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스트

by 강현


비교적 최근에 생긴 변화를 말하자면, 냉장고 문을 더럽힐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자칭 미니멀리스트인 나는 빈 공간이 많은 것을 선호한다. 바닥이니 벽에 공백이 많아야 한다. 냉장고 문에 여행 기념품으로 사 온 자석 따위를 붙이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정신 싸나우니까

그보다는 더 내가 추억 수집가가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록을 하거나 추억이 있는 물건을 모아두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냉장고 문에 하나 둘 붙여지는 것이 늘기 시작했다. 사진, 친구가 보내온 엽서, 지내던 동네 상점의 자석 등 추억이 담긴 것들이.

냉장고는 집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집의 구조상 항상 냉장고 앞을 지나쳐 걸어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르헨티나를, 비가 오는 타이베이를, 내 첫사랑 포틀랜드를, 호주와 그곳에 남겨두고 온 친구를, 태국에 있는 모녀를, 생각한다.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나는 행복한 상태이다. 불행한 나는 좋은 추억도 그리운 사람들도 없다.

그리운 장소며 친구들을 매 순간 떠올리며 지내는 요즘 마음이 참 좋고 그렇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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