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음원 라이선스를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해서 알면 도움이 되는 배경지식과 하면 좋은 것들을 알렸다면 여기에서는 이것만은 제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법한 것들을 '자주 묻는 질문'의 차원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예시 속 지명 등은 허구를 담을 수 있으나, 예시 안의 사례는 놀랍게도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1. 목적이 없는 메신저 형 이메일
"Adele의 Rolling in the deep을 쓰고 싶습니다. 답신 주세요."
사실 이 부분은 기초적인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공적인 이메일 선상에서 많이 보일 수 있는 유형이다. 도대체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 걸까 싶기도 했다. 상대측에서 저렇게 한 줄만 쓰면 Chat GPT처럼 알아서 문단형의 정보를 제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일까, 아니면 이런 문의를 여러 번 해본 사람이 아닐수록 쑥스러워서 그러는 것인가. 물론 이렇게 메일을 보내도 회신 연락은 올 수 있다. 다만 여러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몇 배로 더 써야 한다는 사실과 그에 따른 서로 간에 느낄 수 있는 피로도가 있을 수 있다. 저 한 줄을 보낸 사람 입장에서는 "아니 내가 이렇게 서두를 열었으면 전문가답게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아서 자세히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대 "상세 정보를 알아야 정확히 안내를 할 수 있는데 좀 자세히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의 입장 대립이 발발하는 것이다. 문의에 대한 목적을 뚜렷하게 밝히고 그에 대한 안내를 요청하는 것이 서로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되새기도록 하자.
2. 지금, 당장, 롸잇 나우
"제가 급해서 그러는데 지금 바로 확인 후 연락 주세요"
이런 유형의 연락의 경우 십중팔구 한 시간 이내로 반복적인 연락이 온다. 확인하셨나요. 언제 해주실 수 있죠. 왜 지금 바로 안 되나요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부가 질문사항이다. 우리는 서로 사회인이며 각자 속한 조직에서 맡은 업무, 진행하고 있는 업무가 있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사항일 수 있으나 마치 내가 전화한 문의는 문의하자마자 확인 작업에 착수해서 곧 알려줄 것만 같다. 필자는 이것을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이 잘못 들인 버릇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려 본다. 물론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져서 문의를 했는데 마침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터라 바로 확인해서 응대를 한다던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해당 문의를 받은 상대 직원도 하고 있는 업무 중에 문의를 받았을 확률이 높다. 모든 업무는 순차와 우선순위를 기반으로 진행된다는 점, 그리고 인간의 진행 능력에는 시간과 체력의 물리적인 한계가 있음을 기억하도록 하고 하루 정도는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 보도록 하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빨리빨리의 민족이니까.
3. 하이패스형 건너뛰기: 본사를 찾아서
"여기서 안된다고 하면 본사에 연락하면 되죠? 본사로 연락하겠어요."
앞서 서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라이선스 가능 여부에 대한 합을 맞춰봤다. 안타깝게도 활용 범주 설정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타협이 되지 않거나, 모든 권장 금액까지 협의가 되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창작자의 고유권한으로 승인 거부가 일어나서 통지하는 경우 드물게 오는 반응 중 하나다. 간혹 가다가 이런 반응에는 어떤 전제가 깔려 있는가 조심스럽게 유추를 해보니, 거절에 대한 통지가 왔을 때 비용적인 부분이 다르거나 원하는 매체 범주보다 축소되어 승인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 마치 신청자 입장에서는 창작자는 괜찮다고 했을 수도 있는데, 중간에서 관리하는 음반사 또는 권리 대행사에서 거품 뻥튀기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의 눈초리가 가는 것이다. 마치 거짓말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는 승인 거절 사유를 듣고 나면 "내가 직접 물어보고 직접 답을 들어야 하겠어!"와 같이 "돈을 낸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요? 내가 처음 보는 당신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의 분위기를 풍기며 하나의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과 같다. 물론, 그렇게 해서 본사에 직접 연락한다고 할 때 굳이 말리지는 않는다. 다만, 그 문의는 시간을 타고 흘러 다시 국내 관할 지사로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점을 얘기해 주고 싶었다. 마치 닥터스트레인지의 도르마무 현상처럼.
4. 라이선스 답정너: 난 이걸 이미 쓰기로 했어요
"근데 이미 이 음원을 쓸 거라고 정해서 모든 영상 작업이 그에 맞게 끝났는데요."
대부분 주님(광고주)의 최고봉인 윗 어르신께서 한 음악에 꽂힌 경우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얘기였다. 그럴 때면 모든 음악은 승인이 나야지만 쓸 수 있다는 안내를 하며 돌려 말하거나, 어찌어찌 타협의 대화를 몇 번 오갔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진행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렇게는 하실 수 없다고 거절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 음악을 쓰기로 한 결정을 기반으로 모든 것이 준비가 되었고 영상 공개까지 시간이 없으니 승인을 내달라며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오는 상대측의 얘기를 들을 때면 한 겨울에도 머리가 따뜻해지고는 했다. 그럴 때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하는 부드러운 한국식 거절표현이 안 먹힐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지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지 않냐며 나도 모르게 실낱같은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과는 다르게 단호한 "안됩니다. 불가합니다. 하시면 안 됩니다"를 내뱉고 차라리 내가 예의 없는 사람이라는 누명을 쓰도록 한다. 물론 상부에 가서 거절 통지를 받은 사실을 보고해야 하는 사람의 안녕을 빌어주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이런 자연스러운 사실까지 되새김할 필요가 있다. 남의 것을 사용할 때는 남의 허락이 있어야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소유자인 남이 싫다고 하면 그 어떤 경우에서도 그것을 밀어붙이거나 나만의 방식으로 강제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5. 커스터마이징: 나의 기준이 곧 너의 기준
"라이선스 계약은 제 기준에 맞춰서 진행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계약 단계쯤 되면 이런 말이 나올 수가 없는데 희한하게 나오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이럴 때는 마치 재래시장의 '덤' 문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내가 이렇게 범주도 다 맞췄고, 그에 맞는 라이선스 비용도 지불하니까 계약을 할 때 특정 사용 허락 범위에 대해서는 편의를 봐 달라고 하는 것이다. 주로 이런 부분은 되려 라이선스 권리자가 아닌 사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미루어 얘기하는 경우인데, 정말 드물게는 계약 이후 사용을 조기 중단하게 되었을 경우의 환불 조치라던가, 혹은 사용자 측에 외주 협업체가 있어 사용 권리의 범주를 확장하는 측면이라던가, 그에 따른 연대책임에 따른 조항 같은 부분들이 많았다. 사용 허락을 구하고 사용을 허가하는 관계에서의 계약은 사용을 허가하는 측의 조건과 규칙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속담처럼 누군가의 창작물을 가져다 쓰고 싶으면 창작자의 기준에 따르는 것이 맞는 부분인 것이다. 그거 너무 일방적인 거 아니냐고 화가 날 수 있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의해 가져다 사용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만약 필요 상황보다 그런 답답한 상황이 더 못 견디는 때가 온다면 사용하지 않으면 서로 그저 그만인 것이다. 동남아 야시장 외국인 흥정하듯 "안 사요~" 하면 "아라쒀 잠깐만~"하며 소맷자락을 잡는 상황도 아닐뿐더러 서로 속한 규정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것뿐이니 서로 마음 상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