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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줍음 Apr 02. 2024

자유와 불안은 동전의 양면

프리랜서+사장님 이야기

‘약 2주 전부터 연락이 올 때가 되었는데... 왜 연락이 없으시지?

내가 먼저 연락해 볼까? 나도 바쁜 일 좀 지나고 연락하자, 곧 연락 주겠지.’ 했었다.

오늘 드디어 공사 담당자에게 안부인사 겸 올해 사업을 슬슬 준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연락을 드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미 다른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네?”

내가 놀라서 되물으니, 담당자가 하는 말, 

새로 온 팀장님께서 감사팀 출신이신데, 이미 3년 연속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업체와 더 이상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더군다나 소액계약 건도 아니고 여성기업으로 진행하는 수의계약은 더욱 꼼꼼히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올해 사업은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여 진행하도록 하셨다는 것이었다.    

 

내가 진행하는 사업은 3년 동안 해마다 담당자가 바뀌었지만, 내가 진행한 사업에 대한 참여자들, 담당자들의 만족도가 워낙 높아, 나는 영광스럽게도 3년 연속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작년 12월에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올해에도 잘 운영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뒤였었다. 나 역시 대학원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마지막 수료학기이고 바로 학위논문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기에, 솔직히 더 이상 일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기존의 고객님들과 하던 사업 위주로 진행하면서, 프리랜서 강사와 면접관 활동, 겸임교수 활동으로 나의 커리어와 소득을 채우려 했었는데... 나의 올해 매출 비중 중 가장 큰 계획이 펑크가 난 것이었다.    

 

“아 네, 그렇게 되었군요! 팀장님께서 그렇게 결정하셨다니, 할 수 없죠 뭐.... 알겠습니다. 저도 대학교에 있을 때 충분히 경험해 보아서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쉽게 되었네요. 미리 연락을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다음에 또 도움이 필요하실 때 연락 주세요.”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항상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작년에 12월에 간담회 진행할 때만 해도 새해에는 더욱더 많은 학교와 학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예산을 증액해서 진행해 보자고 하셨고, 나는 그 말씀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다니!!! 이래서 내 마음이 불안해진 것이었구나. 전화를 끊고 나니 가슴 한편이 왠지 허전해지면서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내일 저녁까지 과제를 하기 위해서 어서 책을 읽어야 하는데... 가슴은 뛰고 머리 회전은 빨라지며, 더 이상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최근 페이스북에 사무실 이야기를 올린 김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대표는 2015년 전문강사 활동을 하면서 처음 만났고, 나와 나이도 같고 고향도 같아서 막역하게 지내면서 함께 자주 일도 하던 사이였다. 

‘도대체 지금 나만 일이 없는 건가? 작년에 김대표랑 하던 사업이나 일감 등은 올해도 유효한 건가?’ 알아봐야 했다. 그런데 김대표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작년에 하던 국민취업지원제도, 재취업지원서비스 기업컨설팅, 기업면접관 교육 등 대부분의 주요한 사업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대학교에서의 강의요청이 끊긴 것은 더 먼저였고, 전문면접관 활동도 계속 같은 곳을 갈 수 없기에 일을 받을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작년에 소개해준 대학교 겸임교수 출강이 그나마 유일한 고정 아르바이트 자리라고 했다. 이마저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며, 정말 다행이고 고맙다고 다시 한번 밥이라도 사고 싶다고 말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매우 격하게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나도 내가 하는 일 중에 제일 가성비 낮은 일이어서, 작년에는 꽤 내적갈등도 했었다. 솔직히 올해 겸임교수 마지막 해를 채워야 하나 고민도 했었는데... 이마저도 안 했더라면 나야말로 정말 백수일뻔했다는 안도감이 들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일이 없거나 끊긴 사람이 우리뿐만 아니라, 유대표님과 김이사님도 다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프리랜서 강사들은 일감이 확 줄어든 듯 것 같다. 나는 그나마 운 좋게 3년 내내 같은 기관의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어서 큰 타격감을 못 느꼈을 뿐, 이미 다른 강사들은 1,2년 전부터 만나기만 하면 호소하던 어려움이었다. 다른 분야의 강사들은 잘 모르겠지만, 특히 우리 일자리 분야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주도로 진행되는 공공성 사업이다 보니 청년층이든 경력단절여성이나 중장년층이든, 시니어층이든 각 계층에 대한 일자리나 취업지원 업무를 하는 곳에서 책정된 예산으로 사업이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예산 규모에 따라 일이 있거나 없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통화를 하면서 연신 어떻게 하냐를 연발했다. 나의 머리 역시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박사과정 공부한다는 핑계로 너무 안일했었다는 반성이 밀려왔다. 신규 영업도 안 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교류도 미뤄왔었다. 쓰고 싶은 책도, 블로그나 브런치에 쓰고 싶은 글들도, 개발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미루면서 오로지 대학원 수업과 졸업요건을 갖추는 데만 집중했었다. 올해까지만, 내년에 학위 취득할 때까지만, 그렇게 지내고 싶었는데! 더 이상 인바운드 강의만 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강한 위기감이 들었다.      


다음 주 수요일에 있을 종합시험을 무사히 치르는 것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고, 연이어서 과제까지 하고 난 뒤,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준비를 해야겠다.     


1. 메일을 보낼 명단을 작성한다. 과거 나의 고객이자 동료였던 사람들에게 이참에 메일로 프로필과 제안서도 보내고, 카톡으로 안부도 묻고, 순차적으로 만날 약속도 정해야겠다.

2. 4월 둘째 주부터는 매주 이틀씩은 영업이나 콘텐츠 제작 등에 시간을 할애해야겠다. 그동안 미뤄왔던 책 쓰기, 프로그램 개발 등을 하면서 잠재 고객들을 확보할 준비를 해야겠다. 

3. 그렇지만 유연함은 필수!!! 나는 박사과정 공부하는 사람이고, 올해 학위논문을 써서 내년에 졸업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논문 준비에 더 시간을 써야 한다면, 영업과 콘텐츠 제작은 1일로 축소할 수도 있다. 계획표를 짜보자!!!                                             


공부하는 사장님 스케줄표


파란색 셀은 나의 일과 학업에 대한 고정패턴이다.

분홍색 셀은 내가 확보해 놓은 최소한의 운동시간이다. 

노란색 부분이 신규로 계획한 영업과 글쓰기 시간이다.

나머지 색깔 음영이 없는 곳은 영업과 콘텐츠 제작, 논문 준비, 운동 등 그때그때 상황의 중요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동할 계획이다. 

사실 그동안 3년간은 따로 영업이 필요 없었기에 일이나 공부, 운동을 위해 전적으로 사용하던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이렇게 계획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겠다.     


4. 오늘의 경험을 통해 새삼스레 발견한 나의 자원을 정리해 보았다! 사실 이것도 매우 큰 소득이다!!!

(1) 나는 찾아가고 만나고 싶고, 메일을 보낼 옛 친구와 고객님들이 있다. 비록 그들이 거절할지라도~ㅎㅎ

(2) 김대표처럼 편안하게 일과 관련하여 대화할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들이 있다.

(3) 잠시 불안했지만 금세 평정심을 회복하는 회복탄력성이 있다.

(4) 나는 문제상황을 직시하고 빠르게 대안을 세울 만큼 에너지와 실행력이 있다.

(5) 나는 과거에 난관을 극복하고 성과를 도출했던 성공경험과 자원을 갖고 있다.

(6) 나는 기존의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상황에 도전하여 결과를 창출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도전의

     식이 생기며, 설레고 재밌고 기대감이 생긴다.

(7) 어쩌면 내가 미뤄왔고 포기해 왔던 책 쓰기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전화통화 이후 빠르게 정리된 나의 의식의 흐름이었다! 그 때 한창 실존 심리치료 이론을 공부하고 있던 터라,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한 문장을 남기고 싶다.


'불안은 실존의 일부이며, 성장하고 창조를 계속하는 인간은 누구도 그것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현대심리치료 3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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