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길과 십자가
걸음 나흘째, 햇빛은 유난히 따끔거렸고 바닥은 마른 흙으로 까끌거렸다. 혀가 바짝 말랐고 숨은 낮게 헥헥대고 있었다. 나는 어느 순간 머릿속에 비집고 들어온 못난 생각으로 울상이 되어 있었다. 그 덕에 지친 몸은 개의치 않은 채 기계적으로 다리를 앞으로 내딛고 있었다. 무거운 기억에 짓눌려 고개도 들지 못 한 채, 왜 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물범벅인 얼굴로 묻고 있었던 것 같다.
뿌연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길 위에 떨어진 십자가였다. 새끼손가락만 한 작은 나무 십자가. 쪼그리고 앉아 그것을 주워 들었다. 누군가가 떨어뜨리고 갔을 법한 십자가가 나에게는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던 대답처럼 느껴졌다.
“결국 모든 일이 어떻게 벌어지든, 십자가가 알고 네가 아는 그 길로 걸어갈 것이 아닌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원하는 상황이 아니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원망을 할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지금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내려놓는 것, 어찌 되었든 내가 작정한 길을 걸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방향이 아닌가.
사실 답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을 인정하기 위해, 흙 속에 파묻혀 있는 마음을 찾으려 땀을 흘리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숙소에 도착해 샤워를 마치고 동네를 걸었다. 골목 깊숙한 곳에서 풀 하나를 보았다. 해가 들지 않는 어두운 곳에 생겨난 잡초 같은 풀을. 최대한 목을 길게 빼고, 그것이 태양이든, 태양의 옷자락이든, 안간힘을 써 ‘오직’ 밝은 빛을 향해 있는 놀라운 작은 생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