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끓여 뜨거운 물에 냉장고에서 꺼내온 생강즙을 붓고 반토막난 레몬을 쭉 짜서 몇 방울 넣어준다. 매콤한 생강향과 시큼한 레몬향이 순식간에 주위를 따뜻하게 감싸고, 그 향을 잠시 느끼다 차가 식기 전에 얼른 컵을 들어 차 한 모금을 마셔 넘긴다. 따끈한 차는 혀를 지나 목을 타고 내려가고 생강의 열기가 여운처럼 목을 맴돌 때, 혀 위에선 단맛과 레몬의 신맛이 기분 좋게 다음 한 모금을 끌어당긴다.
여름 알레르기로 코가 막혀 있을 때도 맛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생강과 레몬의 맛과 향은 강력하다. 더위가 시작되면서 내내 코와 목을 간지럽히고 기침을 유발했던 알레르기도 진한 생강차 한 잔이면 잠시나마 진정이 된다. 평소 몸이 차고 혈당도, 혈압도 낮은 편이라 면역력이 떨어질 때면 언제나 따뜻한 성질의 차나 음식을 찾는다. 당장 먹을 것이 없더라도 레몬과 설탕이 들어가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진 생강차 한 잔이면 기운도 나고 알레르기 증상도 조금은 잠잠해진다.
더위를 식히려 선풍기와 에어컨이 여기저기서 돌아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비염과 계절성 천식은 나의 십 년이 넘은 오랜 친구다. 약도 먹어보고 호흡기도 써보았지만 괜찮아지는 건 다들 그때 뿐이라 요즘에는 영 심하지 않은 이상 병원은 잘 찾지 않는다. 대신 선풍기나 에어컨보다 자연 바람이나 시원한 물로 손, 발을 자주 씻는 걸로 더위를 피하고, 그래도 더위를 식히지 못할 때는 내게 직접 바람을 쏘게 하는 것이 아닌 공간을 시원하게 만들어 직접적으로 특히 얼굴에 바람을 맞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가끔은 비염이 심해지고 기침이 심해져서 그럴 땐 생강차를 수시로 마셔 체온을 올려준다. 알레르기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더 심해지기 때문에 면역력을 올리기 위해 냉방기에 노출되어 낮아진 체온을 따뜻한 차를 마셔 속부터 따뜻하게 해준다. 평균 체온보다 살짝 높으면 면역력이 높아지지만 너무 높으면 무리가 가고 반대로 체온이 내려가면 면역력이 떨어져 온갖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알레르기가 심해질 때면 몸을 직접적으로 따뜻하게 해주지는 않아도 따뜻한 성질을 가진 음식을 섭취하는 걸로 속의 열을 올리고 가끔 목수건 정도로 체온을 유지해준다.
알레르기 때문에 무작정 에어컨과 선풍기를 피하다보면 더위를 먹거나 땀띠로 고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시원해진 공간에서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다보면 더위로 인한 두통이 생기거나 땀띠를 피할 수 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고 하는데 생강차로 건강을 챙기며 더위를 잘 이겨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