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KOO RN Nov 01. 2021

다양한 문화의 환자들을 이해하기

세계 각국에서 오는 환자들과 의료 통역 서비스

  최근에 병원에서 한국인 환자를 만났다. 미국에 70년대에 온 70대 환자분이었다. 미국에서 지낸 시간이 훨씬 길어서 인지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더 편하신 듯 했고 영어로만 대화했다. 먼 타지에서 한국인 간호사와 환자로 만날 때 분명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각별한 정이 느껴진다.


 일하다 보면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 혹은 다른 나라에서 치료를 위해서 우리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 때문에 병원 자체에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계속 교육한다. 병원 혹은 대학원 등을 지원할 때 단골 인터뷰 질문으로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것이다.  


  일부의 환자를 두고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나라에서 온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권 환자들의 경우 통증에 대한 역치가 높은 것인지 아니면 아파도 참는 것인지, 진통제를 요구하는 빈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아플 것 같고 아픈 것을 억지로 참는 건 빠른 회복에 역효과이기 때문에 여러번 강조를 하지만 특히 고령의 환자들은 무언가를 먼저 요구하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으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통증 및 여러 스트레스로 식사를 거르거나 물리치료 같은 재활 운동을 거부하는 경우도 생긴다. 


 기억에 남는 카타르에서 온 환자가 있다. 그 환자는 당뇨성 궤양 및 혈관 순환 장애로 한쪽 발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그 환자는 이미 카타르에서 비슷한 진단을 받았지만 혹시라도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서 아픈 몸으로 비행기를 타고 미국까지 왔다. 빨리 절단하지 않으면 감염 합병증으로 인해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환자를 포함해서 그 가족들까지 모두가 절단 수술을 반대하는 것이었다. 결국은 수술을 받긴 했으나 그 과정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동료로 부터 비슷한 다른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종교적, 문화적인 이유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 데 굉장히 거부감이 강한 환자들이 있다. 


 이 기사는 우리 병원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국의 더가디언에서 비슷한 사례를 소개한 것이 공유한다. 

https://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2021/jul/05/i-cant-give-up-on-my-leg-the-gaza-protesters-resisting-amputation-at-all-costs


  간혹 영어를 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마주할 때도 있다. 나 역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에 그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고, 더군다나 아픈 상황에서라면 그들이 편한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병원마다 형태가 다양하지만 아이패드 혹은 병실에 있는 전화를 이용하여 이런 경우 의료 통역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의료 통역사가 직접 그 현장에서 통역하는 경우는 사실 근무 환경상 흔하지 않은 일이다. 매번 통역사와 함께 할 수도 없고, 통역이 필요한 언어도 매우 다양하기에 전화를 이용한 통역 서비스는 굉장히 유용하다. 병원에 관련 지침이 다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하여 이용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소말리아 환자를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간단한 영어 단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항상 통역서비스를 통해 소통했다.(참고로 미네소타 주는 소말리아 난민을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받은 주로 현재 대략 78,000 명 가량 거주중이다.) 


 의료통역 관련한 자격증도 있는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한국어 통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 

 https://www.certifiedmedicalinterpreters.org/

 

작가의 이전글 미국에 살면 총기사고 무섭지 않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