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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줍음 Jul 25. 2023

나의 첫번째 명함, 풍선장식가! 그리고 리본공예 강사

세상을 향한 딸기엄마의 도전_ 두 번째 이야기

<7> 나의 첫번째 명함, 풍선장식가! 그리고 리본공예 강사


P문화센터에서 자격증 3개 과정을 수강하면서 종종 원장님을 따라 현장에 갔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이른 봄날, 원장님이 강원도 행사장에 가자고 했다. 나는 아이들을 옆라인에 사는 절친 L언니에게 맡기고 다녀왔다. 그 때 처음으로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 공기를 들이마신 것 같았다. 하루종일 엄마 얼굴을 못 보고 놀던 아이들은, 저녁 무렵이 되어 도착한 엄마에게 달려와 안겼다. 꽤나 더웠던 어느 늦봄 토요일에는 수원시 지동에 있는 엄청 큰 교회에 가서 꽃장식을 돕고 오기도 했다. 풍선공예반 선생님의 추천으로 안산에 있는 이름이 매우 특이하고 예뻤던 어느 중학교에 가서 여러 강사 중의 한 명으로 참여하여 풍선공예 수업을 하고 오기도 했다.  또 함께 풍선장식가 일을 준비하는 언니들과 함께 오산에 있는 대형 뷔페에 가서 풍선장식을 하고 오기도 했다.


그렇게 한창 의욕에 불타오를 즈음, 어느 날인가 꿈을 꾸었다. 내가 어떤 산 중턱에 있는 절 같은 곳에서 커다란 잔칫상 같은 큰상에 잘 차려진 음식을 대접받는 꿈이었다. 꿈이 참 평상시에 꿔본 적이 없는 신묘한 꿈이라고 여기는 데, 갑자기 풍선공예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본인이 담당하는 뷔페 중 작은 규모의 한 곳을 내게 물려준다는 것이었다. D한정식 뷔페는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15분 거리에 있었다. 대형 웨딩홀이나 뷔페에 비하면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한정식집이어서 내가 혼자 경력을 쌓으며 시작하기에 딱 좋은 곳이라고 여겨졌다. 나는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하였고, 2005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D한정식뷔페 전속 풍선장식가 일을 하게 되었다.


풍선장식가 일은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어떤 행사인지? 어떤 콘셉트의 디자인을 원하는지? 헬륨을 사용하길 원하는지, 안 하는지? 등과 비용을 확인한다. 고객의 요청사항에 맞는 디자인이 있다면 맞춰드리고, 없다면 내가 디자인을 제안하거나 알아서 준비하면 된다. 행사는 주로 금, 토, 일 오후나 저녁에 예정되어 있으므로 나는 평일에 디자인 시안을 구상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사다 놓았다. 헬륨 사용을 희망하면 미리 헬륨 통도 충전해 놓아야 했다. 행사 당일 현장에서 최대한 빠르게 세팅을 하기 위해서는 행사 전날 밤이나 아침 시간에 풍선장식에 필요한 밑작업들은 미리 해갖고 갔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큰 풍선이나 캐릭터 풍선 위주로 불어서 설치하고, 헬륨풍선은 유효시간을 최대한 길게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에 띄우는 식이었다.


그렇게 내가 구상한 대로 행사 장소와 행사의 성격, 분위기에 맞게 풍선장식을 마치고 나면 성취감과 함께 매우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풍성장식이 완료된 행사장 사진을 요리조리 찍고 뒷정리까지 마칠 때면, 행사의 주인공들이 나타난다. 예쁘게 장식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한정식 뷔페 데스크에서 그날의 페이가 담긴 현금 봉투를 받고는 했다. 현장에 갈 때는 주말에 쉬는 남편이 차로 데려다주었다. 차의 트렁크에는 밑작업을 한 풍선다발을 한가득 싣고, 뒷자리에는 아이들을 태우고 갔다. 남편과 아이들은 근처에서 기다리며 몇 시간 동안 놀다가 내가 일이 끝나면 픽업을 해서 돌아오는 식이었다. 가끔은 내가 전속으로 일하던 D한정식 뷔페가 아닌 코엑스 같은 곳에 일을 하러 가기도 했지만 그런 날은 흔치 않았다.       


리본공예 수업 역시 나에게 리본공예를 가르쳐주시던 H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넘겨받았다. 선생님께서 중간에 사정이 생기셔서 본인이 맡고 있던 의왕에 있던 B중학교 수업을 넘겨주신 것이었다. 리본공예 수업 역시 2005년 9월부터 담당하게 되었다. 한 달에 2번, 방과 후 CA수업시간에 리본공예를 신청한 학생들에게 리본공예품을 만드는 걸 알려주는 수업이었다. 리본핀이나 볼펜장식, 포푸리나 핸드폰 고리 장식 등 리본이나 소품 등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만들었다. 리본공예 수업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었기에 미리 한 학기 커리큘럼을 세우고, 그에 맞는 수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동대문상가에 가서 미리 리본이나 부속이 되는 재료들을 다량으로 구매해 와서 나는 수업전날 아이들 숫자에 맞게 재단하고 소분하여 가져갔다.


리본을 접어 빵끈으로 고정하여 리본으로 감싼 다음 글루를 이용하여 핀을 만들기도 하고, 리본으로 예쁜 장미꽃을 접기도 했다. 실과 바늘을 이용해 꼬불꼬불 리본의 컬을 잡아 꼬매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귀엽고 예쁘고 생활에서 사용할만한 다양한 소품들을 만드는 수업은 그 만의 재미가 있었다. 풍선장식을 할 때의 나는 좀 더 편안한 옷차림으로 빠르고 실수 없이 시간 안에 장식을 끝내는 것이 목표였다면, 아이들과 리본공예 수업을 하는 나는 좀 더 우아하고 예쁘고 친절한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새해가 바뀌고, 2006년부터는 의왕에 있는 B중학교 외에 한 곳에서 더 수업을 하게 되었다. 당시 집에서 아주 가까운 수원시 S중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의 진로계발활동 강사들을 대거 모집하였고, 나는 리본공예과정으로 지원하였다. 이전 중학교에서의 경력이 있어서인지, 나는 리본공예반 강사로 선발되었고, 많은 강사들과 함께 교장실에서 1년간의 명예교사 위촉증을 수여받았다. S중학교는 한 달에 한번, 토요일 오전에 수업이 있었고 집에서 정말 가까운 거리여서 걸어 다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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