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었는데
어느 날들의 모습들을 통해
스며들 듯 꽤 오랜 시간 좋아했어요.
부질없나 싶다가도 한 끗 설렘에
좋은 글귀와 향을 나누고 싶었고
스크린에서 보는 얼굴이
그때 그 순간들을 함께 떠오르게 해서
정말이지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마음만 가득해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했고,
흐르는 시간 따라 영겁 같은 10년이 흘러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에 묻혀
나라는 사람의 흔적은 없다 해도 괜찮았는데.
10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아닌 척 태연하게 굴려고 했지만
문을 열어주는 모습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나를 기억하는 듯한 첫마디에 기뻤는데.
그런데 내 일을 사랑하는 나를 앞에 두고
무관한 말을 잔 돌멩이 던지듯 해서
10년 전 예쁜 나의 기억에 생채기가 났을 때.
정말 좋아했는데,
내가 좋아했던 그 모습들은
10년의 세월에 흩어진 걸까요,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