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각자 걸어온 삶의 발자취가 있습니다. 그것을 흔히 인생이라고 하지요. 민족이나 국가도 마찬가지예요. 오랜 세월 동안 저마다 굽이굽이 흘러내려온 커다란 역사의 물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물줄기 속에는 아주 어려운 고난과 시련도 있을 수 있고, 화려하게 빛나던 영광과 번영의 시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역사화란 바로 그런 중대한 시기마다 일어난 큰 사건이나 영웅적인 인물을 소재로 삼아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서양 미술사에서 역사화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오늘날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그림의 주제별 갈래는 17세기 들어와 뚜렷이 구분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미술이론가들은 역사화를 제일 위에 두고, 그 다음으로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를 두었다고 해요. 그렇다면 당시 역사화가 최상급의 대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두가 본받아야 할 어떤 본보기나 교훈, 또는 가르침이 그 속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나 인물을 기억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지나간 역사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기 위한 것이지요. 화가들이 역사화를 그리는 것 역시 똑같습니다. 의미있는 역사적 주제를 그려냄으로써, 그 시대의 고민을 그림 속에 담아내고, 아울러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지요.
그래서 같은 소재를 그렸다 할지라도 화가에 따라 표현방법이 약간 다르답니다. 역사화를 그릴 땐 대개 화가의 상상력이 동원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눈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테면 백년전쟁 당시 활약한 잔 다르크가 조국 프랑스에게는 영웅일 수 있지만 적국인 영국군에겐 눈엣가시 같은 마녀로 비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따라서 역사화를 볼 때는 그것을 그린 화가의 시대 정신을 같이 읽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림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볼 수 있는 것이죠.
역사화는 유럽 사회가 시민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던 19세기 초까지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답니다. 이 후로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했지요. 다비드나 앵그르, 제리코 등이 당시 명성을 떨친 화가들이지요. 그럼, 여러 화가들의 작품 속에 어떤 시대적 사명감과 역사의식이 녹아 있는지 연재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기로 할까요?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