써나가는 사람으로.

단단해진 꿈을 닮은 마음으로, 계속 쓰는 사람으로.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덕분에, 살았습니다]

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목 [덕분에, 살았습니다]

금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일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keyword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