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다 커서도 제대로된 답을 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나버렸다.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고, 또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되어야만 한단다.
want가 아니라 must인 것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대체불가능한 사람은 '나만의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분야가 도대체 어떤 분야여야 하는지, 꼭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지는... 스스로 계속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어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발견했다.
얼마 전 친구에게 추천받은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다능인'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다능인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것저것 찍먹해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거 참 내 얘기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위로를 받았다.
모든 사람들이 꼭 한 분야를 깊게 파는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에.
수많은 다능인들에게 '관심사가 다양해도 괜찮다'라고 말해주어서.
(외국 작가가 쓴 책이라 책의 실제 사례들은 좀 와닿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다능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했다.)
우리 사회에는 '전문가 신화'가 있다.
한 길만 오~래 판 사람들을 신격화하는 것.
nn년간 요리를 연구해온 장인,
oo분야 전문가,
oo업계 경력 nn년,
oo분야를 nn년간 연구해온 학자...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숭배하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한 분야를 오랫동안 판 사람들은 대단하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다.
그 끈기과 집념이란. (최근 흑백요리사를 보며 또 느낀다. 자신의 분야에 확신이 있고,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하지만... 반대로 어느 분야를 얇고 넓게 아는 사람들은 '전문가'소리를 듣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스페셜리스트를 더 쳐주는 것 같다.
나는 늘 '이것저것 해보는 사람=끈기가 부족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이 싫었다.
왜 한 우물만 파야하는데? 여러 우물을 파는게 더 안전하지 않나?
왜 이거했다가 저거했다 하면 안 되는데?
흥미가 금방 식는 게 꼭 잘못인걸까?
다양한 것에 도전하는 사람의 그 용기를 좀 쳐주면 안 되나?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끝이 없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고
나같은 사람들이 많으며, 이들을 칭하는 어떤 개념이 있다는 것에 소속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딴 얘기지만, 내가 어렸을 때 나에게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던진 어른들은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