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카메라 구입기
소니 매장을 빈손으로 나오니 아쉬움이 남았다. 큰 결심을 하고 판교까지 왔는데 소득이 없이 돌아가게 되었으니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라이카 매장 구경하러 가볼까? 라이카 매장이 우리나라에 몇 개 없는데 판교 현대백화점에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 그럼 가보자"
라이카 매장은 다른 카메라 매장이 모여있는 곳에 있지 않았다. 카메라 매장쪽에 없을 뿐 아니라 전자제품이 있는 그 층에 없었다. 조금 엉뚱하게도 남성복 매장이 있는 6층에 있었다. 남성복 매장 사이에 있는 라이카 매장은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발견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남성복 층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눈에 잘 띄지는 않았으니까. 라이카 매장 특유의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꾸며진 매장은 남성복 매장과 묘하게 어울렸다. 한쪽 벽면에 위치한 라이카 매장은 홀 중앙에 오픈 매장으로 있는 다른 카메라 매장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고급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다.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오른쪽 진열장에 손님이 한 명 있었고, 그 앞에는 라이카 CL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라이카 직원분이 카메라 설명을 하고 있었다. 얼핏 봤지만 라이카 CL의 디자인은 멋있었다. 옛날 카메라 느낌의 모습이었는데 작아서 마음에 들었다. 라이카의 작은 렌즈가 잘 어울리는 카메라다. 유튜브에서 볼 때도 예뻤는데 실물은 더 예뻤다. 내 맘 속의 후보 제품 중 하나였다. 다만 풀프레임이 아닌 크롭 바디라는 것이 망설이게 했던 제품이었다. 실물을 제대로 보고 싶었지만, 다른 손님이 보고 있어서 만져볼 수는 없었기에 잠시 구경을 하러 다른 쪽 진열장으로 움직였다.
그 곳에는 라이카 Q2가 놓여 있었다. 라이카 모델 중에서는 라이카 CL의 디자인이 제일 마음이 끌려서인지 더 크고 무거운 Q2는 크게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냥 슬쩍 보고 한번 들어봤다. 역시 조금 무거웠다. 바로 관심을 끊고 옆 진열장을 구경하려고 시선을 돌리는데 어느 새 직원분이 다가오면서 말했다.
"Q2 정말 좋은 카메라에요."
직원 분의 말에 나는 조금 시큰둥하게 답했다.
"Q2는 너무 무거워요. 라이카 CL은 가벼운 것 같은데... "
"Q2가 조금 무겁긴 해도 렌즈 포함된 무게이니까 사용하시면 가벼워요. DSLR보다는 훨씬 가볍죠."
"라이카 CL이 더 작고 가벼워서 마음에 들어요. Q2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모델이라서..."
이렇게 말하면서 라이카 CL를 보는데 갑자기 E가 말했다.
"Q2 예쁜데? 난 라이카 CL보다 Q2가 더 예쁘다"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Q2가 더 예뻐? 라이카 CL이 더 예쁘지. 그리고 훨씬 작고 가볍잖아?"
E는 아랑곳하지 않고 의견을 말했다.
"Q2 예쁘기만 하네. 난 맘에 드는데?"
라이카 직원이 바로 끼어들었다.
"라이카 CL도 좋지만, 크롭바디라서 아무래도 풀프레임인 Q2보다 부족하죠. Q2 정말 좋은 카메라에요. 제가 솔직히 Q2는 강력 추천합니다."
나는 Q2보다는 라이카 CL에 마음이 가 있었다. 그래서 라이카 직원의 말은 나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라이카CL을 사려고 마음먹고 매장에 들어온 것도 아니었지만, 볼 때부터 마음에 든 걸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뒤쪽에 있던 손님은 라이카 CL을 보고 이어서 D-Lux7을 보면서 고민을 하더니 나갔다. 나는 곧바로 그쪽으로 가서 라이카 CL을 보고 만져보았다. 확실히 작고 가볍고 예뻤다. 특히 실버 색상의 자그마한 렌즈는 정말 예뻤다. 보통의 미러리스 카메라 렌즈와는 다른 작은 크기인 데다가 디자인도 뛰어났다. 렌즈를 추가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은 훨씬 올라가겠지만 마음에 든 건 마음에 든 거다.
하지만, 막상 ‘살까?’하는 생각을 해보니 크롭바디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바디 가격만 382만원이나 하는데 그 가격에 크롭바디라는 건 아무래도 아쉬움이 컸다. 거기에 라이카 렌즈를 산다면 가격은 Q2 가격에 가까워진다. 아무래도 제품 스펙에 비해 너무 비쌌다.
D-Lux7 이 옆에 놓여 있었다. 렌즈 교환식이 아닌 똑딱이 카메라였다. 자그마한 디자인도 괜찮았지만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형태의 렌즈캡이 특이했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가격이 라이카 답지 않게 저렴해서인지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D-Lux7을 보고 있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D-Lux7 모델은 파나소닉 루믹스 LX100M2 모델과 동일한 모델인데 가격은 거의 2배라는 것이다. 라이카라는 브랜드 마크 하나가 파나소닉 제품 하나의 가격이라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파나소닉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고 라이카 제품만 많이 팔린다는 거다. 브랜드의 힘이라는 게 어떤 건지 느낄 수 있는 사례였다.
D-Lux7도 끌리긴 했지만, 서브 카메라로 사용한다면 몰라도 크롭 바디 똑딱이를 메인 카메라로 사용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라이카 직원분은 계속 Q2를 추천했다. 다시 Q2를 손에 들었다. 그때다 싶었는지 라이카 직원분이 부추긴다.
"한번 찍어 보세요."
나는 E에게 Q2를 건냈다.
"E가 찍어 봐."
사진을 몇 번 찍어본 E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괜찮은데? 제이도 찍어봐."
크롭 버튼으로 화각을 조절하는 방식은 특이했다. 줌 효과를 낸다고 하는데 실제 사용해보니 조금 어색했다. 줌의 느낌을 주기는 했지만, 사진의 부분을 확대하는 방식이라서 실제 LCD에서 그렇게 볼 수는 없었다.
라이카 직원분이 계속 열심히 설명을 했다.
"4,700만 화소라서 화각을 변경해서 줌 효과를 줘도 화질이 좋아요. 잘려진 화각으로 볼 수 있어서 줌 효과가 있어요. 익숙해지면 편리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E는 Q2가 마음에 드는 것 같다.
"Q2 좋은데?"
"난 CL이 예뻐서 맘에 드는데... 크롭바디가 아쉽다."
"난 CL보다 Q2가 더 예쁜데? Q2 예쁘기만 하네."
"예뻐? E 맘에 들어? 그럼 Q2로 할까?"
E기 이쁘다고 해서인지, 첫인상과는 달리 볼수록 점점 예뻐 보였다. 디테일한 부분의 만듦새도 역시나 훌륲했다.
흔들리는 마음을 눈치챈 듯 라이카 직원분이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프로모션을 알려줬다. 10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나왔다.
오늘도 빈손으로 매장을 나섰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그 사이에 마음 속에서는 이미 결정됐다. 지금까지의 조사 과정이 무색하게 갑자기 마음 속에 Q2가 들어왔다. 새로 살 카메라는 라이카 Q2다. 구매 시점이 오늘이 아닐 뿐이었다. 어느 매장에서 사는게 유리할 지를 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데드 라인은 정해졌다. 늦어도 열흘 안에 새로운 카메라를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