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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ofs Oct 19. 2024

[장편소설] 붉은 눈 2부 -9-

‘신원은 확인했어?’ 3일 전 김포대교 밑에서 사체가 하나 떠올랐다

* 강석철은 한동안 정신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먼저 정신을 차린 일행 한 명이 석철을 깨웠다.    


형님 괜찮소? 일어나 보시오. 석철을 흔들어 깨운 그는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포탄소리는 잦아들었고 새벽이 된 듯 멀리 동쪽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 남조선 하고 전쟁이 벌어졌나?

그런 것 같지는 않소. 남조선과 전쟁이 났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는 않겠지.

손 전화 확인해 봐. 무슨 일인지.

아무것도 없소. 개성사령관 김병철부대 하고 평양세력 하고 한번 싸웠다고 하지 않았나? 또 국지전이 벌어진 것 같소. 석철은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았다. 국도변 산길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이쪽으로 쏘려는 포탄이 아니었던듯해. 뭔가 하나가 잘못 떨어진 것 같아.

석철은 온몸에 타박상을 입은 듯 몸이 저렸다. 차의 뒷문 지퍼를 열고 밖으로 나오자 차는 도량에 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운전자를 살펴보니 숨이 끊어진 뒤였다.    


아무래도 죽은 듯싶소. 이제 어떡해야 하오.

일단 개성시내로 이동해서 상황을 파악해 보자. 여기서 그리 멀지는 않을 거야. 도로로 가면 위험할 수 있으니 일단 산길로 가야 할 거다.

 이들은 도로 옆 산길을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녘이 지나고 먼 동이 터오고 있었다. 호수가 보였다. 아침햇빛에 호수의 물살이 반짝였다. 개성 초입에 호수가 있으니 그 근방이라고 석철은 생각했다. 이곳에 포격이 이뤄진 것도 개풍군 일대까지를 김병철이 장악하고 개성에 임시정부를 수립하려 한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평양세력 간의 싸움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인지. 개성의 김병철 사령관을 다시 제압하려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포격이 이뤄졌다는 것은 개성을 점령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최대한 조심히 산길을 걷고 또 걸었다. 개성입구에 다다르게 되면 검문이 이뤄질 것이다. 통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성은 장마당과 건설경기가 활성화 돼 있으니 일단 일을 하며 버틸 생각이었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곧 데려올 방법이 있을 것이다. 개성입구 초입에서 예상대로 무장한 군인이 검문을 실시하고 있었다. 근처 버려진 참호에서 잠을 청하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극심한 허기와 갈증이 몰려왔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잠을 청했다. 다행스럽게 날씨가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자 사방은 어두위지기 시작했다.


 곧 가야 해.

  석철은 다른 인원들을 다독였다. 호수를 따라 내려가면 성균관을 거처 개성시내로 닿을 거야. 그쪽으로 이동하자. 이들은 낮에 봐둔 길을 따라 호수방향으로 이동했다. 호숫가로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달빛에 수면에 비쳐 어느 정도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들은 조심히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멀리 희뿌연 불빛이 보였다. 개성시내였다.   

잠깐.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들 앞에 철조망이 길을 막고 있었다. 아무래도 보안을 위해 만들어진 장비 같았다.

아마 건드리면 소리가 나거나 초소에 상황이 알려질 거요. 촘촘한 철조망이라 틈으로 빠져나가거나 위로 넘어가기가 힘들어 보였다. 마땅한 지지대도 보이지 않았다.

여길 넘으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거기서 검문이 있을 거고 그럼 다 왔소. 종종 개성을 방문했다고 했던 한 명이 말을 꺼냈다.

아래쪽을 파고 넘어갑시다. 이들은 굵은 나뭇가지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이들은 번갈아 가면서 아래쪽을 파내려 갔다. 처음은 힘들었지만 젖은 땅이 나오고 몸을 통과시킬 틈은 만들어졌다. 이들은 철망을 낮은 포복으로 넘었다. 반대쪽에서 흙을 덮고 재빨리 이동했다. 1km 정도 지나자 앞에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검문소가 있었다. 석철은 망을 보러 이동했고 나머지는 몸을 낮춰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무기를 든 인민군 두 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고 한 명이 검문소에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할까. 다 제껴 버리고 들어가는 것이. 한 번에 덮치면 모두 제압할 수 있을 거요.

아냐, 그럼 시끄러워진다. 우리는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해. 그래야 우리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 거다. 다들 석철의 말에 동의했다. 이제 곧 동이 틀 것이다.

서둘러야 하오. 이제 더 이상 버틸 체력이 없으니. 누군가 말을 꺼냈다. 이들은 작전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보급차량이나 교대 근무를 위한 차량이 들어올 수 있소. 아니면 뭐 다른 차량이라도 있을 테고 여기가 외진 곳이라 보통 하루에 한 번 아침 일찍 교대를 하게 될 거란 말이요. 그럼 그걸 기다렸다가 차를 빼앗아 타고 안으로 들어갑시다. 꼭 그들을 죽일 필요는 없으니.


이들은 모두 검문소 근처의 양 방향에 두 개 조로 나눠 매목을 시작했다. 주변에 큰 나무를 길가에 엎어 놓고 차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일단 두 곳 중 한 곳은 들어올것이가. 상황이 해결되면 손전화로 연락을 하기로 했다. 석철과 일행은 영통사에서 들어오는 길에 매복을 했다. 검문소와 1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길 한가운데 통나무를 놓고 차량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고 지쳐가기 시작할 때 멀리서 웅웅 거리는 엔진 소리가 들렸다. 동료가 신호를 보냈다. 풀숲에 숨어 탑승인원을 확인해야 했다.  나무의 무게는 혼자서 옮기기 어려운 정도라 반드시 두 명이상이 차에서 내릴 것이다 인원을 확인하고 한 명씩 맡아 제압하기로 했다. 그때 멀리서 군용 지프 하나가 오고 있었다. 나무 앞에 차를 세우고 투덜거리더니 운전자가 문에서 내렸다. 혼자 끙끙거리고 있으니 한 명이 더 내렸고 석철 일행은 몽둥이로 이들을 기습했다.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이들은 나가떨어졌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 이들의 옷으로 갈아입고 손과 발을 묶고 재갈을 물려 풀숲 나무에 묶어 놓았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했다. 석철은 손전화로 다른 동료 세명을 불렀다. 두 명은시트 밑에 최대한 엎드려 외부의 시선을 피했다. 이들은 천천히 속도를 높였다. 석철은 조마조마했지만 검문소는 차량을 확인한 후 문을 열었고 이들은 개성 시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사선은 넘었다. 시내 입구에서 차를  수풀에 버리고 성균관 앞까지 걸어서 도착했다


모두들 고생했소. 그래도 무사히 여기까지 왔군 기래. 석철이 말을 꺼냈다.

이제 어떡할까? 숙소를 한번 알아보고 좀 쉬고 다음을 기약해 봐야겠지.

아니, 이제 여기서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 함께 몰려다니면 아무래도 위험하니. 석철이 말을 꺼냈다. 다들 수고들 했고 조만간 다시 보자고. 함께 들, 손전화가 있으니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하고. 모두 석철의 의견에 따랐다.

형님,

군에서부터 같이 있던 동식이 석철을 보고 말을 꺼냈다저는 형님과 같이 하겠소. 형님 아니었으면 부대에서 일 치렀을 겁니다. 석철은 망설이다가 그렇게 하자고 대답했다. 이들은 큰길에서 각자 자신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개성은 이제 이들에게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였다.


16

‘신원은 확인했어?’ 3일 전 김포대교 밑에서 시신이 하나 떠올랐다. 이른 아침 주변을 산책하던 주민이 다리 밑에 무엇인가가 사람 같은 것이 보인다는 신고를 했다. 관할 담당 경찰관이 샤워를 하러 간 사이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당직형사는 부스스한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아이 씨발 씻고 눈을 좀 붙이려 했는데 또 뭐야. 근래에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보였던 노숙인의 사체 몇 구가 한강에서 발견되었고 이틀 뒤 사체 하나가 더 나온 것이다. 당시 발견된 또 다른 사체는 심하게 훼손돼 있어서 직접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는 사체를 국과수로 보내고 그 일을 잊고 있었다. 신원이 확인된 것은 며칠 후였다.  아침회의에서 강력 팀장은 훼손된 사체가 김판수라고 했다. 거물급 마약공급책이기에 사건은 그를 좇고 있던 인천서부광수대에 배당됐다.


김판수 하. 이거 미치겠네. 그놈이 이제야 나타나서 시체로 발견됐다고? 그렇게 죽었어? 다들 허탈해했다. 광수대 강력 1반은 일 년 넘게 꾸준히 마약왕이라고 불리는 김판수를 추적하고 있었다. 조무래기 몇 명을 잡아 조직에 가까이 왔다고 이들은 생각했다. 막내 격인 수원도 김판수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허, 이거 정말 미칠 노릇이구만. 입이 거친 박민호 경사도 가만있지 않았다.

 조직끼리 뭐가 있었나? 조만간 연쇄 칼부림 나는 것 아닌가 모르겠어.  집에는 다 갔어. 와이프가 또 한 지랄하겠구먼. 아이고 내 팔자야.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다. 김판수는 포위망을 뚫고 귀신같이 사라지기도 했고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되기도 했다. 사건을 계기로 곧 수사팀 확대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도 냄새를 맡았는지 몇몇의 기자들이 인천 서부 광수대를 들락거렸다. 수원은 다른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김판수와 관련된 정보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김판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사건기록에서 보았던 이름을 생각해 보았다. 김판수는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되는 인물이었다. 수원은 경찰에  들어온 후 김판수에 대한 기록과 사건내용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였다. 그는 종종 아버지의 영정사진 속 웃는 모습을 떠올렸다. 수원은 그의 원래 자리를 찾아 주고 싶었다. 수원은 시간이 날 때마다 아버지와 관련된 모든 기록들을 파헤치는 중이었다. 마약반과 관련된 자료를 비롯해 당시 팀원들과의 관계 팀장의 업무 기록과 지시 등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은 계속 발견됐다.


수원은 김판수와 김성호를 주목하고 있었다. 김성호는 김판수와 함께 조직을 운영하는 인물이었다. 김판수 같은 거물이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은  조직에 큰 변화가 일어난 신호다. 내부적으로  이권을 두고 다툼이 발생했거나 새로운 조직과의 전쟁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가 사망한 사건을 생각했다. 공급책의 우두머리는 잡지 못하고 이상하게 종결됐다.  하지만 관계자 모두 승진하고 자신의 아버지만 비리경찰로 내몰린 상황. 수원은 이 사건의 핵심에 윗선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 사건을 지휘했던 오정훈이 의심스러웠다. 그는 지금 본청의 경무관이 돼 있었다. 수원은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광수대에 들어가기 위해 개인생활을 거의 포기하듯 했다.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배치받은 부천서에서 3년 동안 강력사건과 마약사건을 담당했다. 힘들어도 참고 버텨나갔다. 수원은 끈질기게 수사해 여러 성과를 냈다. 이후 광수대에 발탁됐다.  아버지의 근무 기록과 당시 동료들에 대한 내용을 모아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수원이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감찰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수원은 아버지에 대한 감찰이 이뤄지고 있었고  당시 팀장은 아버지가 조직에 포섭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외부에서 온 김주영 경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증거품의 행방에 의문이 있다는 기록도 있었다. 수원은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스탠드의 불을 켜고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았다. 간단하게 씻고 방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관련된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훑어보았다.


 김판수의 죽음이 사건해결을 더 어렵도록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닌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 거실의 화이트보드에는  사건과 관련돼 보이는 팀장과 팀원 그리고 김판수와 김성호 및 조직의 인물들이 붙어 있었다. 자료가 생길 때마다 그곳에 붙여두고 수사 상황도를 만들었다. 수원은 이 모든 것들의 연관성을 찾아보고 싶었다. 네임펜으로 김판수의 얼굴에 엑스자를 그었다. 인물 간의 관계도를 수없이 그렸고 이들의 접점을 파악하려 했다. 이들의 행적을 좇는 것도 당연했다. 특히 오정훈과 관련된 사건에서 동시에 등장하는 경찰 내 인물 그리고 수사팀의 기록과 행적을 파악하고 조사한 내용을 추가했다. 수없이 사건기록을 검토하다 잠들기를 반복한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김판수가 죽었다면 사건은 뭔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 것일 수도 있다. 출근 뒤 수원은 밤사이에 있던 사건을 확인했다. 반장은 기획수사 진척상황에 대해 물어 수원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실적을 내지 못하면 반은 해체된다. 경력에도 좋지 않다. 수원은 어쩔 수 없이 대충 둘러대고  자리에 앉아 반장이 지시한 월간 지역구별 범죄 통계를 작성하고 있었다. 반장의 입을 좀 막아 놓을 생각이었다. 수원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함정수사를 해서 조무래기라도 잡아와야 할 판이었다. 출입문 쪽을 보니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연희였다. 연희는 수원과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경찰 일부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오랜만. 연희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숄더백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수원 옆으로 가서 그를 쳐다보았다.

야, 이게 누구야. 얼굴도 잊어버리겠네요. 요새는 방송에도 안 나오던데. 김연희 기자 무슨 사고 쳤나?

수원아 아무래도 너 업무강도가 점점 심해지는구나. 누나한테 헛소리를 하는 거 보니 사고는 무슨.

연희 누나 나 좀 봅시다. 나가서 얘기하자. 둘은 근처의 벤치로 향했다.    

얼굴 좀 보고 살자. 정엽이 형 하고는 요새 어때요? 잘 지내고 있어?

그 새끼 얼굴 본 지도 오래됐어. 수원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커피를 마시는 척했다.

그 예쁜 얼굴에서 말이 어찌 그리 거칠까? 그 바닥은 원래 그런가? 암튼 그건 그렇고 날 만나러 온 것은 아닐 테고. 다시 경찰 출입하러 온 거야? 좌천된 건가. 강등된 거야? 기자도 강등이 있나?

야, 그런 거 없어.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빨리 들어가서 일이나 해. 이게 어디서 누나를 놀려. 수원은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대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그동안 흘려준 정보가 얼만데.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아도 돼?  나로 인해 이달의 기자 상도 탔으면서.

아 됐고. 뭣 좀 하나 확인하려 왔어. 김판수 죽은 거 아냐?

참 소식도 빠르네. 그건 또 어디서 듣고 왔대.

확실하게 말해. 어물쩍거리지 말고.     

대충 얘기 돌았을 거 아냐.

진작 잡아 처넣었으면 안 죽었을 거고. 알아낼게 많았을 텐데. 하는 일이 참. 수원은 김판수 죽음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김연희 기자.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냐. 이 새끼는 오 년 전에도 이미 한번 잡혔잖아. 그런데 증거를 남기지 않아. 카르텔의 구성원일수도 있을 거라고.    

이 좁아터진 나라에서 뭔 카르텔이야. 너는 윗선이 연결돼 있다고 보는 거야? 연희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아니면 몇 번이나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뭔가 그만의 루트가 있는 거지. 그게 무엇인지 아직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그걸 과연 캐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약이 퍼져서 돌고 있는데 검역은 왜 이렇게 허술하며 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은 이다지도 많은지. 다른 목소리는 묻히고 있고. 누나도 이미 알고 있을 거 아냐. 보도는 제대로 할 수 있어? 난 그게 안 될 거라고 보는데. 연희는 수원의 얘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팀장은 뭐라고 해? 연희는 휴대폰을 만지며 물었다.

아, 녹음 좀 하지 마. 나 곤란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지. 지난번처럼 나한테 얘기 들어오기만 해 봐.

아냐, 녹음 안 해. 뭔가 하나 물어야 해서 지금 너한테 확인하러 온 거야. 나 지금 취재에서 쫓겨날 판이다.  

뭐? 어쩌다 그렇게. 안봐도 훤해. 보나마나 또 들이받았겠지. 그 승질 어디 가겠어.    

아. 시끄러워 그 얘긴 그만하고 수사는 어떻게 될 것 같아.

그 조직원들부터 조져봐야지. 수사팀이 확대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보도 나가기 시작하면.

정엽이 형은?

아 그 새끼를 왜 나한테 찾냐고 연희는 목소리를 높였다. 개성파견도 나한테 얘기 안 했어. 갔다 와서 아직 연락 없고.  

그만 싸우고 이제 좀 화해해. 암튼 내가 자리 좀 마련해 볼게 예전처럼 한번 보고 얘기 좀 해. 정엽 형한테 만나서 물어볼 것도 있고 확인할 것도 있으니까. 그때 같이 한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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