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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Sep 17. 2021

매 순간이 새로움의 시작인데

- 다시 가을이다

계절의 끝물에는 으레 비가 내렸었지.

길어질 것 같던 불볕더위가 강한 폭우 앞에 맥없이 기가 꺾이더니 미련 없이 훌쩍 여름은 가버렸다.

낮의 열기가 바람 속에 무참히 부서진다.

계절의 인사는 바람결이 먼저다.

보드랍고 청량바람이 온몸을 감싸며 볼을 비빈다. 가을의 향기.

다시 가을이다.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쌓여간. 


우리가 사는 동안은 매 순간이 낯선 새로움의 시작이라는 것을 때때로 아니 종종 잊고 지낸다.

살아있는 생명 모든 것이 어제와 다르지만, 너무 당연해서 새롭게 느끼지 못한 탓이다.

삶의 여정은 과거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앞을 향해 다. 과거는 추억이고 그리움의 대상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온 시간이 더 소중하게 간직되는 이유다.


살아가면서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중 세상의 모든 것에 애정을 갖고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웃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웃음은 입 근처에서 어색하게 찌그러진 웃음이 아니라 웃음다운 웃음이어야 한다.

웃음은 철학 논리가 아니다. 웃음은 경쾌하고 가벼워야 한다.

웃음 코드가 같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부담스럽지 않고 마음도 편하다.

웃음은 긍정적인 감정에서 나온다.

거기에 웃음코드와 싫어하는 코드까지 겹칠 때면 요즘 말로 죽이 잘 맞을 것 같은 친근함까지

따라온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에서 진정으로 통하며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마음이 닫혀있거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제 아무리 공감에 능하다 해도 어쩌지 못할 경우가 생긴다.

무조건 지성으로 대하면 상대방도 그리해주리라 기대하기엔 지금의 세상은 너무 야박하고 인색해졌다.

공감도 능력이라고 하지만 이해와 소통이 일방통행으로만 해결될 일이 아니잖나.


나이가 들수록 변화의 새로운 것이 힘든 것이 아니고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 생겨난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힘들어한다.

틀에 박힌 게 손가락 한번 튕겨서 벗어날 수 있는 이 아니기에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은 스스로 편견을 깨고 새로운 도전과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시니어들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젊은 세대 못지않은 도전정신과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지혜와 인생의 경험을 나누는 시니어들이 젊은이들 사이에도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6070세대의 도전과 소통이 젊은이들의 호감을 받는 이유가 한동안 오르내리던 4050 세대의 꼰대 문화에 대한 반작용일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길어진 노년의 삶과 사람들의 관계가 소중해지고 있는 나이 든 이들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무언가를 함께 공유하고 함께한다는 소속감을 얻는 기쁨이 삶에 더 풍요로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모한 일이 아니라면 도전한다고 잃을 것도 없다. 안된다고 안 하는 것이 포기일 뿐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장 루슬로'의  <또 다른 충고> 글을 떠올려 본다.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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