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서 꽃형님 Jul 10. 2020

패션리더의 조건

by 캡틴서

패션(Fashion)은 일반적으로 의류나 스타일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하지만 본래는 '유행'이라는 의미이다. 사전적 의미로 '양식, 방식, 형, 유행, 관습, 습관' 등 다양하며, 실제로 모든 생활양식 그 자체가 패션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21세기가 바로 그런 시대가 아니던가~!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패션'인 시대. 그래서 '패션 리더(fashion leader)'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한 단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특히나 패스트패션(fast fashion)과 맞춤형 온라인 플랫폼이 업계와 소비자를 모두 장악해 버린 이 시점에는.


라떼는 말이야...

투머치 트렌디 착장은 이제 안녕!

우리나라 패션 업계 상황도 너무 급변하게 바뀌어서 단순히 기업 형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는 의미 없어진 얘기지만 이천 년대 초까지만 '그들만의 리그' 때문에 해도 서로 섞일 수 없는 분위기였다. 직원들 착장만 봐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소속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이야 패션 트렌드가 없고 무시하는 것이 '트렌드'인 시대이지만, 당시 유행 주도의 최전선에 있었던 패션 회사 소속 직원들은 '나는 당신들과 다른 트렌드 리더야'라는 것을 'too much' 티를 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촌스럽고 이유도 모르겠지만, 누구나 다 그런 과정을 거치나 보다.


대기업들이 브랜드 사업을 수익과 안정 중심으로 운영하고 콘셉트를 리딩 하는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았을 때는 '저들이 무슨 패션 브랜드를 운영한다고...' 라며 쳐다도 보지 않았고, 실제 거기 근무하는 직원들도 공기업이나 타 직종 회사원들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차별화되지도 않었다. 반면 그저 패션인인 것만으로도 좋았던 중소기업 직원들은 서로 질세라 시즌별 트렌드라는 트렌드 아이템은 총집합한 착장들을 두르고 뽐내고 다녔다.

지오다노가 싹쓸이하던 90년대이지 캐주얼, 미니멀리즘의 유행으로 여성복을 강타했던 그레이 멜란지 슈트, 와이드 핏 팬츠 등 이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돌아온 이 레트로 착장들은  당시 나와 내 주변인들의 모습을 돌이키게 하며 정말 이불 킥 하게 만든다. 지금의 이십 대들 이 나의 대학시절 유행 스타일과 유사한 모습들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나의 향수를 자극하며 시도해 보라고 충동질 하지만... 하하하... 안 될 말이다. 젊음과 발랄함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겠지. 



이제는 패션도 빈익빈 부익부 

트렌드를 리딩 하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잘 나가던 중소기업들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매출의 하락세가 가파르게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반대로 대기업들은 매출과 수익 브랜드 외에 기업 이미지를 위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세워 예전에 없던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매출에만 신경 쓰고 그 즐거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중소기업들은 타성에 젖어 정체를 면치 못했고, 사업의 판을 재정비하고 다시 변화하는 대기업들은 본래 가지고 있던 자본으로 추진력 있게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업계 변화가 패션 리더와 무슨 상관이냐고~?



지금은 우리 사회에 극심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양극화 현상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던 거다.

대기업은 스펙만 좋은 직원들을 뽑는 게 아니라 패션에 대해서도 '저 패션 좀 알아요' 하는 신입사원을 뽑기 시작했고, 그들의 튀는 감각과 스타일링은 처음엔 어색해하던 분위기가 많았으나 그 모습에 점점 익숙해져 가며 그들의 '패션 센스'와 거리가 있던 직원들조차도 어느 순간 자신들의 개성이나 스타일을 표현 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도 확산된 '자신을 가꾸는데 신경 쓰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라는 분위기도 한몫했고 오르기 시작한 연봉의 영향도 컸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패션은 '부의 과시 수단'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정확히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대기업 패션 브랜드 직원들의 모습은 점점 개성 있게 변화되어 갔고 오히려 하루가 다르게 감각과 표현력이 가득하고 능동적으로 변화되어갔다.
그즈음 나도 대기업으로 이직하였는데, 막 몸담은 골프 브랜드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으나 캐주얼 브랜드 팀장으로 발령받아 브랜드 론칭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기업 분위기도 'fashion involved'로 변화되고 있음을 느꼈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또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했을 땐 너도 나도 트렌드 리딩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자신만의 스타일 만들기

IT강국 대한민국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알려주는 것 같은 리얼하고 상세한 정보와 리뷰가 넘쳐나고 커스터마이징이나 큐레이션으로 맞춤형 소비 유도가 심화되고 있다. 패션산업도 마찬가지다.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내가 원하는 아이템에 대한 정보와 연관 키워드를 받아 쇼핑이 훨씬 편해졌다. 그러나 그만큼 수동적으로 정보를 수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출시되는 브랜드나  20~30대의 스타일들은 그들이 말하는 '직관적' 이기는 하나 어떤 경계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예전처럼 정보가 많지 않을 때는 소비자가 시간과 발품을 팔아가며  스타일링을 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여 자기표현을 하였는데, 요즘은 리뷰와 연관 검색으로 그 폭이 더 좁아진 것 같아 아쉽다. 

유행하는 스타일은 손꼽을 수 있지만 거기에 '자기 해석'이 들어가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되는 것 아닌가. 명품 브랜드의 로고, 패스트 패션의 실용성이 문제가 아니라 이 모든 것들로 본인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인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진정 '패션 리더' 아닐까~?

 


   

  

이전 07화 착각은 자유라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