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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e Jan 28. 2019

풍덩, 사랑에 빠진 그림책

사랑에 빠졌거나, 사랑에 빠지고 싶거나.

흔히 그림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른이 읽으면 더 좋은 작품들이 많다. 가령 <나는 기다립니다>의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은 어른이 된 우리들의 마음을 쿵쿵 두드린다. 사랑에 빠졌거나 사랑에 빠지고 싶을 때 펼쳐보기 좋은 그림책을 소개한다.




<행복한 질문> 

글/그림 오나리 유코

내가 작은 벌레로 변하면 어떡할 건데?
당신을 위해 작고 예쁜 침대를 만들어줄게.

있잖아 만약에. 내가 10kg 살찌면 어떡할 거야? 내가 바람피우면 어떡할 거야? 내가 혼자 세계 여행을 가면 어떡할 거야? 왜 우리는 하지도 않을 거면서 당혹스러운 질문들로 연인을 괴롭히고 싶은 걸까?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사랑이 가득 담긴 달콤한 답변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책 속의 두 남녀는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사실은 여자의 핵폭탄급 질문에 남자가 캡틴 아메리카 방패 뺨치는 방어술을 보여주는 내용이 더 정확하겠다. 남자는 여자가 곰이 되면 아침밥으로 꿀을 준비하고, 나무로 변하면 옆에서 텐트를 치고 살겠다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사랑스러운 답변이 가득하지만 나는 "내가 청소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라는 질문에 "당신이 너무 깔끔하면 곤란한데..."로 시작하는 답변에 반해버렸다! <행복한 질문>은 누군가에게는 상상력을 발휘해 연인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을, 누군가에게는 난감한 질문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123> 

글/그림 밤코


1only 깊은 밤하늘을 보며 아빠는 외로웠어


1초라도 안 보이면. 2렇게 초초한데 3초는 어떻게 기다려!  요즘 아이들에게 '상어 가족'이 있다면 90년대 생 초딩에게는 '숫자송'이 있었다. 나는 분명 그림책을 읽는데 이상하게 자꾸 숫자송이 귓가에 울려 퍼진다. '1only 깊은 밤하늘을 보며 아빠는 외로웠어', 'day by da4 아빠와 엄마는 많은 날을 함께했어'처럼 숫자와 글자를 조합해 이야기를 펼친다.


엄마와 아빠가 만나 아이를 탄생시키기까지의 과정을 1에서 10까지의 숫자로 그렸다. 사실 책을 읽다 보면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사랑스러우니까 용서하는 걸로! 섬유미술을 전공한 작가가 종이를 한 조각 한 조각 잘라 붙여 인물들과 배경을 표현했다.




<콩깍지북> 

글/그림 고향희


옷의 라벨 좀 보여줄래? 
역시 생각했던 대로 천사표구나.


 "사랑해"라는 말을 쑥스러워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대신해보자. 실제로 내가 (지금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선물했던 책이다.(눈물) <콩깍지북>이라는 제목처럼 달달하고 오그라들며 닭살 돋는 멘트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한글 문장을 영어로도 표기해 같은 메시지를 살짝 다르게 표현한 부분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촌 한옥마을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콩깍지북>을 펴낸 출판사 껌북바나나 서점에 들르길 추천한다. <엄마>, <아빠>, <고마워> 등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기 좋은 책이 가득하다. 빨간색 봉투도 함께 증정해 책을 담아 선물하기 좋다.




<나는 기다립니다…>

 다비드 칼리 그림 세르주 블로크




나는 기다립니다. 편지 한 통을.


수줍은 듯한 제목, 행복해 보이는 남자의 표정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한 방 먹었다. 이야기는 한 남자의 삶의 끈을 따라서 그리고 빨간색 털실을 따라서 이어진다. 키가 크길 기다리던 꼬마 아이는 군인이 되어 전쟁터에 나가고, 사랑에 빠지고, 아이도 생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자가 기다리는 것은 변해간다. 달콤한 케이크에서 연인의 편지로, 자녀의 안부 전화로.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내가 기다리는 것은 뭘까 생각하게 된다. 요즘의 나는 금요일 퇴근 시간, 팀 프로젝트의 성공, 인스타그램의 하트를 기다리는 것 같다. 펜으로 거칠게 그린 손그림 위에 붉은 털실은 머플러,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전화기 선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며 존재감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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