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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s Connector Nov 15. 2021

오페라 같은 캄보디아의 전통 결혼식

하객의 패션은 신랑 신부만큼이나 화려하고 빛나게

현지인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이 상당히 강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유지발전 시켜 나가는 민족이다.  건국설화에 나오는 풍습들을 아직 유지하고 있고, 기원이 같은 문자를 쓰고 있는 태국이 간소화 해서 쓰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나라는 여전히 과거 글자체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7일 동안 결혼식을 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최근엔 약식(?)으로 1일로 축소해서 결혼식을 치르기도 하지만 여전히 전통 3일 결혼식을 고수하는 분들도 많다.  지난주 결혼식에서 나를 초대한 지인이 내게 물었다 "한국과 캄보디아의 결혼식 문화는 어떻게 다른지...".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허례 의식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결혼식이 보통 1시간 이내에 끝난다고 했다.  놀라는 눈치다.      




종합예술, 캄보디아의 결혼식


우리는 흔히 한 편의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캄보디아의 결혼식도 종합예술이라 정의할만하다.  나는 여러 차례 결혼식에 참가했지만 이번처럼 아침 7시에 도착해서 오후 1시까지 참관을 한 적은 처음이다. 가히 8막으로 구성된 한 편의 화려한 오페라를 관람하는 듯했다.  



직장생활에서 마케팅, 디자인 및 브랜드 관련 업무를 오랜 하다 보니 의상이나 장신구 등 디자인 관련 디테일을 주로 살피는 경향이 있는데, 현지인들의 디자인 안목과 예술성의 taste는 아주 높다. "가냘픈 선의 미"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미적 기준과는 달리 "화려한 디테일의 미"라고 할까... 현지인의 미적 감각은 좀 더 연구해서 말씀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우리나라와 다른 이문화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신랑 신부 결합(삐티쩡다이) 의식
캄보디아 결혼식 순서 - 출처,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진실 1.    도로를 점거한 결혼식 텐트와 확성기의 노랫소리에 잠 못 드는 밤


가끔 프놈펜 시내를 운전하다 보면 좁은 도로에 하얀 텐트를 치고 결혼식을 치르는 경우가 있다.  축하할 일이지만 그 도로를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과 밤새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3일간 계속된다.  우리 같은 외국인이야 가장 큰 피해자긴 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다.  현지인들은 타산지석의 마음에서 이해해 주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워낙 흥이 많은 민족이라 고성방가와 춤사위에 관대하다.  우리 회사 전 직원들을 데리고 씨엠립 호텔에 워크숍 차 단체로 숙박할 때, 호텔 정문 마당에 가라오케 무대를 설치하고 노래를 불렀지만 컴플레인하는 투숙객은 없었다.  그들의 문화인 것이다.   



진실 2.    근친결혼


지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처남과 조카가 결혼한단다.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다시 물었다.  누구와 누구?  Brother-in-law and cousin, 캄보디아에는 "근친결혼"이 많다.  선대왕인 시아누크 국왕의 경우, 어머니도 그리고 왕비도 재종 혹은 삼종 고모들이며, 특히 국왕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배다른 남매간이기도 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지정해준 배우자와 정략결혼을 한다. 즉, 전략적으로 근친결혼을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로 최소한의 하객으로 진행된 결혼식


여러 글들을 찾아보니 "우성인자"를 찾기 위함이라고도 하고, 가까운 사람끼리 결혼해야 상부상조가 원활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캄보디아에서 6년 이상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전자가 더 설득력이 있다.  사실 캄보디아는 개천에서 용 나기가 쉽지 않다. 부와 지적능력이 대물림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근거로 공무원은 매관매직이 가능하다.  전체 인구도 약 1천5백만 수준으로 적다.  열악한 생활환경과 교육환경을 감안할 때 고학력의 지적능력이 우수한 인구의 절대수는 낮을 것으로 추론 가능하다.  즉, 우성인자를 가정형편이 비슷한 수준에서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근친혼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런 풍습은 시간이 갈수록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곳도 한국만큼이나 교육열이 높다.        


현지인들과 대화해본 결과 근친결혼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근친혼을 금기시하는 이유보다는 신분 수준이나 혈통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더 증요한 것이 그들의 이문화가 아닐까 싶다.  



진실 3.    아침 6시 30분에 시작하는 결혼식, 하에쩜눈(결혼예물 퍼레이드)


나는 청첩장을 받으면 저녁 파티에 주로 참가했다. 1시간 정도 인사와 축의금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이번엔 지인이 아침 6시 30분에 와달라고 한다.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회사 직원들에게 의미를 물어보니, 이른 아침 초대는 친척과 아주 귀한 손님들만 초대받는 자리라 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참가하는 마음가짐도 달랐지만 행사내내 마치 내가 그들의 가족이 된 기분이었다.  행사 하나하나에 참가하면서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라 했다.  점심메뉴로 샥스핀 등이 나왔다.


그래도 설마 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코리안타임이 있었듯 여기도 캄보디아 타임이 있다.  절대 제시간에 뭔가가 시작되지 않는다.  그래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하나 사서 7시가 조금 못되어서 도착하니 어느새 결혼예물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었다.  초대한 지인들에게 눈인사를 하고 제일 뒷 줄에 섰다.  


하에쩜눈(결혼예물 퍼레이드), 제일 뒷줄에 선 필자, 나름 콘셉트에 맞게 차려입다


진실 4.    하객의 패션은 신랑 신부만큼이나 화려하고 빛나게


현지 결혼식에 참여할 때는 패션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신랑 신부가 빛나게 차분하게 차려입는 우리네 정서와는 다르다.  최대한 빛나게 차려입고 화려한 결혼식을 더 빛내주겠다는 심정으로 패션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평소 잘 입지 않는 브라운 블레이저, 밝은 베이지색 바지와 브라운 컬러의 스니커즈로 코디했다.  현지인들이 입는 전통의상을 구매하기엔 좀 부담스러웠다.  캄보디아 전통의상은 우리나라 정장 한 벌만큼이나 비싸다.  


신랑 측 여인들과 포즈를 취한 신부  (누가 신부일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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