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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휘찬 Jun 13. 2023

순간의 세계

나의 일상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그런 게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

만약 정말 그런 게 궁금하다면 그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

하지만 그 사진들이 진짜 내 모습은 아니거든.

일상처럼 보이지만 특별한 날인 경우가 많고

스쳐가는 순간 같지만

사실은 미리 설정한 구도일 때가 많아.

그리고 여러 단계를 거쳐 걸러지고 걸러진 

누군가 봐도 되겠다고 스스로 인정한 모습이지.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봐도 

꽤 잘 나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모습.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찰나의 순간에는

나도 멋질 때가 있나 봐.

하지만 실제의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헛웃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면

나는 이제 누군가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거든.

가슴이 뻥 뚫리는 여행지도,

힙한 공간도,

눈이 번쩍이는 디저트도,

그것들을 즐기는 누군가의 일상도

이젠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아 졌어.

나처럼 그들의 행복한 순간도

고르고 골라졌다는 걸,

때로는 수정됐다는 걸 알지만 

그것이 일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욕망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몇 발자국 떨어져 있고 싶어.

그 작은 사각형 안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각자 다르겠지만

자랑할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순간도 

지금 나에게는 한 여름의 햇살처럼

자꾸 눈을 찔러 기어코 눈을 감게 만들어.

눈을 뜨고 똑바로 쳐다볼 수 없게 만든다니까.

내 눈을 찌르는 것이

질투인지, 조바심인지 혹은 불안이나 무기력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분명히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열심히 해나가고 있는데 

그건 보여줄 게 없네.

근데 참 이상하지.

욕망은 이런저런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는데

노력은 충분히 보여줄 수가 없다는 게.


지금 이 시간이 누군가의 욕망이 될 때까지,

그래서 이런저런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누군가의 일상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 때까지

순간만이 존재하는 그 세계에서 나는 잠시 떠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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