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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오 Jun 08. 2019

Right thing to do

한국 vs 호주: 시민의식 

몇 년 전 휴가를 내 잠시 한국에 왔을 때였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쾅’하는 굉음이 들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아보니 삼거리 교차로 앞 횡단보도 앞에 쓰러진 오토바이가 있었고 세단 한 대가 근처에 멈춰있었으며 그 사이에 피투성이 남자가 쓰러져있었다. 


미동도 없던 그가 낚시꾼에게 막 잡힌 물고기 마냥 온몸을 펄떡이기 시작했다. 그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한참 펄떡이던 그의 몸이 그대로 아스팔트 위로 떨어졌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지라 그의 참혹한 모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당장 버스 밖으로 나가 그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아팠다. 근처 식당에서 굉음을 듣고 나온 사람들과 행인들이 많았는데 모두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안타까웠다. 


그렇게 그는 차가운 아스팔트 위 피 웅덩이 속에서 홀로 누워있었다. 

신호등이 바뀌고 버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후 어떻게 됐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 오랫동안 그가 궁금했다. 

그가 기절하기 전에 본 마지막 모습이 멀리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놀란 얼굴이었을까, 아니면 깜깜한 밤하늘이었을까? 

그가 다행히 기절에서 깨어나 살았을까? 

아니면 그가 기절하기 전에 본 장면이 세상을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었을까? 


호주에서 친구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쾅’하는 소리에 놀라 앞을 보니 10여 미터 앞 삼거리에 반대편 직진 방향의 차 좌측 문이 찌그러져 있었고 또 다른 차 앞 버퍼가 차체에 아슬아슬하게 달려있었다. 아마도 직진하는 차와 좌회전으로 들어오려는 차가 충돌하였으리라. 그리고 곧 내 눈에 들어온 모습은 놀라웠다. 

같은 방향이든 반대 방향이든 주변에 있던 자동차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 사고차량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차선 도로라서 차량의 움직임은 완전히 멈췄다. 하지만 그 누구도 클랙슨을 울리지 않았고 그 누구도 소리치지 않았다. 주변에 족히 10명은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운전자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그들을 밖으로 빼내고 누군가는 응급차를 부르고 그렇게 함께 서로를 돕고 있었다. 


운전자석에 앉아있던 친한 동생은, ‘호주의 이런 점은 참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랬다. 이런 장면은 뉴스에서 이런 일을 ‘영웅 시민, 훌륭한 시민’이라는 타이틀로 기사거리로 만들지 않을 정도로 흔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은 right thing to do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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