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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네제인장 Jan 31. 2023

부럽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아

언젠가는 연습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춤을 출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날씨가 많이 누그러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매섭다. 정작 춤을 추기 시작하면 추위를 느낄 겨를도 없다며 여태껏 겉옷에만 신경을 썼는데 이번에는 상의 안에도 민소매 속옷을 하나 더 챙겨 입었다. 연습실 안에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목에 스카프를 두른 수강생도 꽤 많았다. 수업이 시작되자 면으로 된 스타킹 위에 덧신을 겹쳐 신었지만 그럼에도 발이 언 탓에 기본 동작을 연습하는 내내 발가락이 위를 향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 수업 전 다리나 팔 근육만 풀지 말고 발 근육도 좀 풀어놓을 걸 후회를 했다.


기본동작을 다 같이 연습한 후에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수강생과 기존 수강생이 나뉘어 따로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화선무는 여전히 헷갈리지만 그래도 삼 주를 쉬고 다시 출 때보다는 한 주만 건너뛰고 추는 이번이 덜 어려웠다. 화선무를 배우기 시작할 쯤에는 빡빡하기만 했던 부채는 어느새 고정 부위가 헐거워져서 수업 도중에 나사를 조여야 하는 일도 생겼다. 사실 초보인 내게는 빡빡했던 부채가 부드러워지다 못해 헐거워지는 걸 보기만 해도 감회가 새롭다.


화선무를 제대로 출 수만 있다면 정말 예쁠 거 같지만 현실은 동작도 다 외우지 못한 상태. 화선무에 비해 동작이 단순한 편인 한삼무는 쉽다 여기면서도 여러 회 틀리는 걸 보면 화선무는 아무 잘못이 없다, 역시 그저 따라주지 않는 머리와 몸이 문제다. 요즘 수업에는 나오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되었으나 딱 봐도 태가 다른 수강생이 있다. 동작을 외우는 속도도 빠르고 어깨의 선이나 손 끝의 표현이 남달라 여러 수강생의 눈길을 끌었는데 알고 보니 무용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는 기초 연습을 하느라 화선무를 함께 추진 않지만 아마도 배우기만 한다면 화선무 역시 멋지게 소화해 낼 거란 것에 의심이 가지 않는다. 꼭 한국 무용이 아니라고 해도 무용을 오래 해온 사람 만이 낼 수 있는 그런 춤의 느낌이나 선은 내가 하루이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 너무 몸과 머리를 구박하기보다는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화선무의 거듭되는 연습 끝에 다가온 쉬는 시간. 아침 식사를 챙겨 먹은 덕분에 허기가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에너지를 낼 만한 것이 필요했다. 예전 같았으면 다른 수강생들과 믹스 커피를 마시며 충전을 했겠지만 아직 커피를 마실 만큼 위가 낫질 않아 집에서 챙겨 온 포도당 사탕을 꺼냈다. 나도 먹고 가까이에 있는 분들과도 사탕을 먹으며 쉬는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에는 다가오는 일요일에 열리는 정월대보름 행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월대보름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해운대달맞이온천축제’ 행사는 한동안 열리지 못하다가 올해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에 달집태우기를 구경하고 온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집안의 화제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불이 무서웠던 기억만 강하게 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생님의 태평무에 이어 기초, 심화반의 몇 명이 모여 선보이는 한삼무와 또 해운대동백강강술래단의 강강술래를 볼 생각에 정월대보름 행사가 한결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강강술래가 보기보다 훨씬 힘들다던지, 혹은 한삼무 무대 때 입을 의상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데 나도 작년 한 해 열심히 했다면 함께 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러움이 들었다. 연습시간이 안 맞아서, 아이를 돌봐야 해서 같은 이유로 강강술래에도 참여하지 못했는데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 걸 보면 한국무용 수업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욕심 또한 점점 커져가는 것 같다.


쉬는 시간이 끝이 나고, 일요일 공연에 나설 수강생들의 한삼무 시범이 이루어졌는데 짧은 준비 기간에도 공연을 위해 열심이었을 모든 분들에게 박수가 절로 나왔다. 역시나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나라면 그렇게까지 시간을 내어 연습하지 못했을 거라 애정만 가지고는 능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공연팀의 한삼무가 끝나고 일반 수강생들도 반씩 나누어 배운 곳까지 춤을 춰보는데 나는 도무지 동작을 외우는 것도 쉽지 않고 몸을 쓰는 것도 어려워 이 상태로는 공연은커녕 몇 년째 기초 수업 연습실 신세를 면치 못할 게 틀림없었다. 손과 발, 그리고 고개 방향도 그렇지만 한삼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 몸의 각도를 기울였다, 뒤로 젖혔다, 옆으로 틀었다 하는 것이 어찌나 어렵던지 아무리 해도 선생님과 같은 모양새는 나오지가 않아 나중에는 속상할 지경이었다.


이번 '해운대달맞이온천축제'에서 공연을 펼칠 수강생의 한삼무는 나의 한삼무에 비하면 훨씬 근사하고 동작도 완벽에 가깝다. 추운 날씨에 해운대 바다에서 불러오는 바람까지 더 하면 공연하는 분들이 조금은 고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연습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모두의 앞에서 공연을 해내야 하는 압박감이나 두려움까지 모두 이겨낸 분들이니까 분명 정월대보름 당일날에도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든다. 선생님의 태평무 독무도, 수강생들의 한삼무도, 그리고 동기님도 참여하는 강강술래단의 공연이 있을 이번 일요일에는 아이와 남편과 함께 해운대 해수욕장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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