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자국 떨어져서 걷는것
가까운 거리에는 따뜻함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숨어 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기분 좋게 시작된 대화 속에서도
무심한 말이 칼날처럼 날아올 수 있다.
그래서
사람과 마음 사이에 한 발자국 정도의 거리를 둔다.
아주 멀지도, 그렇다고 들이밀지도 않는,
딱 그만큼의 거리.
그렇게 걷는 길은
조금 덜 친밀하고,
조금 더 조용하고,
조금 느려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거리는
내가 나를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선이 되어준다.
누가 감정을 밀어 넣어도
당장 휘청이지 않고,
누가 억지로 끌고 가려 해도
발을 빼고 돌아설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생긴다.
가까워야만 진심이고,
붙어 있어야만 잘 지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가까우면
내가 감정을 흡수하게 되고,
어느 순간
나는 왜 이렇게까지 힘들까라는 질문만 남는다.
한 발자국.
그 작은 거리 하나가
나를 덜 다치게 하고,
나의 감정을 보존하고,
오래 걷게 만든다.
무례한 말, 과한 기대,
숨 막히는 분위기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걷기로 했다.
그 거리가
나를 무너뜨리지 않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