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온 후 주방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식구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혼자 계단에서 내려와 불을 켜고 음악을 틀고 아침, 아이의 간식 도시락, 아이의 점심도시락을 준비한다. 좁은 주방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인덕션과 오븐, 에어프라이어 안의 음식 요리상태를 확인하는데 틈틈이 설거지도 해주어야 싱크대 위에 자리가 있다. 아침 준비가 끝나면 꼬마가 학교 갈 준비를 하고 학교에 데려다 주기까지, 우리의 아침 일상은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이어진다.
그러나 오늘처럼, 날 닮아 음식에 까탈스러운 아이의 투정과 왜 나만 이렇게 아침에 바빠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만나게 되면, 요리하느라 사용한 접시와 냄비를 씻는 동안 내가 준비한 에그샌드위치를 넘기며 아이가 헛구역질하는 것을 듣게 되면, 나의 그릇을 씻는 소리는 조금 더 거칠어진다. 그 헛구역질소리가 한 번 더 나게 되자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 식탁 위에 있는 접시들을 가져와 싱크대에 탁. 내려놓는다. 음식들을 정리하며 나는, 결국 쓰레기가 되고 말 일을 내가 하고 말았구나라고 생각하고 만다. 내가 어찌 쓰레기겠는가, 꼬마가 엄마를 쓰레기로 만들었겠는가. 그러나 이런 유치한 생각은 한 번 시작해 끝나지 않고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옷만 간신히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러 나섰다. 어제 사준 옷을 입고 신이 난 꼬마와 이것까지도 내가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는 엄마가 손을 잡고 걸어간다. 꼬마의 슬쩍 얼굴을 보니 코에 맑은 콧물이 슬쩍 내려와 있다. 콧물을 흘리고 있는데도 콧물이 난지도 모르는 꼬마가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오늘 아침, 아이의 맑은 콧물 때문에 처음으로 웃는다. 영문도 모르고 엄마가 웃는 것을 보자 환해진 아이가 엄마를 따라 웃는다. 네 콧물조차 귀여워하는 너는 귀염둥이. 나의 사랑. 함께 미소 짓는 동안 우리는 다시 언제나처럼의 일상으로 돌아와 있다.
'몇 번 버스 타고 학교 갈까?'
'4번이나 14번?'
'9번 버스 타고 싶은데'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 우리는 늘 우리가 탈 버스번호를 정해둔다. 그러나 미리 정해놓은 버스번호와 상관없이, 정류장에 빨리 미리 도착해 있는 버스를 타는 것까지 우리의 일상의 일부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와의 사랑스러운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