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는 행복했을까?(20)

엄마, 사랑해

by 메멘토 모리

엄마, 오늘도 아침과 저녁으로 태안 안면도 꽃지 해변을 산책했어. 동해안 강릉은 일출이 익숙하지만 서해안 이곳 안면도는 낙조가 더 익숙해 오늘 낙조를 보았는데 해가 뜨는 모습도 멋지지만 해가 지는 모습도 멋져.

어쩌면 우리 인생도 저렇게 멋지게 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20250211_175028.jpg

내가 본 엄마의 한평생도 멋진 한판이야. 하늘이 엄마에게 준 역할을 엄마는 온 힘을 다해 이루어 내셨어. 그것은 내가 인정해

우리 가족을 위해 너무나도 간절하게 사셨고, 엄마로 인해 그 누구에 마음도 아프지 않도록 조심하고 인내하며 살아왔어.

엄마의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사랑’이야

나를 사랑했고, 우리 가족을 사랑했고, 친척과 주변의 지인, 우리나라 국민, 심지어 길에서 마주친 개구리도 사랑했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엄마의 입에서 그 누구의 비판과 비난을 들어본 적이 없어. 내가 조용필 가수의 ‘바람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엄마 때문이야. 그 노래를 부르면 엄마 생각이 나

그 노랫말에 이런 구절이 있어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에 시간이 비껴갈 수 없다는 것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엄마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며 살았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엄마인 이유야.

나도 엄마의 그 큰 사랑을 배우고 싶었고 닮고 싶었어. 그런데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

그래도 엄마에게 배운 것이 있어 나도 그 누구의 마음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살아왔어. 고마워 엄마.

안면도 드르니항에 가면 크고 멋진 다리가 있어. 오늘 그 다리 위에서 엄마 이름을 불러 봤어. 최문희 엄마!


20250213_153753.jpg

최근 20~30년 동안 엄마 이름 석자 ‘최문희’를 불러준 사람이 있었을까? 없었을 것 같아. ‘남형이 엄마’, ‘예찬댁 맏며느리’, ‘에미’.... 분명 엄마이름이 있는데,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었는데...

오늘 산책하면서 ‘엄마는 언제 가장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어. 엄마였을 때가 아닐까, 남형이 엄마일 때가 가장 행복하지 않았을까. 내가 56년 동안 엄마의 아들로 살아온 그 시간 모두 행복하지 않았을까.

엄마, 꽃지 해변옆 소류지 포토존에 이렇게 적혀 있었어. “지금”, “우리”, “여기”...


20250214_171219.jpg

엄마, 지금까지 애썼어. 엄마, 지금까지 우리 오 남매 키우느라 고생했어. 엄마, 지금까지 우리 오 남매에게 준 그 마음으로 우리 가족 모두 여기까지 잘 왔어.


엄마, 지금 행복하고, 우리엄마로 행복하고 , 엄마랑 여기있어 행복해

오늘 산책을 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했어. “하나님, 엄마 하늘나라 데려가시면 꼭 천국 보내주세요. 내가 하늘 볼 때 엄마도 나를 내려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엄마, 엄마에게 이것 하나는 약속할게. 엄마에게 받은 사랑 내 자식들에게 되돌려 줄게

엄마, 내 엄마가 되어 주어서 고마워, 나도 엄마 아들이어서 자랑스러웠어.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어

우리 가족 모두는 엄마로 인해 행복했어. 엄마도 나 때문에 행복했을 거야 난 그렇게 믿고 있을게.

엄마를 사랑하는 둘째 아들 김남형 올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는 행복했을까(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