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너무나도 바쁘게 사는 한 남자가 있다. 아주 가끔 테니스를 치는 것 말고는 먹고 자고, 일하는 것이 생활의 전부였다.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사는 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출장지에서 일을 마친 남자는 근처 호텔에서 잠을 청하게 된다. 자다가 새벽녘에 눈을 뜬 그 남자는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과 함께 자신이 누구인지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몸속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공허함을 떨칠 수 없었다. 더럭 겁이 난 남자는 트렁크에서 여권을 찾아 겨우 자신의 이름이 ‘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닐까 두려운 남자는 다음 날 급히 병원을 찾아 간다. 그런데 의사에게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되는데. . .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보일 거예요.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얀은 쳇바퀴 돌 듯 너무나 바쁜 생활을 하다가 그만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았던 것입니다.
글 작가인 폴란드인 올가 토카르축과 요안나 콘세이요의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그림책의 내용입니다.
이 일은 비단 그림책 속 주인공 얀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요?
돌이켜 보세요.
나의 오늘 하루를~일주일을~ 한 달을~ 일년을~~내 삶 전체를~
우리들의 하루는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간다. 학생, 직장인, 주부 할 것 없이....어리다고 예외는 아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더 바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리면 어린대로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우리가 만들어 놓은 삶의 틀은 늘 너무도 빡빡하다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든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일이든 우리는 언제나 빨리빨리 해야 직성이 풀린다
주유소에서 ‘영수증이 다 출력 될 때까지 잡아당기지 마세요.’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영수증 잡아 뽑기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 다 나오기 전에 손 들이밀기
컵라면 3분 기다리지 못하고 뚜껑 열어서 젓가락으로 휘젓기
고기 익기도 전에 계속 뒤집기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 여러 번 누르기
운전할 때 조금만 늦게 가는 차 있으면 꼭 차선 변경해서 앞지르기
압력밥솥 김 다 빠질 때까지 못 기다리고 뚜껑 열기
마트 계산대 앞줄이 제일 짧은데 찾아서 이리저리 눈치 살피기
앞 사람 계산이 늦어지면 뒤에서 째려보기
내가 평상시 자주 하는 행동이다. 특별이 바쁜 일이 있거나 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나오는 조급증은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듯하다. 일상의 사소한 일들에 이렇게 안달을 내며 살다보면 우리의 육체는 어느 순간 영혼을 놓치게 되는가 보다.
영혼을 놓친 주인공 얀은 어떻게 되었을까?
의사는 얀에게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려준다.
“자기만의 어떤 장소를 찾아 편안히 앉아서 영혼을 기다려야 합니다...기다리는 데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요.”
얀은 의사의 말대로 변두리에 작은 집을 구해 자신의 영혼을 기다린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 참 시간이 흐르고 덥수룩한 수염에 더벅머리를 한 얀은 여전히 그 곳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을 기다린다. 그렇게 얼마를 기다렸을까. 얀이 그의 영혼을 기다리는 동안 그의 어린 영혼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기도 하고, 한적한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드넓은 모래사장을 거닐기도 하고, 가든파티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여기 저리 얀의 발자취를 찾아다니던 어린 영혼은 기차에 오른다. 기차에서 창밖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도착한 곳은 호젓한 도시의 변두리!
‘드디어’
얀의 영혼은 바로 얀의 작은 집 창문 앞에 다 달았다. 천신만고 끝에 얀을 찾은 어린 영혼은 몹시 지치고, 더럽고, 할퀴어져 있었다.
얀의 어린 영혼은 덥수룩하고 초췌한 얀과 마주한다. 둘은 비로소 서로를 마주하며 살포시 미소 짓는다. 얀과 영혼은 정원 구덩이에 시계와 트렁크 따위를 전부 파묻어 버린다. 그리고 얀은 더 이상 영혼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리들은 삶의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매순간 효율과 득실을 따지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잣대로 자신을 저울질 하면 스스로를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채근하며 살아간다. 영혼을 잃어버린 얀처럼 말이다.
나 역사 한 번도 스스로 안부를 물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문득 읽던 책을 덮고 욕실 거울을 들여다본다. 나의 영혼은 나의 삶의 속도를 잘 따라 오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니 늘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이것만 끝나면 진짜 쉴 거야. 아무 것도 안 할 거야.”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빨리빨리’를 외치며 조금이라도 내 속도에 방해가 되는 일이 생기면 그 게 무엇이건 간에 치워버리고 싶어 안달을 내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 순간 놓친 내 어린 영혼이 어디선가 나의 발자취를 쫒으며 지금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울 속의 얼굴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
당신의 어린 영혼은 안녕하신가요?
당신의 영혼이 지금 당신의 육체와 함께 있지 않다면, 어느 순간에 어린 영혼을 놓치고 말았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다가 놓쳐버린 건 아닐까? 직장 생활로, 아이들을 키우느라, 집 한 칸 마련하느라 허둥지둥 살다가 잃어버렸을까? 아니면 뭘 하며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남들이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렇게 남들처럼은 살아야 중간은 가지 않을까 하면서 놓쳐버린 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얀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영혼이 돌아 오길 기다릴 수는 없는 게 현실인데 말이다. 그럼 방법이 없는 걸까?
지금 당장 얀처럼 하던 일을 그만두라는 말은 할 수 없지만, 우리가 누구의 속도로 세상을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타인이 세운 기준에 나를 억지로 맞추고 허겁지겁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나의 지치고 어린 영혼을 달래는 주는 건 어떨까. ‘나의 순수한 어린 영혼과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만나는 배려의 시간’, ‘나의 이성과 감성이 쉴 수 있는 틈’을 만들어 보자.
너무나 빨리 달려온 나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작은 TIP 하나!!
매일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써 보세요. 너무 멀리 있는 뜬 구름 같은 계획 말고 가까운 미래! 당장 이번 달, 이번 주, 아님 내일 일부터 계획해 보세요. 아주 사소한 실천, 아주 작은 성공이 쌓이고 쌓이면 스스로 엄청 뿌듯해지겠죠. 그럼 ‘나 좀 괜찮네.’하는 생각도 들 거에요.
너무나 빨리 달려온 나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작은 TIP 둘!!
얀은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 호젓한 변두리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죠. 내 영혼이 쉴 수 있는 자기만의 힐링 공간을 찾아보세요. 집 근처 예쁜 카페, 산책로, 공원, 출퇴근 길 내 자동차 안, 가족이 모두 잠든 후 홀로 앉아 있는 식탁, 동전 노래방 , 어디든 좋아요. 그 곳에서 나의 영혼이 쉴 수 있게 해 주세요.
언제? 지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