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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오 Jun 07. 2019

내 눈을 보고 말해

호주 생활: 아이컨택

아일랜드 출신의 다른 팀 부서장은 미팅에 참석할 때마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노려보는듯한 눈빛에 나는 처음엔 당황스러웠고 이후 오랜 기간 거슬렸다.

‘저 사람 혹시 인종차별주의자인가? 왜 저렇게 날 째려보는 거지? 아, 진짜…’    


한국에선 보통 누가 빤히 쳐다보면 당혹스럽게 느끼며 무례하다고 생각다. 

그런데 호주에선 상대가 이야기를 하는데 눈이나 얼굴을 쳐다보지 않으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뭐지? 이 사람 내 말을 듣고 있는 거야?’ - 물론 매우 친밀하고 편한 사이라면 예외지만.


그와 친해진 이후 알게 된 사실은, 인종주의자는 커녕 논쟁을 싫어하는 성격으로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팀원들과도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사람이었다.  


어느덧 나도 그런 문화에 익숙해졌는지 상대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습관이 완전히 배어버렸다. 한국에 돌아와 종종 워크숍이나 모임에 가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나는 그들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경청한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앞에 있는 빈 노트나 책상을 보며 말씀하시더라.

혹시나 내가 노려본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일 불편하다면 말씀해주세요.

악의는 없었어요,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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