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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쓴 Jun 02. 2022

40년 만에 첫 집을 샀다 #2

임대사업자 계약서는 두꺼웠다

계약은 주말 오전에 하기로 되어 있었고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부동산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 동네 분위기도 볼 겸 해서 일찍 도착했다. 계약서에 미 작성된 나의 주민번호를 기재하는 사장님에게 요즘 분위기가 어떤지 물어봤다. 관심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2021년 8월 불장 후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말도 안 되는 호가도 보겠다는 사람이 있다며 집 값이 미친 거 같다.'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불장이 끝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런 불장이 계속되던 시기에 전세를 구했다.


독립하고 싶었고 반드시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된 이유는 취득세 때문이었다. 1 주택자가 두 번째 집을 규제지역에 사게 되면 1%(가격마다 다르지만 최소 금액의 예)에서 8% 세금을 내야 한다. 1억을 기준으로 하면 800만 원이다. 4억짜리 집을 산다고 했을 때 내야 할 세금은 무려 3200만 원. 차이가 무려 2800만 원이나 난다. 나는 무주택자이지만 부모님 자가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세대 기준(한 집에 사는 사람)으로 세금이 매겨지는 이상한 상황에 8% 취득세는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아파트라 세대 분리도 불가능했다. 전세든 월세든 얻어서 나가 살다가 집을 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참고로 1 주택으로 인정받으려면 한 가지 묘수로 가능하다. 잔금 날 매수한 집에 먼저 전입 신고를 하고 나서 등본을 떼어 등기를 치면 된다. 계약 시간을 좀 늦게 잡고 아침 일찍 동사무소에 방문해서 전입 신고를 하고 서류를 떼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잔금일 날 바로 내가 입주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생긴다. 당장 실거주가 불가능한 전세 낀 집들이 시세보다 싸게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같은 상황에서는 그 집을 살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2800만 원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전세 대출을 받고 이자를 월세처럼 내더라도 백배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임대인 부부가 나타났다. 이 집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등기부 등본을 뗐는데 매수한 시기가 수도권 가장 바닥이라는 2016년이었다. 이번 전세 계약을 하면 매수한 금액보다 전세가가 높게 되는 계약이었다. 즉 자기 자본 비용 0원이 되는 시점이었다. 수익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시점이었다. 너무 궁금해서 어떻게 그 시기에 집을 샀냐고 물었다. 명의는 아내분 명이였는데 실제 투자하라고 한건 남편이라고 하셨다. 약 2천만 원을 투자해서 이 집을 샀는데 그때 돈이 부족해서 큰집을 못 산 게 아쉽다고 푸념하셨다. 이 집 외에도 많은 주택을 소유한 투자자였다. 대부분의 주택을 주택 임대 사업자로 묶어 둔 듯한 대화가 오갔다. 나는 전혀 몰랐던 다른 세상의 문틈을 엿본듯했다. 누군가는 돈을 모으고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하고 자산을 늘려가는구나.


전세 계약서는 대부분 1장이다.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복붙한 법적인 문구가 있고 계약자들의 특약사항이 추가된다. 특약사항은 다른 조항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에 꼼꼼히 봐야 한다. 그런데 주택임대사업자의 계약서는 달랐다. 무려 6장이나 됐고 특약 사항은 별지로 작성되었다. 현 세입자가 분양을 받아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라 날짜를 대략적으로 정하고 나, 임대인, 부동산 세명이 날짜가 찍힌 글자에 모두 도장을 찍었다. 나중에 퇴거 일자가 정해지면 볼펜으로 긋고 날짜를 수정하기 위한 조처였다. 미리 해두지 않으면 다시 만나서 계약서를 써야 한다. 빼곡히 쓰인 종의 마지막에 날짜에 관한 특약이 있었는데 이걸 놓쳤다. (참고로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전세 날짜가 명확하지 않으면 대출 거부당할 수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이걸로 안된다고 서류 탈락을 시켰다. 참 난감했다. 도장 하나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거부당하니 참 서러웠다. 이런 상황을 부동산 사장님께 이야기했고 부동산 사장님이 임대인의 도장과 내 도장을 다시 받아 겨우 대출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시중 은행이 아닌 온라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내야 할 서류도 적고 방법도 간단해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한 가지 팁을 공유하면 저렴한 대출을 받고 싶다면 부동산 사장님께 대출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은행별로 혹은 대출 상담사를 소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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