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별책부록>어서 오세요.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림책 <어서오세요/세바스티엥 조아니에 글,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by 장소영


‘바르샤바의 자작나무 숲에서 시작된 상념’

살 던 곳 바로 뒤에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신비롭게 느껴지는 자작나무 숲이 있었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던 곳에 길이 나있고 그 좁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의 조화로 보이는 구조물들이 보인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집짓기 놀이도 하고 시소 놀이도 했다.

어느 깊은 가을 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알록달록 한 자작나무 숲길을 달렸던 기억이 난다. 한참 숲길을 달리다보면 숲 공터가 나온다. 캠핑 나온 사람들이 피운 작은 모닥불에서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싸가지고 온 소시지를 굽는 냄새와 낙엽 타는 냄새가 어우러져 가을이 깊어감을 느낀다. 햇살이 간지러운 자작나무 숲에 앉아 자작나무 사이를 맴도는 바람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가만가만히 자작나무를 쓸어 만져본다. 하얗고 매끈한 껍질에 스며든 따스한 햇살의 기운이 마치 그리운 사람의 손길같이 정겹다.

오래된 자작나무는 스스로 옷(껍질)을 벗는다고 한다. 떨어져 나온 그 껍질에 사랑의 편지를 쓰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러시아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에 써서 날린 연서를 본 옛 연인이 다시 그 숲을 찾아 둘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그 때 자작나무 연서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알았더라면 ‘작은 조각이라도 하나 주워두었을텐데' 하는 싱거운 생각이 든다.



자작나무에 대한 아련한 추억 덕분에 좋아하게 된 화가가 있다. 자작나무를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이수동! 그는 자작나무뿐 아니라 꽃, 구름, 하늘, 달, 바다, 눈, 여행, 휴식, 길, 산책 등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둥글 몽글한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처음 이수동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라는 작품의 제목을 패러디한 한 장의 그림 때문이다. 강렬한 빨강 바탕에 둥실 떠오른 노란 달, 달 아래 걸려있는 가느다란 빨랫줄, 빨랫줄 위에 걸린 6장의 팬티. ‘달과 6빤쓰’! 제목을 보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의 다른 작품은 ‘달과 6빤쓰’라는 작품에서 보여준 유머와 재치보다는 그리운 사람에게 받은 엽서와 같이 설레임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작가의 자작나무 모티브의 작품들 중 ‘어서오세요’라는 제목의 여러 작품들을 보고 코끝이 ‘찡’해졌다.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자작나무 꽃말의 의미와 잘 맞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짙은 초록 바탕에 하얀색 자작나무가 곧게 뻗어 있고, 그 자작나무 아래 한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보통 그림의 진행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것에 비해, 이 그림의 여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다. 먼 길을 거슬러 안식처를 찾아 돌아가고 있는 걸까. 또 다른 작품은 여행가방을 든 한 사람이 자작나무 숲길을 지나 도착한 그 곳에서 환하게 불이 켜진 집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세 번째 ‘어서 오세요’란 작품은 자작나무 숲 끝에 한 사람이 화려한 의자 위에 왕관을 올려놓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수동, 어서오세요>
<이수동, 어서오세요>




‘어서 오세요!’


이 말을 어디서 가장 많이 들어보았는가!

아마 점심, 저녁을 먹으려고 들른 음식점이나 편의점, 물건을 사러 간 점포에서 점주가 고객에게 하는 인사말로 가장 많이 듣지 않았을까 싶다.

환대의 의미로 쓰는 이 인사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면,

“당신이 이 곳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당신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몰라요. 정말 잘 오셨어요.”

퍽이나 감동스런 인사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이렇게 진심으로 간절히 기다리고 그 맞이하는 기쁨을 표현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아침에 집을 나와 각자가 있어야 할 어딘가로 향했다가 저녁이면 늘 다시 떠났던 그곳으로 돌아간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세상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막 도착한 그 곳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혹시 불 꺼진 깜깜한 집? 아침에 벌려 둔 일거리? 아님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린 반려 동물인가?

아님 엄마, 아빠, 할머니...가족의 극적인 환대를 받으며 저녁 식탁 앞으로 초대되었는가? 저녁은 고사하고 각자 방에 틀어박혀 코빼기도 안비치는가?

내가 기대한 환대를 받지 못한다고 화내지 말라. 당신이 그 환대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고 화내고 짜증내기 보다는 당신이 지금 마주하는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친절하고 따뜻하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보자.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어떤 목적도 없는 당신의 환대가 당신이 마주한 그 사람에게 삶의 용기가 될 수도 있다.


『어서 오세요』 라는 제목의 한 권의 그림책을 소개 하려고 한다.

세바스티엥 조아니에가 글을 쓰고 요안나 콘세이요가 그린 책이다.


한 아이가 세상에 온다. 그 아이는 가족을 통해 ‘사랑’을 배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비바람이 불고, 모진 시련이 닥쳐도 웃음을 잃지 않고 가족과 함께 헤쳐나간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긍정의 힘으로 우리가 함께 길을 걸어간다면 가는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끄떡없을 것이다. 아이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간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사람들과 더불어 이 길 위에서 살아가야 한다. 아이는 그렇게 성장하며 어른이 되어 간다. 다른 사람들과 마주하고 소통하며 살아간다.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다 그러하듯이.

나를 채워주는 것들!

‘가족, 사랑, 웃음, 내가 걸어갈 길,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과의 관계’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임에 틀림없다.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며 잠시 숨을 멈춘다. 책의 끝에는 미쳐 생각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여기에 너만 오면 돼.
너도............올 거지?”

맞다.

‘어서 오세요.’ 진정한 환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그걸 깜박 잊고 살았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성장,발전을 위해 많은 것을 받아들인다.

그러느라 너무 힘이 든다. 열심히 받아들이다 못해 이젠 자신이 누구인지, 사랑도, 웃음도, 내가 갈 길도 모른 채 타인에 의해, 관계에 지쳐 방황하기도 한다.

이제 남을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따뜻한 환대의 말을 건네 보자. 지친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뿐이니까.


“어서 와. 〇〇야. 잘 왔어. 진심으로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