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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오 Jul 09. 2019

Are you going back for good?

호주 생활: 영어편 1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였다. 멜버른에서 출발하여 시드니에 도착한 뒤 1시간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노선이었는데 시드니에 도착해서 문제가 생겼다. 항공사 예약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에 문제가 생긴 건지 좌석보다 예약자가 더 많았다. 결국 멜버른에서 출발한 일부 예약자들은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는데 운 좋게도 내가 그중 하나였다. 한국에 돌아가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난다는 행복감에 처음으로 비즈니스 석에 타는 흥분감까지 더해져 나는 조금 수다스러워졌던 것 같다. 옆에 앉은 호주 남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는 내게 “Are you going back for good?”이라고 물었다. ‘응? 돌아가면 돌아가는 거지, for good은 뭐지? 돌아가서 좋냐는 건가? 무슨 말이지?’ 대학 교재에나 나오는 단어들이나 알았지 대화체 표현에 익숙지 않은 (혼자 공부나 했지, 친구도 없고 교내외 활동도 하지나 않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는 도통 의미를 알지 못해 결국 얼버 부렸고 그는 나의 대답에 갸우뚱했다, ‘왜 yes/no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하지?’ 그런 표정으로.  


‘영원히, 영영’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는 forever 혹은 permanently를 사용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 더 많이 듣고 사용하게 되는 것은 ‘for good’이었다. 나 역시 자주 사용하게 되었는데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비행기 안에서의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왜 그러는지 경험으로 아는 나는 상대가 당황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단어를 바꿔서 물어보면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여전히 왜 ‘for good’이 이런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알 수 없지만 1603년 출판된 Paul Byrdes라는 작가의 책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인터넷 용어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문학이 새로운 단어들, 표현들의 출생지였던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책에서 그는 “for good and all”이라는 표현을 썼고 ‘완전히, 마지막으로’라는 의미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한다. 결국 ‘and all’은 떨어져 나가고 ‘for good’만 남아서 현재까지 사용된다고 하더라. 

호주 NSW 뉴타운에 있는 서점 앞 가판에서 저렴하게 책을 팔고 있다.




대학에서 튜터 (보통 박사학위 중인 시간 강사라고 보면 된다) 한 명이 ‘빠가’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처음 그 말을 들은 나는 깜짝 놀랐다. ‘응? 빠가? 그건 일본어로 바보라는 말인데… 일본어 일리는 없고, 무슨 말이지?’

그렇다. 영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bugger 였다. 네이버에서는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말로 나타나는데 실제 사용할 때는 보통 ‘아, 짜증 나!’, ‘아, 나 바본가 봐’ 뭐 이런 의미였다.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입 밖으로 나왔지만 이 말을 듣고 놀라거나 ‘어떻게 그런 말을!’이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물론 누군가를 상대로 말할 때는 욕이 된다. 게다가 이 단어 뒤에 off가 붙는 순간, ‘꺼져!’라는 의미로 한마디로 싸우자는 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F로 시작하는 단어는 매우 강한 의미를 갖고 있어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매우 거칠고 무례하다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누군가 이 단어를 썼다면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놀라서 쳐다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욕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 단어 사용을 피하고 싶을 때 F-word라고 표현한다. 혹은 단어를 모두 말하지 않고 F와 뒤따라 붙었던 단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걔가 사람들 다 있는 사무실에서 F-off라고 말했어.’ 




호주 NSW 채스우드의 Flower Child Cafe의 프렌치 토스트와 플랫 화이트


호주에서만 쓰는 단어들이 꽤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듣고 나 역시 가장 자주 사용했던 단어가 arvo이다. 회사 동료가 회사 메신저로 “How about coffee in the arvo?”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Arvo?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근처 새로 생긴 카페 이름인가?’ 

알고 보니 한국처럼 줄임말을 자주 쓰다 보니 afternoon의 줄여서 arvo라고 하는 것. 




구어체에서는 y로 끝나는 단어를 매우 자주 사용하는데 재미있었던 것은 stuff라는 명사에 y를 붙여 답답하다는 의미의 stuffy가 되는 것이었다. 대학원 다닐 적에 도서관에 자리가 없을 땐 빈 강의실을 찾아 공부를 하곤 했는데 한 학생이 들어왔다. 그녀는 강의가 있는지 물었고 아니라는 말에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10분쯤 지났을까, 그녀는 ‘Ooh, it’s too stuffy here. I'm going out. Bye!’라며 강의실을 떠났다. Stuffy? 무슨 말이지? 여기에 무슨 물건들이 있다고? 한마디로 어떤 장소에 물건이 가득한 것 같이 답답하다는 의미로 stuffy를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다른 단어와 붙어서 y로 끝나는 말을 참 좋아한다. 왠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더해진달까? Lovely jubbly (좋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을 때 영국 출신의 튜터가 정말 자주 사용했던 표현이다. 한마디로 very good, excellent 정도의 의미?), bubbly (거품이 많다는 걸 뜻하지만 대화체에서는 보통 명랑하다는 의미로 성격을 묘사할 때 자주 사용한다), comfy (대화 중, 편안하다고 할 때 comfortable 보다 comfy를 훨씬 더 자주 듣는다), cushy (얼마나 귀여운가, 쿠션처럼 푹신푹신해), nutty (lots of nuts 보다 훨씬 더 간단하면서 귀엽지 않은가! 물론 살짝 정신이 나갔다는 의미도 있지만), chatty (talks too much보다 훨씬 애정이 담겨있지 않은가) 등등. 

호주 사람들도 험담을 많이 하는데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가 cocky다. 회사에 잘난척하는 (알고 보면 인종주의자) 이사가 한 명 있었는데 그의 뒷담화할 때 참 자주 들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정상적인 호주인들 역시 인종주의자들을 싫어한다). 

한 번은 친한 동료가 자기가 초등학교 때 직접 만든 은반지를 보여주며 tacky를 (촌스럽거나 어설프다고 말할 때 자주 쓴다) 처음 들었는데 촌스럽지만 애착이 가서 지금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리고 clumsy (부주의한)! 친한 동생이 회사 밖의 나를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라고… 딴 데 보다가 넘어지고 부딪히고 딴생각하다가 교통사고도 두 번이나 나고 칼로 손가락 베어서 4 바늘 꿰매고… 이 모든 모습을 목격한 친구라 반박을 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어떤 생각에 빠지면 다른 뇌신경의 전원을 꺼버리는 듯.   


내가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던 단어는 dodgy 였다. 지금은 네이버 사전에서 ‘부정직한, 의심스러운, 부실한, 위태로운’이라고 그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호주 대학에 입학했을 때 수업 중에 처음 들었는데 이때만 해도 사전적 의미와 문맥이 전혀 달랐다. 학교에서도 TV에서도 자주 듣는 말인데 당최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마도 나의 어설픈 리스닝 실력 때문이었으리라. 문맥이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으니 dodgy가 어떤 의미인지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영어실력도 늘고 업무를 이미 숙지한 상태인지라 그제야 뜻을 이해하고 나 역시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Dodgy는 다른 단어로 대체할 수 없는 그 독특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호주 QLD 브리스번의 Southbank에서 바라본 석양


회사에서 너무나 자주 쓰는 표현이 going forward, moving forward 였다 (‘앞으로’라는 의미로 in the future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메일에서 본 적도 없다). 처음에 이메일에서 처음 접하고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지?’라고 당황했지만 내가 이메일에서 가장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되었다.


분석 보고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간단하게 요약할 때가 많은데 종종 배경지식이 없는 동료나 매니저들은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럴 때 자주 들었던 표현은 please enlighten me(us) 혹은 decipher this please 였다. 즉,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것. 


그리고 재미있다고 느꼈던 표현은 be grilled. 미국 본사 및 아시아 태평양 지사 이사진들과 미팅을 끝내고 온 친한 동료의 표정은 참담했다. 나는 괜찮냐고 물었고 그녀는 한숨을 푹 쉬더니 노트북을 책상에 두고 잠시 바람을 쐬고 온다며 나갔다 (그녀는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면 1층으로 내려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다. 오직 그 녀석만이 그녀를 잠시나마 위로할 수 있었다). 이후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가 내게 와서 미팅에서 얼마나 처참하게 그녀가 깨졌는지 알려주며, “she was grilled”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사진들이 그녀를 구워버린 것이다. 물론 상황은 안 좋았지만 be grilled라는 표현이 얼마나 상황을 잘 표현하는지! 


또 하나 흥미로웠던 표현은, 영국지사에 있는 시스템 개발팀의 분석가가 몇 가지 시스템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이 담긴 메일을 보냈는데 ‘sorry for war and peace’라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응? 이게 무슨 말이야? 왠 war and peace?’ 내 옆자리의 같이 메일을 받은 동료에게 ‘이게 무슨 말이야?’라고 물었고 그녀는, ‘아, 아마 내용이 워낙 길어서 war and peace 책에 비유한 걸 거야. 농담한 거지, 뭐’라고 답했다. 얼마나 witty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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