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 안내서 #8

한 발자국 떨어져서 걷는것

by 담아


가까운 거리에는 따뜻함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숨어 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기분 좋게 시작된 대화 속에서도

무심한 말이 칼날처럼 날아올 수 있다.


그래서

사람과 마음 사이에 한 발자국 정도의 거리를 둔다.

아주 멀지도, 그렇다고 들이밀지도 않는,

딱 그만큼의 거리.


그렇게 걷는 길은

조금 덜 친밀하고,

조금 더 조용하고,

조금 느려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거리는

내가 나를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선이 되어준다.


누가 감정을 밀어 넣어도

당장 휘청이지 않고,

누가 억지로 끌고 가려 해도

발을 빼고 돌아설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생긴다.


가까워야만 진심이고,

붙어 있어야만 잘 지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가까우면

내가 감정을 흡수하게 되고,

어느 순간

나는 왜 이렇게까지 힘들까라는 질문만 남는다.


한 발자국.

그 작은 거리 하나가

나를 덜 다치게 하고,

나의 감정을 보존하고,

오래 걷게 만든다.


무례한 말, 과한 기대,

숨 막히는 분위기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걷기로 했다.

그 거리가

나를 무너뜨리지 않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