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00달러 탕진잼

by 메이

내가 좋아하는 책의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 작가가 여행을 갔다가 아울렛에 갔단다. 원래 물건을 살 생각이 없다가 한바퀴 돌다가 운동복사고 한바퀴 돌다가 신발사고 한바퀴 돌다가 평상복 사서는 마지막에는 캐리어까지 사서 그 캐리어 두개를 다 채워서야 쇼핑이 끝났다는 그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중고매장 가게에나 기웃거리는 나, 슈퍼 진열대 앞에서 가격표를 보지 않고는 물건을 고르지 않는 나이지만 나의 깊은 마음 속에는 쇼핑을 마음껏 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 마침 나에겐 쇼핑에 쓸 총알- 언니가 작년에 열심히 일 해서 받은 성과급 콩고물- 도 준비되어 있다. 그리하여 시작하게 된, 500달러 탕진잼.

제일 먼저 산 것은 주방용 Tea Cloth. 설거지를 하고 난 후 식기를 닦거나 식탁 주변을 닦는데 쓰는 용도이지만 그렇게 쓰기에는 아까워 벽에 걸어두려고 한다. 이 프린트의 Tea Cloth를 처음 본 것은 작년인데, 1년 넘게 사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 탕진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사게 되었다! 벤쿠버의 유명한 건물들이 그려져있는 것이라 좋은 벤쿠버 기념품이 될 것만 같다. 비슷한 느낌으로 British Columbia주의 그림이 그려진 Tea Cloth도 있는데 이것은 집에 놀러갔다 나와 비슷한 취향인 것을 알아챈 지인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살까말까 1년을 고민했던 물건이지만 쇼핑지원금 500달러를 모두 탕진해버릴생각하니 순식간에 두 개를 살 수 있었다. Tea Cloth 두개. 각각 26달러 - 두 개 52달러.

아이의 수영안경을 사러 운동용품가게에 들렀다. 안경을 고르고 나서 둘러보다 테니스라켓이 눈에 들어왔다. 우연한 계기로 아이가 테니스를 하게 되었는데 정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얼마 안남은 시간이지만 테니스를 쳐볼까? 미리 코트를 예약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는 코트에 들어가서 하면 된다는 것도 알았으니 마음만 먹으면 자주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일단 장비가 있어야 할 수 있으니 아이는 테니스 라켓과 테니스 공, 손목보호대까지 모두 새 것으로 사고 나는 바로 옆에 있는 중고매장에 가서 깨끗해 보이는 것 하나를 골랐다. 골프도 레슨없이 막무가내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했던 용기로 테니스도 몇 번 하다보면 어떻게든 하게 되겠지 싶다. 공을 제대로 치는 것 보다 엉뚱한데로 간 공을 주으러 가느라 더 바쁜 것 같지만 나의 테니스 파트너인 아이와 나는 더운줄도 모르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공을 주워오고 다시 치고 넘긴다. 테니스라켓 2개와 테니스 공, 손목 보호대까지 120달러. (정작 수영안경은 불편하다고 쓰지 않음)

공에 그여진 줄과 홀을 나란히 둔다. 손목을 움직이지 않고 힘을 빼고 공을 친다. 공을 홀 안에 쏙 들어간다. 이 간단한 것이 왜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유튜브 선생님들의 퍼터와 나의 퍼터의 모양이 다르길래 퍼터라도 바꾸면 더 잘 들어가려나? 하는 기대에 퍼터도 사보았다. 벤쿠버 생활비에서 쓰는 카드였다면 사지 않았을 퍼터지만 나에겐 탕진해야 할 남은 300달러가 있으니, 더 쉽게 지갑을 열게 된다. 남편은 상의하지도 않고 샀냐며 한마디를 하지만 계획에 없던걸 정신 차려보니 내 손에 들려 있는 것이 이 탕진잼 프로젝트의 묘미이다. 오딧세이 투볼 퍼터, Tax 포함 120달러.

남은돈 199달러 남은 기간 1달 반

어떤 곳에 탕진을 해볼까?


처음으로 산 tea cloth


그림이 좋아서 샀던 엽서와 같은 작가였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9화500달러 탕진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