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 오행을 상징하는 각 두 명씩의 인물들이 소개될 때부터 장손에게 전화가 오기까지는 탄탄하게 빌드업되는 스릴이 참 좋았다. 유리에 비치거나 꿈에서만 접하게 되는 귀신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손에 땀을 쥐게 되었다.
문제는 그 서늘함이 금방 잦아들고 영화가 뜨겁게 불타면서 시작된다. 조상의 관을 불태우고는, 또 인부의 동티를 해결하기 위해 귀신 머리를 한 뱀을 불태우고는, 그렇게 허무하게 문제가 해결되고는, 적나라하게 보이는 도깨비불 괴물이 나타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는 이제 네 명의 전문가들은 파워레인저로 전락해버렸다. 그들에게 기대되는 남다른 감각이나 그로테스크한 모습들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정의감과 동료애 가득한 요원들이 되었다.
한편 머릿속 의심이 땅속 오니가 튀어나오듯이 감출 수 없이 솟아났다. 그렇게 커다란 실체를 두고 네 명이 싸우는 외에 아무 일도 없다니? 그 쇠말뚝의 존재가 그렇게나 치명적인가? 오행이 그렇게 중요한 열쇠였다면 빌드업을 해줄 순 없었을까? 직업윤리가 투철한 지관의 입장에서는 그 쇠말뚝이 존재힐다면 당장 뽑아내고 싶을 수도 있다. 최민식 배우가 이순신이던 시절이 생각났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관객들은 스릴 넘치는 공포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이지, "우리 후손들의 땅"에 남아 범의 허리를 끊고 있을지도 모르는 "1%의 가능성"을 없애겠다는 애국심 가득한 전투를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관 세 개가 F 모양이었으면 열심히 공감해줬을 텐데, 두 개가 T자 모양으로 있었으니 냉철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