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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서 꽃형님 Feb 28. 2020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

by 캡틴서


앞서 패션업계의 주요 직무(디자이너, 머천다이저, 비주얼 머천다이저)에 대해 그간의 경험과 느낀 바들을 늘어놓았다면 이제는 조직 선택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자기 일터 선택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별거 아니지만 선택을 할 때는 항상 잠을 못 잘 정도로 고민된다. 패션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큰 기업에 지원하는 게 나을지 혹은 디자이너 브랜드에 가는 게 나을지, 국내 기업에 가는 게 나을지 혹은 외국계에 가는 게 나을지 등등 말이다.  



수입 브랜드 조직은 수동적?

지금은 모 대기업의 수입 사업부가 되었지만, 90년대에 우리나라 대표적 수입 브랜드 회사였던 곳에서 여름방학 동안 인턴을 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해외에 굳이 가지 않아도 수많은 수입 브랜드를 컨셉별, 가격대별로 백화점이나 편집샵들에서 접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기에 그 회사는 가히 독보적이고 콧대 높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하는 일이란 통관서류 정리, 상품 리스트 정리, 가격택 챙기기, 매장 매니저들 의견 정리 등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에 대한 정리 과정이 더 많았다. 막내라서 그런 업무를 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직원들도 다름 아닌 무역회사와 유사한 업무가 더 큰 비중이었다고 기억한다.

물론 엠디 업무가 일반적으로도 그러한 내용과 맞닿아 있고 그 내용을 습득하는 것이 경력상으로도 훨씬 도움이 되겠지만, 그래도 당시 의욕 넘치고 기대가 많았던 나로서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각 브랜드가 전개되는 지역적 환경(마켓 환경)이 다른데 상품이나 시장 상황을 적용해서 수정했으면 하는 의견을 보내면 본사의 의견 수렴이 너무 안 이루어지는 거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뭐 그렇다고 그다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근무 중인 지인들로부터 들었다.


'매출이 인격'이라고 글로벌 수입 브랜드들에게 'South Korea'에서의 매출은 그저 '새발의 피' 수준도 안 되는 거였다. 해외 신체 사이즈 기준으로 제품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무리 고려해서 바잉을 하더라고 옷이 몸에 맞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옷에 맞추어야 할 판이었다. 지금이야 중국이라는 급성장한 큰 시장이 있기 때문에 '아시안 라인', '아시안 핏'이 출시되기도 하지만 한국지사에서 오더 한 상품에 수정사항을 덧붙이면 그대로 무시되곤 하였다. 그나마 홍보, 마케팅은 시장 상황과 소비자 특성이 있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보고는 해야 하지만 현지 특성을 반영하여 집행할 수 있다.


그런데 제일 수동적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직무는 VMD가 아닌가 싶다. 모든 수입 브랜드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특히나 고귀하신 '명품' 브랜드들은 시즌 브랜드 이미지나 오브제(소품)가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매뉴얼이 그대로 보내져 온다고 한다. 각지의 VMD들은 그 매뉴얼대로 똑같이 자기 나라의 매장에 VMD를 구현해야 하는 거다. 매장이나 쇼윈도라는 그릇에 브랜드 컨셉을 나름의 창의력과 해석으로 표현하고 구매로 연결하고자 하는 의도보다는 컨셉을 표현하는 것에 더 충실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씩쯤 보았겠지만 명품 브랜드의 쇼윈도에는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는 많은 예술(?)들이 펼쳐져 있음을 본 적 있지 않은가?



수입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조리 수동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나, '환경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도 있듯이, 오래 일하다 보면 그 틀에 맞춰져서 자신도 모르게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라 생각된다.


모두 능동적이길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내 브랜드에서 일하면 대부분 능동적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 구성과 디자인, 마케팅, VMD  해마다, 시즌마다 비슷한  같지만 소비자에게 '구매' 혹은 '매출'이라는 심판을 받기 위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고 그를 위한 과정도 매우 많다. 거기에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기본이 되긴 하지만 일에 임하는 책임감과 관점 중요하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중간은 가겠지. 하지만 조직은  나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계속해서 제시해 보고 도전하는 것을 더 원한.


국내 브랜드나 라이선스 브랜드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어느새 타성에 젖을 때가 있다. '우리 브랜드는 이제까지 이렇게 해왔으니 그냥 똑같이 해'라든가 ‘우리 소비자는 당연히 그런  좋아하지 않아'라든가... 그놈의 정확한 기준도 안 되는 변화무쌍한 '판매 데이터' 의한 기획이  안정적이라고 새롭고 소위 '트렌디' 상품 구성 할 생각도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는 싫증내고 기다려 주지 않고 거기에 구매 환경의 변화, 소비자의 소비 태도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우 급변하고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데이터만 들여다 보고 엑셀 자료만 만들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그러면 절대  된다. 다양한 관심사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만이 진정한 소비자 변화가 파악 된다. 잡지나 컬렉션에서 말하는, 어울리지도 않고 비싸기만 한 시즌 트렌드 아이템을 사서 걸치고 다닐 생각을 하지 말고  비용으로 스포츠, 예술, 여행  관심 있었던 그 무엇에 대한 경험을 계속하라.

직접 경험 못하면 간접 경험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라고 Youtube 채널이 있는 거지 '짤방'이나 'TV 다시 보기' 스트리밍 하라고 있는  아닐 거다.   

나와 맞는 곳으로 어디인가

취업 준비생들을 만나서 얘기해 보면, 수입 브랜드에서 일하 우아하고 멋있고 수준 높은 일을   같고 국내 브랜드에서 일하면 잡무가 많고 더 힘들  같다고 말한다.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어느 곳에서  일하던 사람들과 부딪히며 함께 하는 조직 생활은 힘들 수 있고 유사한 일의 무한 반복이고 즐거움과 고됨이 교차된다. 그렇기에 막연히 '동경하는' 곳보다는 '성향에 맞는' 곳 가서 일하는 것이 이직률을 낮추고 길게 경험을 쌓을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

본인의 성향은 본인이 가장  알 것이. 기업이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어떻게 해서든 인턴생활이라도  기회를 만든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있지 않겠는가.


본인과 100% ~들어맞는 일터는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맞춰져 가는 것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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