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거나 구름이 되어

엄마, 부디 행복하셔요.

by 와온

어릴 때 나는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시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이나 동식물이라면 몰라도, 만져지지도 않는 존재가 어떻게 태어날 수 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었다.


엄마는 삶이 버겁고 고단할 때, 다시 태어나면 바람이나 구름이 되고 싶다고 하셨다.

그 말은 대게 내가 엄마 속을 썩인 뒤에 나왔다.

그 말은 매번 ‘지 애비 하던 짓 그대로 하고 있네’라는, 나에게 정 없는 그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과 나란히 줄 세워져 있었다.

그래서 일치감치 떠나버린 아버지가 더 미웠으며, 엄마 삶에서 고통의 근원이 나라는 사실이 더 분명해져 죄스러웠다.


어쩌면 엄마가 저 말을 따라서 내 모든 삶에서 공기처럼 빠져나가 사라져 버릴 것도 같았다.

내가 만질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어린 나는 무서워했다.

...... 엄마만큼 나도 힘들었다.


어른이 된 나는 차라리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 나를 대지에 발 붙게 하는 이 지구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부모, 자식의 연으로 혹은 부부의 연으로 맺어진 갖가지 인연의 질긴 고단함과
어쩌면 수천 번 이어졌을지도 모를 윤회의 혹독한 지루함을 끝내고,
온 우주의 그 어떠한 영향으로부터 한 점 거칠 것이 없도록
내 모든 존재 양식의 말소를 희망한다.”

나는 그랬다.


어느 날 금강경 해설서에서 나는 엄마의 바람과 같은 문장을 보았다.

'육신이 없으니 아무런 욕망이 없고, 욕망이 없으니 아무런 고통이 없는, 형체가 없는 존재', 약무색(若無色)에 관하여 석가가 설하신 부분이다.


엄마가 살아생전 하시던 말.

‘다 필요 없고 그냥 훨훨 구름처럼 다니고 싶다. 바람처럼 이곳저곳’


나는 어릴 적 목회자의 꿈을 가졌던 기독교인(지금 나는 굳이 정의하자면 종교인이 되었다)이었지만 어머니는 외할머니를 이어 세습무가 될 뻔한 기구한 팔자셨다.

그래서 불교신자로 평생을 사셨다.


어쩌면, 엄마는 알고 계셨으리라.

이번 생에 나와 내 아버지라는 무거운 업을 진채로는 단박에 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열반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그리하여 기어이 한 생을 다시 살아야만 한다면, 바람이거나 구름이 되어 아무런 인연 맺지 않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나는 엄마가 지금쯤은 어느 먼 곳, 사람 사는 곳 어딘가에서 사랑받는 아이로 태어나셨길 바란다.

하지만, 엄마를 모신 서생면 앞바다의 거친 파도를 볼 때면 그 파도 위 거침없는 바람이 엄마인가 싶기도 하다.


"본문의 이미지는 작가의 기억을 바탕으로 AI와 협업하여 시각화한 기록입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6화여전히 나는 귀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