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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Jun 08. 2021

작은 행복

소소히 생각하지 않으련다.

 작은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에게 몇 시에 일어날 거냐고 묻는다. 5시에 일어날 거라고 했더니 그러면 그때 자기를 꼭 깨워달란다. 평소 7시 30분이 되어야 일어나는 아이가 5시에 깨워달란다. 일어나서 무엇을 하려 하냐니깐 잠깐 깼다가 다시 잘 꺼란다. 그런데 왜 깨워 달라는 건지...

 얼마 전 자다가 쉬가 마려워 깼단다.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자려다 시계를 보니 3시였단다. 아직 잘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너무 행복했단다. 그 행복했던 기분을 잊을 수 없어 일부러라도 한번 깼다가 다시 자고 싶다는 것이다. 너무 귀여운 행복을 지켜주고 싶어 나는 내일 꼭 5시에 일어나야겠다.


 점심에 온라인 수업을 하는 큰 아이와 스파게티를 해 먹었다. 아침을 션찮게 먹은 아이는 스파게티를 허겁지겁 먹었다. 그러다 목이 메는지 우유를 한 컵 따라오더니 다시 자리에 앉으며 하는 말.

 "아직도 스파게티가 많이 남아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지금은 어렵지만 엄마와 자주 대중목욕탕에 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가 불린 몸을 박박 닦고 나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날아갈 것만 같다. 젖은 머리가 마르기도 전에 집에 도착한다.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캔맥주를 따서 숨도 안 쉬고 쭉 들이킨다. 날아갈 것만 같던 몸이 노곤하게 가라앉으면서 온 몸에 시원함이 쭉 퍼진다. 아! 행복하다.


 무언가 큰 것을 바라고, 그것을 얻어야만 행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은 기대에 비례해서 오지만은 안더라. 아주 작은 기대 또는 기대도 없던 곳에서 잠시 스치듯 지나가는 행복. 그것을 딱 잡아 캐치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잠깐의 순간에 잠깐 멈추어 있는 나에게 살짝 스며든 행복을 소소히 생각하지 않으련다. 가랑비 옷 젖듯 적시는 작은 행복을 쌓아보려고 아이들의 일상을 빌려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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