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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ver Jan 12. 2019

나를 표현하는 방법

2년 차 러너, 프로 유지어터


자기소개해 볼래요?


 으레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하는 것에 당황하고 어색해한다. 나는 나를 러너라고 소개하고 싶다. 달릴 때 가장 행복한, 나는 2년 차 러너이다. 러닝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며, 달릴 때 가장 나다워진다.


 러닝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운동은 그저 다이어트를 위한 수단이었다. 운동하기 까지 굉장히 많은 준비와 다짐과 의지가 필요했다.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은 '作心三日' 되기 일쑤다. 러닝이 삶에 녹아든 지금에서야 그다지 많은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뛰고 싶을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땐 그냥 양치와 세수만 한 뒤 옷을 갈아 입고 문을 나선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뛰고 싶어 지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일감호(건대 캠퍼스 가운데에 있는 호수) 한 바퀴를 뛰곤 한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이다.

 누군가에게는 독서, 영화 감상이 취미인 것처럼 나의 취미는 러닝이다.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뛰며 혼자만의 취미를 넘어 타인과 나를 잇는 소통의 수단이 되었다.


 운동이 주는 긍정의 힘은 생각보다 더 크다. 그중에서 으뜸으로 꼽는 것은 '유지어터'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러닝을 취미로 갖게 되면 살이 더 빠지진 않을지 언정, 빠진 상태에서 쉽게 찌지는 않는다. 고지방 고탄수 음식들로 가득했던 스무 살을 지나 스물한 살, 생애 첫 인바디를 쟀다. 살이 많이 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수치로 확인하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 날로 다이어트에 돌입했고 혹독한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체지방률을 29%에서 20%까지 줄였다. 이후 조금씩 먹더라도 자주 러닝을 하다 보니 몸무게나 체지방률이 쉽게 늘지 않는다. 요요 없이 다이어트 상태를 유지하는 '프로 유지어터'의 길을 성공한 것이다.


러닝을 시작하기 전후 180도 달라진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왼쪽이 전, 오른쪽이 후)


 숨이 차오르는 순간에도 한 걸음만 더, 한 바퀴만 더 달리자는 의지로 어제의 나를 뛰어넘는다. 한계를 넘어설 때의 그 쾌감을 잊지 못해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더 열심히 뛰게 만든다. 러닝은 경쟁 스포츠가 아니다. 크루 사람들과 함께 뛰더라도 그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경쟁의식 속에서 경쟁하지 않는 스포츠는 사람과 사람을 잇고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나도 할 수 있을까?


 나의 SNS를 본 주변 사람들이 러닝에 관심을 보였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질문은 "한 번도 안 뛰어봤는데 나도 뛸 수 있을까?" 였다. 일반인들 중에는 1km도 제대로 안 뛰어본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겁부터 먹는다. 처음은 분명 힘들 것이다. 나에게도 7분 페이스가 빠르게 느껴지고, 3km를 쉬지 않고 뛰는 것이 벅차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부터 잘 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 처음을 극복해내는 것이다.  


 러닝은 참 정직하다. 달리는 만큼 실력도 쑥쑥 늘어난다. 노력에 비례한 결과물은 할 수 있다는 힘을 준다. 그 무엇보다 정직하기에, 달려보지 않은 사람만이 핑계를 댈 수 있다. 누구든 할 수 있다. 이것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걱정 가득한 질문은 그만 하고 일단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자. 뛰다가 힘들면 걸어도 괜찮다. 나의 페이스대로 달리면 된다. 걷다가 호흡이 돌아오면 다시 뛰고 힘들면 또 걸으며, 조금씩 거리를 늘리고 속도를 올려 보자. 어느새 5km는 거뜬히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어릴 적엔 땀 흘리는 것이 싫었다. 러닝을 시작하고 나서야 땀 흘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러닝을 더 잘하고 싶어 다른 운동을 찾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삶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이렇게 운동에 대한 시각만 바뀌어도 운동이 훨씬 즐거워진다.


 나는 달릴 때 가장 행복하다. 달리기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달리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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