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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예정 Oct 07. 2021

나는 바다가 무서워졌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큰일이 생겼다. 내게 기지개를 피운 일에 대해 들으면 사람들마다 반응이 어떨까. 누군가는 안쓰러워할 테고, 누군가는 응원해 줄 테고, 누군가는 내색하지 않겠지.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지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전화기를 붙들었다. 많은 전화를 하며 내가 느낀점이 있다면,



내가 덤덤할수록 사람들은
나를 안쓰러워한다.



아주 힘이 들었던 날 잠에 들면, 살찐이가 꿈에 놀러 온다. 내가 살찐이의 꿈 속에 놀러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살찐이와 꿈속에서 만난다. 그렇게 살찐이를 만나고 눈을 뜨면, 아 내가 지금 힘들구나, 싶다. 요 며칠간도 힘들었기에 당연히 하루 쯤은 살찐이가 나타나 줄만 알았다. 며칠 동안 기다려도 살찐이는 아직이었다.


곰곰이 생각했다. 왜 아직 안 올까. 내가 아직 힘들지 않은가보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강한 사람이 되었고, 우리 살찐이는 그런 내 모습을 기다려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을 조금 비우면 어떨까, 싶어서 불쑥 물을 보러 갔다. 밤이라 그런지 수면 위로 빛들이 줄지어 있었고, 반짝였다. 순간, 내 스스로 깜짝 놀란 한 문장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무서워.


나는 작은 통 안에 고여 있는 물은 무서워하지만, 이렇게 넓은 강이나 바다를 무서워한 적은 없다.


비록 수영은 못하지만, 어릴 적 내 꿈이 인어공주였던 만큼, 나는 바다 가까이 살았고, 바다를 그렇게나 가까이 했다. 빛이 수놓아져 있던 바다를 본 지 몇 분 안 되었을 때, 나는 결국 뒷걸음질 치고야 말았다.


내 친구는 바다를 보고 싶어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나의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더라지.



나는 아직 바다 못 볼 것 같아.
지금 마음으로는 그냥 빠져버릴 것 같아.


다행히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그 순간만 해도 나도 모르는 새에 내가 바다에 빠지면 어떡하지, 내가 바다로 걸어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으로 넘쳤다.


전공 문학 수업 때 배운 내용인데, 물은 문학에서 안식과 치유를 의미한다. 나도 바다에 빠지면, 물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면 그럴 수 있으려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날 집에 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정말 바다에 빠진다면, 나는 하나의 문학처럼 평온하게 가라앉을 수 있을까.


그 순간에 집에서 연락이 왔고, 나의 손목에 있던 시계 화면이 켜짐과 동시에 나의 도리가 보였다.



아니.



지금 당장 내 마음이 그렇다 할지라도 나는 아주 편안하게 안식을 만끽할 수 없었을 듯하다. 내가 걸어 들어가 놓고는 온 힘을 다해서 뭍으로 나오기 위해 허우적거리겠지. 어떻게든 살아나려고.


어쩌면 내게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불과 2주째에 접어든 지금, 나는 다시 살고 싶어졌고, 살아야 할 이유들을 셀 수 없을 만큼 찾아 두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당연히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이었다. 이렇게 사라지기에는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이 이렇게나 많았다. 그 덕에 나는 살았고,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테지.



우리 도리



살아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이 넘쳐나고, 사라져야 할 이유는 무수히도 으깨어져 자잘한 모래로만 남았다. 완전히 없다고 하기에는 어찌되었든 피부로 느껴지는 정도이지만, 웃다 보면 있는 지도 모르게 되는 딱 그 정도.


나는 나의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아야지. 바다는 내게 좋은 기억만 주었던 만큼, 바다는 나를 미워하지 않기에 나 역시 바다를 다시 그리워해야지. 나의 꿈은 인어공주였으니.



우리 살찐이




살찐아, 언니는 다시 단단해졌으니 이제 언니 꿈에 다시 놀러와 줄 수 있을까? 언제든 활짝 열어 놓고 기다릴게, 살찐아.



하루는 지하철에서 내리려고 할 때 이런 방송이 흘러나왔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나는 사랑하기 위해 살아 있어야 해.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 몸소 알게 된 이상, 나는 사랑을 알려 준 나의 살찐이와 도리,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나를 사랑해야지. 세상은 기대하지 않으면 아름다워지고, 기대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허무함은 사람의 감정으로 채워지는 게 아닐까. 나는 나의 허무함을 나의 사랑으로 채우려 한다. 사랑 받는 데에 기대하지 않으며, 대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야지. 그러면 나의 세상과 나의 주변은 따수워지지 않을까.



너무나 아름다운 감정이고, 아름다운 말이기에 더욱 아끼지 않아야지. 모두모두 사랑해요.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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