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3
내가 기를 쓰고 글 안에서 좋은 기운을 뿜어내려는 이유는 내 글을 읽는 사람이 그 안에서 느낀 무언가를 삶에 조금이라도 반영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았노라,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기를.
단 한 사람이라도 그런 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회사에서 오래 지켜본 동료들은 글 쓰는 내게 더할 나위 없는 관찰 대상이다.
그들의 말투 하나, 행동 하나, 따뜻한 한마디가 내 마음을 흔들고 그 흔들림은 글이 된다.
오랜 시간 쌓인 애정 때문인지, 그들이 진심으로 잘 살기를 자연스레 바라게 된다.
얼마 전, 출산 후 복직한 H가 나를 은밀히 불러냈다.
어둡고 조용한 회의실 문을 살짝 닫고 앉은 그녀는 잠시만 눈을 감아도 눈물이 바로 떨어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마치 오랫동안 감춰둔 고백을 하듯 천천히 말을 꺼냈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쓰러지고 싶어도 설거지를 해야 하고, 어질러진 장난감을 치우다 보면 벌써 자정이 넘고, 그 사이 남편은 헤드셋을 끼고 게임 속 세상에 잠겨 있다는 것.
“저만 계속 현실에 묶여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날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안 그래도 H에 대해서 AI한테 물어봤는데, 자기만의 시간을 꼭 가져야 한대.”
실은 AI의 말을 빌린 내 글 속 주인공에게 하고 싶었던 내 마음이었다. ‘너 좀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웃지 못했다.
“그러고 싶죠. 근데 진짜 쉽지가 않아요.”
그 말 뒤에 붙은 침묵은 너무 무거웠다.
그런데 며칠 뒤, H가 나를 보자마자 달려왔다.
기대와 설렘이 뒤섞인 표정. 거의 뛰다시피 내 앞으로 와서는 숨도 고르기 전에 외쳤다.
“대리님! 저… 했어요!”
“뭘?”
그녀는 말 대신 두 팔을 벌려 움찔움찔 몸을 흔들었다. 춤추는 사람처럼.
“남편한테 애 좀 봐달라고 하고 혼자서 나갔어요!”
그녀의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다. 며칠 전 어둠을 머금던 그 눈이 햇빛처럼 환했다.
“그래서? 나가서 뭐 했어?”
“음… 갈 데가 없더라고요. 그냥 카페에 앉아서 애기 사진 봤어요. 그것도 세 시간 동안이나요.”
그리고 갑자기 그녀가 웃기 시작했다. 그녀가 웃으니 나도 덩달아 웃게 되었다.
“근데요 대리님, 이상하게도 너무 좋더라고요. 남편이 어질러놓은 거실 생각도 안 나고요. 커피 마시고 그냥 멍하니 있으니까, 이야! 제 속이 뻥 뚫리더라고요.”
혼자 있는 시간치고는 너무 소박하고, 너무 짧고, 너무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나는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육아와 외로움으로 눌려 있던 그녀의 어깨에 그날만큼은 짐이 내려간 듯 가벼움이 번져 있던 순간.
며칠 뒤 우리는 퇴근 후 술잔을 기울였고, H는 고백하듯 말했다.
그녀의 변화는 아주 거창한 것도 대단한 결심도 아니었다.
단지 단 하루의 용기. 그걸 그녀가 스스로 해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시작에 내 글이 조금이라도 닿아 있었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글 쓰는 사람으로 산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첫걸음이 된다면,
그걸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글 쓰는 이유는 충분하다.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덕분에, 살았습니다]
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목 [덕분에, 살았습니다]
금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일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