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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네제인장 Jan 16. 2023

이번엔 한삼 춤이다!

지난 해의 부채춤에 이어 새해부터는 한삼을 이용한 춤을 배우기 시작

“설 연휴 보내고 다다음주에 만납시다.”

수업이 끝나고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에 괜히 혼자 시무룩, 다다음 주면 배운 것을 다 까먹어 버릴 것만 같기도 하고 새로 배우기 시작한 한삼춤이 재미있기도 해서 다음 주에는 수업이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이대로 연습실을 떠나기가 아쉬워 평소와는 달리 바로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연습실 안을 어슬렁 거리며 잘 되지 않던 춤 동작을 연습해 본다.


다음 수업 전까지 한 시간이 비어 있긴 하지만 그 시간은 선생님과 기초 수업과 심화 수업을 연이어 듣는 학생들의 점심 식사 시간이기도 하다.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는 분들 사이에서 혼자 열의를 띄며 오버를 할 수는 없어 하는 수 없이 적당히 머물다 눈치껏 옷을 갈아입고 연습실을 떠나 나왔다. 올해부터 배우기 시작한 한삼 춤은 화선무와 달리 제대로 춰보고 싶다. 봄이 오기 시작하면 한국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지도 일 년, 올해에는 조금 더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해가 바뀌면서 한국무용 수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 번에 등록할 수 있는 학생 수가 늘어난 것이다. 예전보다 수강생도 늘었고 그만큼 새로운 얼굴도 확 늘어났다. 수업이 시작되면 모두 함께 기초 동작을 연습한 후 중간부터는 초보 학생과 기존 학생 반으로 나뉘어 따로 연습하는 시간도 가진다. 새로운 수강생들이 옆 연습실에서 기초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동안 나와 같은 기존 학생들은 작년에 배운 화선무를 연습한다. 연말에는 아이의 방학과 나의 건강 문제로 연이어 수업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있었기에 부채춤의 마지막 동작을 배우지 못해 곡이 끝날 즈음이면 정신없이 허둥대며 주변 사람을 따라 멋대로 빙글빙글 돌다가 엉망으로 끝나는 게 다반사다.


그래도 한동안은 화선무를 출 기회가 있을 거 같아 이왕이면 기회가 있을 때 다 배워보고 싶다 생각을 하지만 예전만큼 길게 추는 것도 아니다 보니 동작을 새로 익히기는커녕 알던 동작도 틀릴 때가 많다. 기초동작은 보다 예쁘게, 화선무는 마지막 동작까지 다 외우는 것이 목표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지 않으면 화선무 동작을 다 배울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쑥스럽더라도 수업 전과 휴식 시간에 연습을 하거나 동작을 물어보며 화선무를 제대로 마무리해야지, 쑥스럽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한삼과 한삼 안에서 쥐고 있을 나무 막대기


올해부터는 부채로 춤을 추던 화선무와 달리 ‘한삼’이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춤을 춘다. 손 끝에 낀 천을 끼우고 추는 춤을 본 적은 있지만 그 천의 이름을 알지는 못했는데 이번에 그 천이 한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통문화예술진흥재단’에서 만든 유튜브 영상에 의하면 왕의 앞에서는 신체를 보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기 때문에 손을 가리는 한삼을 착용 후 춤을 춰야만 했다고 한다. 태평무, 탈춤, 춘앵무 등 추는 춤에 따라 한삼의 형태도 달라진다고 하는데 내가 받은 색동 무늬 위로 하얀 천이 길에 이어지는 한삼은 태평무에 쓰이는 한삼인 듯하다. 올해 배우는 한삼춤의 이름이 태평무인 건지 아직은 모르지만 다음 수업 시간에 물어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거다.


춤을 배우기 전에는 부채를 가지고 출 때보다 한삼을 이용해서 추는 춤이 훨씬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춰보니 그렇지도 않다. 아직 조금밖에 배우지 않아서 단순한 동작이 대부분이지만 한삼을 예쁘게 표현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장한 느낌이 나는 음악에 맞춰 내 몸도 맺고 끝내는 부분을 조금은 절도 있게 움직이고 싶지만 그런 건 상상 속에서 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접혀있던 한삼이 촥하고 펼쳐질 수 있도록 하려면 손의 각도를 신경 쓰며 곧게 뻗어줘야 하는데 거울 속 내 팔은 어째서 수평이 아닌 대각선을 향하고 있거나 구부러져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화선무를 배울 때 아무래도 결석도 많이 하고 마음가짐도 부족해서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이 여태 마음에 걸렸는데 한삼춤은 동작도 다 외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틀리지 않고 출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다. 일 년 가까이 배운 기초동작도 여태껏 순서를 헷갈려해서 한삼춤 동작을 과연 다 외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수업에 잘 참석하고 연습도 하면 분명 화선무 때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를 품어보기로 한다.


오늘은 같은 반 수강생 언니로부터 손동작이 예뻐졌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찌나 쑥스러운지, 그래도 뭐 하나라도 나아지는 게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고 안심이 되던지 모른다. 아직은 한국무용 수업을 듣는 사람이지 한국무용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오랜 기간 진지한 마음과 태도로 열심히 추다 보면 나 스스로를 한국무용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우리나라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시작한 한국무용이지만 이제는 한국무용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우리 음악에 맞춰 우리의 춤을 추는 일이 이렇게 애정을 갖게 될 일일 줄 시작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게 신기할 따름이다.


받은 한삼이 커서 춤을 출 때마다 벗겨질 듯 헐렁헐렁. 그래서 안을 트고 고무줄을 묶음으로써 내 손목에 딱 맞게 조절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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