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영화라느니, 나를 바꿔놓은 영화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인생영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좋았던 영화는 많았으니까.
하지만,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 내 인생에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를 꼽는다면 한편을 꼽기 힘들지라도 '빽 투 더 퓨처'는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그만큼 그 당시 나에게는 최고의 재미를 주었다.
'빽 투 더 퓨처'가 처음 개봉했을 때, 극장은 70mm 상영을 하는 대형 스크린을 가지고 있던 대한극장이었다. '빽 투 더 퓨처' 소개를 보고는 재미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당시 효도를 한다고 어머니와 이모의 표까지 구입해서 두 분을 모시고 영화를 보러 갔다. 당시에는 단관 상영이었기에, 온라인 예매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며칠 전에 가서 줄을 서서 표를 사야 했었다.
다른 사람에게 영화를 추천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다. 영화 취향이 맞을 지도 알 수 없고, 그 사람의 성향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내가 재미있다고 그 사람도 재밌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이 영화도 개인적으로는 재밌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지만, 어머니와 이모가 재밌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아무튼 예매한 표로 입장해서 그리 편하지는 않은 형태지만 영화를 감상하기 가장 좋은 위치로 구매한 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거대한 스크린을 앞에 두고.
'빽 투 더 퓨처'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영화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2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마지막에 2편을 예고하면서 끝났을 때는 아쉬움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으니까. 시나리오, 연출, 특수효과, 연기 그 모든 것이 완벽한 영화였다.
어머니와 이모도 아주 재밌게 보셨다. 완전 대만족이었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팸플릿을 구입하고, 두 분과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 그 이후에도 1년에 1~2번 정도 영화를 선택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극장에 갔었는데, 아쉽게도 '빽 투 더 퓨 처' 만큼 성공적이었던 영화는 없었다.
'빽 투 더 퓨처'는 비록 감독은 '로버트 제메키스'이지만, 제작자인 스필버그의 입김이 상당히 들어간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스필버그 특유의 가족주의가 바탕에 깔려있다. 청소년이 볼 수 있도록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도 없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웃음 짓게 한다. 코미디 영화가 아닌데도 코미디 영화만큼 웃음을 선사한다.
캐스팅도 탁월하다. '마이클 J. 폭스'는 이 영화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 그 자체로 여겨질 만큼 완벽한 캐스팅이다. 브라운 박사 역의 '크리스토퍼 로이드' 역시 그 사람 그 자체이다. '리 톰슨'도 30년 전 모습이 어울리는 미모를 뽐내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타임머신 이야기를 이렇게 유쾌하고 재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불과 30년 전으로의 과거를 시대 배경으로 잡은 것도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이 되었던 듯, 1편의 마지막에 미래로 가면서 끝난다. 그리고 4년 뒤에 2편이, 그 1년 뒤에 3편이 나와 완성된다. 하지만, 1편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인지 분명 좋은 작품들임에도 재미는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1985년에 시작해서 30년 전 인 1955년으로 가면서 벌어지는 독창적이고 재치와 유머가 가득 차 있는 1편에 이어 30년 뒤 인 2015년으로 가는 2편은 재치는 감소했지만 대신 미래의 모습을 담아서 호기심을 자극해주었다. 이때가 벌써 4년 전이구나. 날아다니는 자동차와 슈퍼보드는 왜 안 나오는 것일까. 이때 시카고 컵스가 우승한다고 해서 실제로 2015년에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3편에서 1885년의 서부시대로 가면서 이야기는 힘을 조금씩 잃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서부극은 무언가 거리가 너무 멀어져 버린 느낌이라서일까? 결투, 기관차 이런 것들이 먹히지 않아서 일 지도.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그렇다고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1,2편에 비해서 조금 떨어졌다는 것 정도이다.
'빽 투 더 퓨처' 시리즈는 시간 여행을 통해서 이곳저곳을 다니는 방식이 아니라 한 개 영화에서 한 개 시대만을 보여줌으로써 타임머신이 아닌 그 시대의 에피소드에 중점을 두었다. 그것이 성공요인이 아닐까 싶다.
'빽 투 더 퓨처' 시리즈의 팸플릿은 물론 모두 구입했다. 포스터를 한 명씩 늘여가면서 만든 것이 참신하다. 처음부터 3편의 포스터를 미리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이 시리즈는 DVD 박스세트도 샀다. 당시에 이 영화는 소장할 수밖에 없는 끌림이 있었으니까.
지금 팸플릿을 다시 펼쳐보면 영화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본 지 3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장면 장면이 기억난다. 그만큼 당시 이 영화가 인상 깊었다는 뜻이겠지? 요즘에는 이렇게 유쾌한 영화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 점점 자극적이고 폭력적이 되어 가기만 한다. 아니면 우울하고 어둡게 가던지. 비록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할 지라도 아름답고 유쾌한 영화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속에서라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