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반성문: 일곱번째 반성
연예인 이혼 기사 마지막에는
꼭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로 남기로 했다고 밝힌다.
이혼한 이유는 각각 다르겠지만, 남녀가 헤어졌는데
다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까?
나도 이혼을 하면 막연하게 연예인들처럼 그런 관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다른 법이다.
협의 이혼 서류를 제출하면 이혼 조정 기간 전에 꼭 봐야 하는 영상이 있다.
이혼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과
이혼 이후에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면접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등을 설명해 주는 영상이다.
그 영상을 보는 내내 아들 생각을 많이 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우리 둘 때문에 아들이 상처를 입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펐다.
하지만 전남편이랑 같이 보고 있었기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을 꾹 참았다.
혹시 오해를 할 까봐서다.
하지만
이 영상 때문에 이혼을 번복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이혼은 이미 내 마음속에 정해 놓은 거다.
그럼 이혼 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나는 잘 살고 싶었다.
그 중에 내가 잘 수 있는 방법중에 하나가 영상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었다.
이혼은 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이혼 이후에도 우리 아이가 잘 자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 영상대로 하려면 외국처럼 쿨하게~~~
이혼하고도 만나고, 아이와의 면접도 자유롭게 하고, 헤어진 아빠 엄마도 아이랑 같이 밥도 먹고, 서로의 집도 방문을 해야 했다.
이게 가능해?
이럴려면 이혼을 왜 하니?
그래도 나는 여기서 내가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분리했다.
☆ 할 수 없는 일:
서로의 집에 들어 가서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것/ 밥을 같이 먹는 것
★ 할 수 있는 것:
면접을 자주 하게 하는 것/ 아빠에 대해서 험담을 하지 않는 것/ 이혼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는 것/ 아들 탓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것
나는 이 정도면 상대방에게 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쿨함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서결혼 생활을 유지할 때보다 더 친절하게 대하려고 했고, 싸움도 거의 하지 않았다.
(헤어졌는데 굳이 싸울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혼 직 후 한동안이 쿨함 때문에 전남편은 재결합을 바라는 거 아니냐고 오해를 하기도 했다.
나는 절대 그런 거 아니라고 했지만, 그는 혼자서(?) 오해하고, 소설 쓰고, 화내고...
정말 피곤한 일들을 여러 차례 겪었다.
쿨~함이 주는 부작용이 정말 힘들었다.
나는 이혼 후 친구같은 관계를 원했지만, 상대방이 친구 이상의 관계를 기대하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왜 내마음 같지 않은건지.
애초에 내 마음 같았다면 이혼도 하지 않았겠지!!!!
그래도 나는 전남편에게 계속 내 메세지를 전달했다. 행동으로 보여 주기도 하고, 아들한테 전달하기도 하고, 문자로 보내기도 했다.
물론 중간 중간 싸우기도 하고, 내 의견을 따르지 않을때는 비난 하기도 하고, 내 의견을 받아 들이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반성한다.
그때는 나 역시 미성숙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보내려는 메세지는 확실했다.
이혼 후 잘 사는 것은 재결합이 아니라 서로 각자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우는 많다.
이혼하고 5년정도 지나고 나니까 지금은 전남편이 재결합의 기대를 접은 것 같다.
내가 지속적으로 보낸 메세지도 받아들 인듯 보인다.
그래서일까?
그 전보다는 내가 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졌다.
오직 아들과 자신의 생활에만 집중한다.
그런 모습이 감사하다. 그래서 이제는 전남편이 친구처럼 편한 사이가 된 것 같다.
여전히 밥을 같이 먹지 않고, 집을 굳이 가보려 하지 않지만, 아들이 힘들어 하는 고민을 같이 공유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부탁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나를 돌아보고, 그를 관찰해 보면 둘 사이가 편해 진 건 서로에 대한 기대가 없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기대하는 건 좋은 것이지만,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
어떤이는 애정이 있어서, 사랑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 사이를 더 악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에게
이혼 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가능해?
라고 묻는다면
그래. 어느 정도는 가능해.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은 필요하지만 말야.결과적으로는 아들한테도 그게 좋은 것 같애.
겨울에 이사왔을때는 볼품없었던 집 앞 공원이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변했다.
걷고 있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특히 연두 연두한 버드나무가 좋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움직이는 연악한 듯 보이지만 절대 부러지지 않는 그런 버드나무가 좋다!
인생도 그러한 것 같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버드나무가 유연함으로 바람에 견디듯이 그렇게 살아내고 참아가다 보면 좋은 날이 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