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서울

by 강현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서울에 도착했다.

호주에서 계약하고 준비해 둔 서울 집에 짐을 풀고 아이들은 14시간 만에 케이지 밖으로 나왔다. 루씨와 스카이는 뻐근한 몸을 충분히 스트레칭하고 이곳저곳 탐색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화장실과 당장 필요한 생필품만 사놓은 터라 가구도 없이 휑한 집이었다. 아이들이 낯선 마음에 어딘가 숨고 싶어도 그럴만한 곳이 없었다.

갑자기 변한 기후와 환경 등 많이 낯설 텐데 숨을 곳도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웬걸 두 고양이는 집안을 편하게 설렁설렁 돌아다녔다. 수학여행을 온 아이들처럼 설레 보이는 얼굴로.


추웠던 멜버른의 날씨와 달리 한국의 구월초 늦여름은 여전히 더웠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여름밤의 공기에 나는 기분이 들떠버렸다. 우리를 픽업해 온 친구와 나는 밥을 먹고 잠시 동네를 산책하며 얘기를 나눴다.

그날 밤 우리 넷은 거실에 이불을 대충 깔고 함께 잠들었다. 입주청소된 무향의 집에서 바스락한 새 이불의 감촉을 느끼며. 여름밤의 선선함에 마치 어디 놀러 온 기분으로.

앞으로는 없을 아마 인생의 가장 큰 이사를 마친 나는 노곤함에 다음 날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잤다.

친구는 일어난 나에게 밤새 집 앞에서 길고양이들 패싸움이 있었다고 했다. 창밖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루씨와 스카이의 동공은 지진나 있었다고.

그래 아마도 너희에겐 이게 가장 큰 변화일 거다. 너희는 앞으로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익숙해져야 할 거야. 너희가 얼마나 특권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여기서 실감하게 될 것이다.



한국으로 귀국을 결정하며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아이들이었다. 장시간의 비행과 경유, 케이지에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과 그 이후에 겪을 환경의 변화에 아이들이 아파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거기에 동물권이 호주 같지 않은 한국에서 애들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어 이사를 준비하는 몇 달 내내 나는 초췌할 만큼 예민해져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괜찮을 줄은 사실 몰랐다. 이 말은, 호주에서보다 애들의 텐션이 좋다.

어떤 상황에서도 개냥이인 루씨와 달리 스카이는 겁이 많고 예민했다. 나 외의 사람은 대부분 불편해했었다. 그런 스카이가 서울에 온 이후로 변했다.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놀러 와도 그 사이에서 배를 드러내고 논다. 이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숨거나 피해있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나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곳의 공기가 잘 맞나 했는데 엄마가 말했다.

“니기 편해 보이니까 “

“니가 편한 언어로 편한 사람들과 같이 이러고 있으니 애들도 불안한 게 없는 거지”


아, 잠깐 띵하게 슬펐다.

몰랐지만 나는 타지에서 늘 작게든 크게든 긴장상태에 있었던 거다. 좋은 친구들이 있고 적응도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완벽하게 편안한 상태일 수는 없었나 보다.

돌아온 이유가 그렇듯이.


그리고 아이들이 기특했다.

적응을 잘해준 것도 고맙고, 내가 그런 것처럼 너희도 내가 행복하면 좋은 것도 고맙고,

앞으로 너희의 행복을 위해 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더 행복해지겠다고, 다시 다짐하면서.

함께 서울에서 우리 더 행복하자고 계속계속 말해주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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