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는 며칠째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다. 남편은 출근시간에 어김없이 출근을 했고 나와 아들은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따뜻한 방에서 이렇게 편히 있는 것에 미안함을 느낀다.
하필 대지진 때문에 온 튀르키예가 비통한 이 시기에 구조에 어려움까지 더하는 눈이라니. 지난주 일요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오늘이 수요일이니, 3일째인데, 이스탄불에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눈이 이번주 내내 내리고 있으니, 늘 반가웠던 눈이 이번 만큼은 지진 피해자 구조에 방해가 될까 야속하기만 하다.
카톡에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친구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고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지진 피해 소식에 한국에 있는 지인들의 걱정이 더해져 내 마음은 며칠 째 심란했다.
요즘 튀르키예어를 배우고 있는 나는 이제 튀르키예인의 말과 음성에 더 민감해져서 그들의 울부짖음과 고통이 더 애절했다. 아들, 딸, 부모, 배우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눈물범벅이 된 튀르키예인의 인터뷰를 듣고 있자니, 내 가슴도 내 나라 사람의 아픔인 듯 무너져 내렸다. 하염없이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더 이상 뉴스를 틀어 놓을 수 없어서 지진 피해 소식을 듣는 것을 멈췄다.
이렇게 눈물만 짓고 있을 때가 아니라 무엇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자 싶어,이번 주말에 교회에 가져갈 이불과 담요를 꺼내서 정리해 놓고 브런치를 열었다. 내가 이스탄불 우리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내 브런치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몇 자 적는 것과 한국 구조대와 이재민을 위해 구호 물품을 조금 보내는 것. 생활비의 일부를 기부하는 일 그리고 아들과 두 손을 모아 고통받고 있을 지진 피해자들의 위해 기도하는 일뿐이었다. 작지만 너무나도 작지만 이런 작은 도움들이 모여 큰 힘이 되길 바랄 뿐이다.
2월 20일까지 튀르키예는 전 학교 휴교령이 내려졌고 국민 애도기간이 발령되었다. 대부분의 공직자와 교사는 인명 구조와 피해복구를 위해서 아다나, 카라만 마라쉬, 아드야만, 말라티아, 하타이로 파견되었고 한국에서도 최대 규모의 구조대가 급파되어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사망자와 사상자 피해가 너무 크기도 하고튀르키예는 전 지역이 지진대이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 여진이 발생할 우려도 큰 까닭에 누구나 자원봉사에 나설 수는 없는 실정이다.
현지 교민과 교회를 중심으로 이재민들의 동사를 방지하기 위해 이불, 담요, 겨울 외투 등을 모으고 구호품과 기금을 조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현지에서는 구호 물품 수급 부족으로 생필품의 가격이 몇 배로 오르고 약탈까지 자행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엄청난 대지진 피해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까? 전 세계 정상들이 대지진으로 신음하는 튀르키예의 고통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수만 명의 생명을 잃은 자연재해 앞에 사람들은 이념도 그간의 갈등과 반목도 뒤로하고 고통분담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사망자는 2만 명을 넘겼고 사상자는 추정불가, 도시의 90%가 파괴되었고 살아남은 자들도 동사와 아사를 걱정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자연 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좌우할 수는 없을지라도 발생한 재난을 힘을 합해 극복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이 대재난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든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