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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x Seo Sep 17. 2020

외국계기업 문화-회식, 점심시간에 하면 안돼?

현직자가 말하는 외국계기업 - 문화 (Culture)

내가 신입사원이었던 시절부터 제법 고참이 된 지금까지도 정말 싫어했던 것이 하나 있다. "회식"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일과시간 이후에 모여서 하는 "회식"이다. 


내 첫 회사는 외국계 제약사였다. 분명 스위스계 제약사였지만, 10여년 전의 외국계기업은 상당부분 한국형 기업문화가 잔재해 있었다. 회식문화도 그 중 하나였다. 한달에 한번꼴로 업무시간이 끝난 후에 회식이 있었고, 팀 막내로서 나는 회식장소를 물색하고 팀 선배들의 회식 참석을 독려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렇게 회식이 시작되면 임원과 상사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앉으려고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하지만 늘 가장 괴로운 임원의 옆자리는 막내가 희생해야 한다. 그렇게 가시방석같은 자리에서 주는 술 다 받아마시다보면 그저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기본적으로 음주와 가무를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종류의 회식시간은 말 그대로 지옥같았다. 

직장생활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회식을 하는 표면적인 이유들을 알것 같긴하다. 분명 "팀 단합"이라는 측면에서 잇점이 있기는 하다. 술이 한잔씩 들어가면 속내를 이야기하게 되기 마련이니. 그렇게 허심탄회하게 서로간의 얘기를 하게 되면, 분명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는 면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조금 더 깊은 인간관계는 업무관계를 좀 더 쉽고 유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과 후 회식은 개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희생해야만 한다. 업무 시간 이후의 삶은 명백히 회사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아니, 오히려 다음 날의 효율적인 업무 능률을 위해서는 존중해줘야 하는 시간이다. 이 귀한 시간을 희생하더라도 동료들간의 화합을 다져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뭐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다수의 팀 회식이라는 것이 그 자리에 참석하는 최고상사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허다하니 누구를 위한 회식자리인지 알 수가 없다. 이모양이다보니, 동료들간의 화합을 그냥 동료들끼리 삼삼오오하는 술자리로 대신하게 된다.


내가 경험한 지난 몇 개의 회사들은 회식문화라는 측면에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일과시간 이후의 시간은 개인의 사생활이니 침범하지 않는다. 회식은 점심시간을 이용한다.


둘째, 점심시간에 하는 회식도 개인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니, 목적을 분명히 하고 목적에 충실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한다던지, 혹은 승진을 축하한다던지, 춣산을 축하한다던지 하는 경우이다.


셋째, 이 때의 주인공은 그 회식의 목적에 따른 구성원이다. 생일자, 승진자 등을 위한 시간이지 그 자리에 참석하는 최고 상사 눈치따위 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점심회식이 저녁회식에 비해 불합리하거나 모자라는 점을 찾을 수가 없다. 개인의 사생활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팀내 대소사를 챙길 수 있고, 팀원간의 화합을 증진시킬 수 있다. 심지어는 회식이 끝나는 시간까지도 칼같이 정해져있다.


일과 후 회식, 과연 누구를 위한 문화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글 | Max Seo

메일 | itsallyoursma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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