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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네제인장 Nov 09. 2022

춤추는 월요일 일상

일상을 만드는 습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지?’

좀처럼 늦는 일이 없던 아이의 등원 버스가 약속된 시간이 지나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초조한 마음에 자꾸만 시계를 확인했다. 택시를 미리 부르지 않길 잘했지, 아니면 아이의 손을 잡은 채 택시에 타지도 못하고 기사님의 눈치만 볼 뻔했다. 무용 수업이 있는 매주 월요일이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한다. 집 밖을 나서는 한쪽 어깨에는 커다란 연습복 가방과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이 걸려있고 나머지 손에는 아이의 조막만 한 손이 들려있다. 원래라면 아이가 버스를 타자마자 미리 준비해둔 택시 어플에서 호출 버튼을 눌러 도착한 택시에 몸을 싣고 문화회관으로 이동하지만 이렇게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거나 택시가 빨리 잡히질 않으면 수업 시간 전에 도착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수업 전에는 옷도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에 매번 월요일 아침은 초조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웬 부채춤?’

이라는 의문을 가진 채 춤을 춘 지도 몇 달째. 내가 추고 있는 부채춤이 교방청춤 안에 속해 있는 춤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전에 봤던 교방청춤 영상에서는 부채가 등장하지 않아 몰랐는데 조금 더 많이 찾아보다 보니 부채를 활용한 교방청춤이 많이 있더라. 지난주에는 추고 있는 춤의 이름이 ‘화선무’라는 걸 알았고, 오늘은 지금 추는 부채춤이 교방청춤과 별개의 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흘려보낸 시간에 비하면 실력도 한참 모자라고, 아는 것도 참 없다. 문화회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하는 수업이라 내심 얕잡아 봤던 거다.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을 거라고 멋대로 의심했던 거다. 그런데 가장 저렴하고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오직 내 마음가짐과 몸뿐이었다는 걸 알았다.


노란색, 파란색, 그리고 면사포를 닮은 겉치마와 핑크색 속치마. 살짝 나온 초록색은 치마가 아닌 연습복 가방이다.


오늘로 연습용 치마가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 세 가지로 늘었다. 두 벌은 샀고, 한 벌은 총무 선생님이 안 입는 거라며 주신 걸 물려받았다. 면사포를 닮은 덧댄 치마도 사서 겹쳐 입으면 훨씬 더 다양하게 연출도 할 수 있다. 의상만 보면 제법 그럴듯한 수강생이지만 속을 끄집어 내보면 아마 내가 제일 하찮을 것이다. 마음도, 실력도 모두 말이다.


수업에 퐁당퐁당 나갈 때는 미처 몰랐지만 이번 달은 처음으로 삼 주 연속 출석을 하다 보니 선생님이나 다른 수강생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달리 보인다. 보면 볼수록 나만 빼고는 다들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령대도 다 다른데 다들 동작도 동선도 곧잘 외워서 언제나 나만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모습으로 춤을 춘다. 오늘도 얼마나 틀렸는지, 모두가 뒤를 돌아보는데 나만 앞을 보고 있어서 마주치자마자 화들짝 놀라 황급히 돌아서는 일도 있었다. 내가 퐁당퐁당 거릴 동안 다른 분들은 이렇게나 다들 열심히 배우고, 추고 있었구나 싶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렇지만 따라가기 어려워도 재미있다. 부족한 실력에 초조해질 때도 있지만 즐겁다. 선생님 구령에 맞춰 추는 것은 헷갈렸던 부분을 다시 익힐 수 있어 좋고, 음악에 맞춰 추는 것은 리듬에 따라 몸을 살짝살짝 흔들 수 있어 신이 난다. 뻑뻑해서 잘 펴지지도, 접히지도 않았던 부채가 점점 더 부드러워지는 것처럼 내 몸도 서서히 부드러워질 거란 믿음을 가진 채 부지런히 선생님과 주변 수강생을 보며 따라 춤을 추었다.


월요일마다 수업에 참석하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이렇게 매번 빠지고 만 걸까 싶지만, 정작 다녀보니 월요일 스케줄만 비워두면 되는 일이 아니라서 토요일, 일요일부터 미리 일정을 잘 생각해서 주말을 보내야 한다. 휴일 동안 무리를 해서 아이의 컨디션에 문제가 생겨도 안되고 일요일 저녁에 술을 마시거나, 늦게 자서 다음 날 피로가 쌓여있어도 안된다. 바지런히 춤을 따라 추려면 수업을 빼먹으면 안 되고, 수업에 빠지고 싶지 않으려면 휴일에도 스케줄과 컨디션 관리를 잘해두어야 한다. 체력도, 머리도 좋지 않아서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잘 추고 싶은 마음을 따라가려면 미리 준비하여 일상을 조절해야 한다.


한국무용 수업을 들은 지 여러 달이 지났지만 일상의 한 부분으로 녹여 들어가기 시작한 건 겨우 최근이라는 생각이 든다. 꼭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라는 마음가짐보다는 빠져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더니 숨기려고 해도 태도에서 티가 났다. 연휴가 아닌 이상 이제 월요일은 꼭 수업에 가야 하는 일이라고 몸을 흔들어 깨운다. 월요일만 되면 춤을 추고 싶어 하는 몸, 잠이 깨고 일찍부터 집을 나설 준비를 하는 몸으로 만든다. 때로는 마음이 내키지 않을 날도 있겠지만 몸이 익숙해지면 마음은 자연스레 따라간다. 마음은 속이기 쉽고 흔들리기 쉬워서 춤추는 시간을 오랜 습관처럼 들이고 싶다면 아무래도 월요일마다 집을 나서게 만드는 습관을 몸에 붙이면 그만이다. 교방청춤을 배우는 일 외에도, 수업에 나가기 위해 분주하게 외출 준비를 하는 일, 수업에 늦을까 초조해하는 감정마저도 이제는 나의 새로운 월요일 일상이라 여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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