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러 올 어른이 없어서

by 와온

나는 착한 아이였다.

가끔 싸움질은 했지만, 학교를 빼먹거나 가출을 하지 않았고,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지도 않았다. 제법 정의로운 척 굴기도 했다.

어른들에게는 순종적이었다.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라는 칭찬을 받으려고 애썼다.

공부도 썩 잘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천성이라기보다는 생존방식이었다.

내게는 편들어 주거나 잃어버린 길 위에 서 있더라도 데리러 와줄 어른이 없었다.

내가 사고 같은 걸 치면 오롯이 내 몫이었으니,

감당할 수 없는 그런 세상에서 사람 취급받으려면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호기심이 많았던 어린 마음에도, 돈이 드는 대부분의 기회는 포기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주눅 든 나를 세상에 들키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척척박사님처럼 살았다.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

못해도 하는 척.

집에 기타가 없었어도 곧잘 쳤고,

피아노 교습소를 다녀보지 못했어도 학교 합창부에서 피아노 반주를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변변치 않은 재능과 요령만으로는 메꿀 수 없어서, 조금씩 모자라고 미완성인 채였다.


나는 내가 가짜 같고 모조품인걸 알아서, 주목받은 자리 앞에 서기라도 하면

내 몸이 입 안에 고인 침을 삼키는 방법을 종종 잊어버려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세상 모든 것이 부러웠던 나는, 놀러 간 친구 집에서 머리 쓰다듬어 주는 어른이라도 있으면,

염치 불고하고 나도 그 집 아들로 얹혀살고 싶어서, 고봉밥을 두어 그릇씩 먹어 치웠다.

그런 날, 아무도 없던 내 인생의 그런 날들, 모두 하느님 탓만 같아서

어리광은 내 기도 안에만 있었고, 내 세상을 내 편으로 가득 채워 주셨어도

나는 착하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었는데 싶을 때면,

하느님, 제게 왜 이러시는지 잘 모르겠어요…라며, 기도 대신 묻곤 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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