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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영 Oct 02. 2020

나를 위해 고등어를 구운 날!

문득 떠오른 그날의 혼밥!

아무도 없는 빈 집

배가 고팠다.

혼자 말하고, 혼자 꺼진 화면을 바라보며,

흘러나올 대답을 기다리다 다시 머쓱하게 혼자 떠들게 되는

비대면 강의!!

그래도 나갈 일 없어 오히려 좋다며

컴퓨터 앞에서

몇 시간씩 수업을 하다 보면 배가 너무 고프다.


대충 시리얼로 때울까,

라면을 끓일까 하다가

무슨 바람인지, 제대로 밥을 챙겨 먹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가족들과 구워 먹었던 고등어의 고소한 맛이 떠올라 호기롭게 고등어 한 마리를 꺼냈다.

'나를 위한 만찬'까지는 아니더라도 .,.

밑반찬 몇 가지 꺼내고, 김치도 새로 썰었다.

괜히 건강해지는 마음에 기분이 좋아졌다.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을 기대하며

자글자글 고등어를 구웠다.


음..... 그런데,

구울 때부터 느껴지는 연기와 사방으로 튀는 기름이 거슬렸다.

고등어 한 마리 굽는 일이 전에 없이 번잡스러웠다.


'그래도 열심히 일한 당신 먹어라. 나를 위해 이런 것쯤이야.'

예쁜 사각 접시에 잘 익은 고등어를 얌전히 뉘다.

......


'크헙~비리다.'


분명 아이들과 맛있 먹었던 그 고등어인데...

'왜, 맛이 없지!'

억지로 반토막을 집어먹다가 밥상을 치워버렸다.

아깝다며 샅샅이 발라먹던 그 고등어에 화가 나서 신경질적으로 쏟아 버렸다.

비린내가 하루 종일 코와 입에 남아 짜증스러웠다.


향초를 켜고 방향제를 뿌려도 냄새는 쉬 가시지 않았다.

한 동안 고등어 생각은 안 날듯하다.


함께 맛있게 먹었던 그때 그 음식!

'어떤 때는 세상 다시 없을 별미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떤 때는 소태씹는 것처럼 ....'


같이 먹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리 느껴졌던....

비슷한 경험들이 떠올랐다.


혼밥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그 날은 아마 좋은 사람과 밥 한 끼 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니 애먼 고등어 잘못은 아닌 걸로...


코로나 좀 잦아들면...

'우리 밥 한 번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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