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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Jun 19. 2024

7. 빈칸 채워 넣기

7. 빈칸 채워 넣기

계절이 바뀌자 코로나19로 닫혔던 항공편들이 속속 재개를 하기 시작했다. 가는 편 항공권의 선택권도 덩달아 넓어져 시간을 갖고 찾아보기로 하고 일단 세부 일정을 계획하기로 했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기에 원하는 대로 일정을 짤 수는 있지만 국내가 아니다 보니 남편과 둘이서 모든 것을 소화하기란 역시 무리다. 차량을 렌트해서 이동하면 가장 편하지만 남편에게 호주까지 가서 몇 시간씩 운전만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차량 운행방향도 반대다. 유명한 관광지는 현지 여행사의 관광상품을 이용하기로 했다. 멜버른에서는 그레이트오션로드와 필립아일랜드 펭귄투어를 하고 골드코스트에서는 서핑강습을 받기로 계획했다. 시드니에서는 블루마운틴과 포트스테판투어를 일정에 넣기로 했다.



여행사별로 출발 시간과 위치도 다르고 구성도 조금씩 달르고 당연히 금액도 차이가 있다. 하나씩 비교하며 찾다 보니 노트북에 인터넷창이 몇 개가 열려있는지 아까 본 내용이 어느 사이트에서 본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투어가 도심 외곽으로 이동하는 것이라 아침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연속으로 진행하기엔 힘들다고 판단했다. 많이 크긴 했지만 아직 미성년인 아이 셋을 데리고 여행하는 건 역시 쉽지 않다. 투어 하나 넣고 다음날은 여유 있게 시내 관광을 하자고 협의를 하고 일정표를 채워나가기로 했다. 남편이 퇴근을 하면 둘이 앉아 자료를 찾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문득 도돌이표 같은 이 고민들의 시작과 끝이 무한정으로 쓸 수 없는 돈 때문이구나 싶었다. 



마음만 앞서고 막상 준비한 게 없었던 난 도서관에서 호주에 관한 책을 몇 권 빌려보았다. 하나는 여행책자였고 다른 하나는 호주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 책이었다. 여행책자의 내용은 인터넷에 나온 내용들과 큰 차이 없이 비슷비슷했다.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변경된 것들이 많아 결국 현재 그곳에 살거나 여행 중인 사람들이 바로바로 올리는 내용을 더 의지하게 되었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미국처럼 독립했다는 것 말고 호주의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알고 떠나는 호주 여행 지식 가이드》을 읽게 되었다. '오호', '정말'을 연발하며 몰랐던 역사와 그로 인해 생겨난 문화, 2000년대 이후의 상황까지 제법 정리가 되었다. 백인만의 오스트레일리아를 주장하며 아시아인들을 차별했던 백호주의(白濠主義)가 1978년까지 지속되었다는 점은 놀라울 따름이다. 여행을 계기로 얕게나마 호주에 대해 쪼끔 알게 되었다.



《알고 떠나는 호주 여행 지식 가이드》손희욱 저 │ 생각나눔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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