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리 Sep 09. 2024

19.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다리를 건너 드디어 필립 아일랜드로 들어섰다. 창 밖으로 펼쳐져 있는 풍경이 낯설었다. 


정말 넓은 풀 밭에 소들이 있다. 이런 게 진짜 방목이구나!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울라마이서퍼비치(Woolamai surf beach)였다. 뜨거웠던 생츄어리와 달리 제법 쌀쌀한 바람이 느껴졌지만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여느 관광객들처럼 사진을 찍고 남극 전시관인 노비스센터(Nobbies Centre)로 이동했다. 여기서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었다. 전시관을 둘러보지도 않고 주어진 시간 전부를 해안을 따라 연결된 산책로를 걷는 데 사용했다. 눈앞에 펼쳐진 새파란 바다가 바로 남극해라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산책로에 기대서 말도 안 되는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나서야 여기서 남극이 멀지 않음을 믿게 되었다.


나무 데크로 잘 정돈된 산책로에서 바람맞기!  지금 보니 제주도 같기도 하다.


또 이동이다. 기사님은 우리를 코우스(Cowos)라는 지역에 내려주며 1시간 안에 저녁식사를 마치라는 미션을 주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일정이 비슷한 듯 여기저기 헤매는 무리들이 보였다. 부모로서 아이들을 굶길 수는 없었다. 고민할 시간도 아까워 눈앞에 있는 피자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막 식사를 마친 대가족이(얼핏 보아도 10명이 넘었다) 나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시간에 쫓겨 결정한 메뉴였는데 결과는 만족이었다.

이제 대망의 마지막 코스인 펭귄퍼레이드 방문자 센터로 향했다. 섬 전체가 보호 구역인 만큼 이동하는 중간중간 왈라비와 다른 동물들을 볼 수도 있었다.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자동차에 놀라서인지 다 얼음처럼 멈춰있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방문자 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 정도였다. 기사님은 10시까지 꼭 주차장에 있는 버스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자기는 오늘 밤 센터에서 1등으로 출발하고 싶다 하셨다(진심임이 느껴졌다). 입구에 적혀있는 정보에 따르면 오늘밤 펭귄들이 돌아오는 시간은 8시 45분으로 예상된다 하니 부족한 시간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남는 시간 기념품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나는 15달러 이하의 물건만 사줄 거라 말했고 2번과 3번은 예산에 맞춰 펭귄인형을 하나씩 선택했다. 1번은 그 가격으로는 사고 싶은 기념품이 없다며 굳은 표정으로 샵을 나가버렸다. 남편은 왜 가격제한을 뒀냐며 나를 타박했다. 냉랭한 분위기 속에 우리는 펭귄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다. 해 질 녘 얼굴에 닿는 공기가 유난히 차가웠다.


나도 한 마리 사 올 걸! 이제야 매우 후회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8. 정오의 뜀박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