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oofs Oct 20. 2024

[장편소설] 붉은 눈 2부 -10-

실험은 어떻게 진행합니까. 인체 실험이니 아무래도 조심스럽습니다만

*

 마르크는 실험 설비를 최종 점검하고 관리하느라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일은 끊임없이 늘어났다. 주말에 한 번씩은 서울에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처리해야 할 일정이 며칠씩 지체되기도 했다. 이들은 기획안과 설험설비에 대한 관리 일정에 대한 보고서까지 요구했다. 아무리 한국어에 능통해도 이런 작업은 그에게 번거롭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연구장비 세팅과 설비 등에 대한 체크 일정을 대충 마무리 한 뒤 마르크는 잠시 서울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삭막한 개성 공단에서 몇 주를 보내자 피곤함과 고립감이 들었다. 주말에는 버스 편이 자주 있지 않아 금요일에 월경하는 것이 편했다. 버스는 통일로를 따라 한 시간여를 달렸고 일산을 지나  강변북로로 진입했다. 날씨는 조금씩 더워지고 있었다. 5월 초였지만 햇살은 따가웠다. 시청에 도착하자 이른 반소매 차림의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광장 뒤편에는 중독자와 노숙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몸을 흐느적 거리는 사람들 태극기를 들고 확성기로 종교를 강요하는 사람들 숫자가 늘어난듯 했다. 날씨가 풀리면 더 많은 중독자들이 모일 것이다.  누군가는 애써 그것들이 드러나는 것을 막는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그것은 변화가 없다. 본질은 놔두고 지엽적인 것을 처내는 것이 권력의 습성이다. 택시를 타고 마르크는 소월길로 향했다. 김전호실장과는 약속이 잡혀 있었다. 회전문을 지나 금속 탐지기를 지나고 경호원이 몸을 수색했다. 마르크는 곧장 4층으로 올라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마르크 박사님 어서 오시죠. 김전호는 큰 소리로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저희의 지원은 잘 받아 보셨는지요. 공단도 이제 나름 구색을 갖춰 갑니다.  

네, 대부분의 설비작업은 마무리가  끝났고 곧 동물실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숙소는 괜찮더군요.

하하, 모두 박사님께서 요구하신 최상의 제품들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저희는 최선을 다해 지원해 드릴 생각입니다. 성과만 보여주신다면야. 뭔들 더 못해 드리겠습니까?

앞으로 김수필 대표와 잘 상의를 해 보시면 될 겁니다. 실험과 관련된 자료는 즉각 전송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십시오. 저희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할 것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마르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말씀하십시오.

실험에 펜타닐과 마약성분은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펜타닐 합성도 순수 성분 결정체가 필요한 것 뿐이죠. 그 성분들이야 쉽게 구할 수 있고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합성할 수 있기는 합니다. 추가된 장비들은 대규모로 마약을 생산할 수 있는 장비들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는 뭔가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박사님. 저희 계약 내용 중에 비밀유지 엄수가 있습니다. 저희와 한 이 계약은 극비 사항입니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셔야 할 것이라는 거죠.  박사님은 파견 업체와 계약을 하셨지만 국가기관과 관련된 일을 하시게 되는 겁니다. 펜타닐과 각종 약물은 미래 수요에 대한 대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수요라뇨? 이정도의 약물이 대량으로 유통될 곳이 있다는 말입니까? 대체 무엇 때문에요.  

하하. 비밀유지에 대한 부분을 말씀 드렸는데 납득이 돼야 하니 다시 말씀을 드리죠. 일단 저희는 특별 팀을 운영합니다. 박사님의 연구가 진척되고 의식 스캔과 관련된 부분에 성과가 나온다면 더없이 좋을 겁니다.  MK울트라 프로젝트에 대해서 말씀 드린 적이 있을 겁니다. 저희도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수부대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박사님의 연구가 진척된다면 저희도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겠죠. 그 과정에서 약 성분이 필요한 것뿐입니다. 사전준비 작업이죠. 아, 그리고 곧 보험체계의 개편이 있을 것입니다. 진통제 처방이 제도적으로 좀 더 완화될 겁니다. 펜타닐 패치와 그 이외의 진통성분 약품 제조에 필요한 설비를 늘이는 것이 특별한 문제가 될까요? 수요에 맞춰 준비를 해야 하고 설비투자가 이뤄져야겠죠. 그 뿐입니다.


음. 그렇군요. 진통제 처방 완화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됐는데 한국도 이러한 정책을 도입할 생각입니까?    

총통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더 손쉽고 효율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대한민국의 정책은 좀 더 국민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이제 궁금한 부분이 좀 풀리셨나요? 하하. 마르크는 김전호의 웃음이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박사님께서는 이제 준비가 다 되셨으니 연구에 매진하시고 더불어 필요한 생산물량도 신경 써 주십시오.

아. 실험은 어떻게 진행합니까. 인체 실험이 예정되 있으니 아무래도 조심스럽습니다만. 마르크가 물었다. 김전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박사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실험에 대한 제한을 가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곳은 개성공단이지 않습니까? 완벽한 실험데이터가 나온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죠. 의식 스캔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저희는 일부 가능성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가십시오. 저는 바로 일정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전에 한 말씀 중에 일정한 성과를 내려다 실패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거죠?

음... 그는 잠시 고민하는듯했다. 생각을 정리했는지 말을 꺼냈다.

오래전에 저희가 프로젝트를 하나 더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박사님과 관계가 있는 분이기는 했죠. 김경섭 교수라고 그분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죠? 논문교류도 하셨을 것이고. 마르크는 김전호가 연희의 아버지 얘기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저희가 알기로는 김경섭 교수의 연구에 마르크 박사님의 아이디어가 일정 부분 활용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연구준비를 앞두고 김경섭 교수는 저희와 의견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생겨서 그만 운명을 달리하셨죠. 한동안 저희도 연구를 진행시키지 못했고 포기할까 하다가 마르크 박사님을 생각해 본 것 입니다. 마르크는 혹시 김경섭 교수가 화재로 돌아가신 것에 책임이 있는가라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마르크는 대략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김경섭 교수가 안보실과 일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마르크는 일단 건물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마르크는 자신의 선택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김전호는 뭔가 비밀스러운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혹시 스스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위험한 일들이 그곳에서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아직 확실한 것이 없다. 조만간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서울 시내를 걸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린내 비슷한 악취가 골목길에서 풍겼다. 도심은 분주했다. 다만 그곳은 뭔가 영혼이 없는 듯 한 느낌이었다. 김전호라는 인물도 역시 그런 인상을 풍겼다.




 석철과 동식은 함께 움직였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쉴 곳과 일을 찾는 것이었다. 함흥에서 번 돈은 곧 모두 사라졌다. 개성은 그들이 아는 것과 전혀 다르게 변모하고 있었다. 시내로 내려와 이들은 조심스레 거리를 살폈다. 김병철이 개성 사령관으로 부임하고 몇 년이 지난 상태였다. 김정일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함경북도 지역에서 군사반란이 일어났다. 김정일은 이미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라는 소문도 있었다. 김병철을 따르는 세력들은 어느새 크게 늘어나 있었다. 김병철은 빨치산 1세대로 백두혈통은 아니지만 그의 아버지는 김일성과 혁명대업을 같이 한 2인자와 같았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로 김병철은 군 내에서 평판이 좋았고 나름 차기 인민무력 대장이나 총참모장이 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많았다. 한 때는 북한의 전술 핵과 기밀무기 운영과 관련된 핵심역할을 하기도 한 인물이었다. 석철이 군에 있을 때 김병철은 군단 사령관이었다. 자신의 부대를 방문했을 때 먼 발치에서 그를 보기도 했다. 평양 군부의 핵심세력이었던 그가 무엇 때문에 개성으로 좌천 돼  이곳으로 내려온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권력쟁탈전이었을까. 뭔가 숙청에 이를 정도의 죄를 저질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강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석철과 동식은 개성시내를 돌아보았다. 공단 중심으로 커다란 장마당이 있었고 둘은 온갖 종류의 상품과 사람들의 활기로 뭔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전까지 전혀 볼 수도 없었던 여러 물품들이 가득했고 상품들은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근처에서 그들은 간단하게 국수와 열무김치로 끼니를 해결했다.


형님 저들은 다 누구요? 저 많은 인원들이 대체 어디서 온 거 같소? 공단 근처에는 수많은 인파들로 넘쳐났다.

 근처 공단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여기가 이렇게 변해 버리다니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인다. 김병철 사령관이 여기 권력을 틀어줬을 거고 다 그의 수중에 들어갔을 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남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일자리를 좀 알아봐야겠소. 여기 공사장에서 일을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낫지 않겠소.

그게 나을 거다.  어머니와 동생을 찾아서 데려올 수 있으면 좋겠지.

공민증이라도 있어야 일을 할 것 아니겠소. 일단 오늘은 주변 근처를 한번 돌아보고 방법을 찾아봐야겠소.

사회 안전성이나 보위부에 우리가 등록돼 있을 텐데.  개성은 김병철이 장악했으니 우리한테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어딜 가나 틈은 있는 법이요. 안되면 만들어야지. 내가 알아볼 곳이 있으니 일단 그리로 가서 방법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친척이 이 근처에 살고 있소. 오래전 아버지의 도움을 얻어서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그럭저럭 살고 있소. 어릴 적 나를 꾀 귀여워 해줬소.

위험하지 않갔어? 어떻게 변했을지도 모르는 판에.  신고라도 하면.

그럴 사람은 아니오. 일단 역 쪽으로 움직입시다. 공단 시장을 벗어나 둘은 잰 걸음으로 개성시내 쪽으로 향했다. 햇살은 따가웠다. 봄은 금방 와서 꽃들은 대부분 사라져 버렸고 수목에서 파란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남아있는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려 그들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살아 있으니 이런 광경도 보는군요. 동식이 말했다. 흩날리는 꽃잎을 이들은 잠시 바라보았다. 쫓기던 심리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둘은 묵묵히 길을 걸어 개성 초입의 교차로에 도달했다. 밤까지 기다려 동식의 사촌을 만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개성역 근처의 주택가는 저녁때가 되자 굴뚝에서 회색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밥을 짓는 모양이었다. 둘은 동네가 한눈에 보이는 작은 언덕의 나무벤치에 앉아 퇴근하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사위가 어둑해지고 퇴근시간이 되자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동식은 이곳이 사촌아저씨의 집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릴 적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시 이사를 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동식은 앗 소리를 냈다. 오래전 잊어버렸던 무엇인가가 갑자기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석철에게 기다리라고 한 뒤 동식은 뛰어갔다.


아저씨. 그는 속삭이듯 간절하게 그를 불렀다. 잠시 후 정민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민호 아저씨. 한동안 그는 도깨비에 홀린 듯이 멍하게 그를 처다 보았다.

아니. 동식이 아이가. 정민호는 그제 서야 동식을 알아보았다.

오랜만이에요.

네가 여기에 갑자기 어케 된 기야?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 감시자가 있는지 사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어요. 내가 봤소. 그는 석철에게 손짓을 했다. 저 멀리서 석철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괜찮아요. 저하고 같이 온 사람이에요. 안심하셔도 되오, 세 사람은 민호의 집으로 향했다. 민호는 갈아입을 옷과 함께 저녁을 내왔다. 민호의 와이프는 동식을 보고 반가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반찬이라고 해봐야 절인야채와 김치 그리고 된장국과 무조림이 전부였지만 이들이 이런 대접을 받은 것은 오랜만이라 허겁지겁 먹기에 바빴다. 상을 물리자 민호가 말을 꺼냈다. 고등중학교 시절이니 십 오년은 넘은 시간이 흘렀다. 동식의 아버지도 그때 돌아가셨고 그로 인해 정민호는 친척이 있는 개성으로 이주하게 됐고 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었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간. 동식이 말을 꺼냈다.

형님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는 여기 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거지. 그래도 모아 놓은 게 좀 있어서 그럭저럭 버터 나갔다. 나도 안 사람도 형님한테는 항상 고마웠지. 동식이 너는 어케 지났나? 형수님은 잘 계시고? 군대에 갔다는 얘기는 들었다. 동식은 그간에 있었던 일을 하나씩 얘기했고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정민호는 묵묵히 얘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게 여기까지 용케 왔구나. 그래 어케 할 생각이냐?

당분간은 개성에 머물며 공사장 일거리를 찾아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모셔야겠죠. 공민증이 필요합니다. 방법이 있겠시오? 정민호는 한참을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하다만 돈이 필요할거야. 필요하다면  말을 해 두마. 며칠 걸릴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일단 오늘은 저 방에서 묵고 내일 새벽에 나가면 될 거다. 석철이 말을 꺼냈다.


개성은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일단 자세한 사정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소. 함흥에서 얘기를 듣고 이곳으로 오게 됐는데 확신은 못했지만 와보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은데.

동식이랑 같은 부대에 있었다고?

내 목숨을 구해준 분이요. 같이 이곳까지 오게 된 거고. 동식이 대답했다.

지금 개성은 온통 지뢰밭이야. 김병철이 사령관으로 부임한 이후로 여러 상황이 변했다. 지금은 김병철이 뒤에서 통치를 한다고 봐도 무방할 거야.

아무리 평양세력들이 권력다툼으로 제 역할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김병철을 그냥 나둡니까?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세력 상호간에 정리가 되고 김정은을 중심으로 다시 뭉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반기를 든 세력들이 다 숙청되고.


그 말은 맞아. 그런데 저들이 여기를 쉽게 밀고 들어오지 않고 주변만 맴도는 이유가 있갓지. 김병철은 김정일의 최측근이었어. 핵무기 개발의 핵심 세력이기도 했지. 김정일이 상태가 안 좋아지고 김정은과 김정철 파로 권력이 나눠 진기라. 그 과정에서 김병철도 반동으로 찍힌 거지. 그가 자본주의의 물을 먹었다고. 다만 그가 전술 핵의 일부를 빼돌렸을 수도 있고 생화학 무기를 탈취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어. 며칠 전 개성 외각 지역에 공격이 있었지. 포탄이 떨어지고. 경고 소리가 들렸고 경비가 삼엄 했을거야.

이쪽으로 건너올 때였소. 차가 방사포에 맞아 굴렀지. 거의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소. 남조선과 전쟁이 일어난 줄 알고 놀라기도 했고. 동식의 목소리가 떨렸다.

개성 중심지에는 포탄을 쏘지 않아. 어쨌든 불안한 상황이지만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게지. 김병철이가 개성의 사회 안전성과 보위부를 점령했고 보안원들도 그를 따르는 세력들이 다수가 되면서 반대파 들은 옷을 벗었지. 이들이 반격을 준비할 수도 있어.  이전 개성군의 일부도 그쪽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고. 조만간 이들 사이의 큰 내전이 발생할 지 모르지.. 평양은 이들을 물밑에서 지원할거고. 지난번 포격은 시작에 불과할기다.

그 와중에도 공단은 계속 확장되는군요. 석철은 민호를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김병철이가 그래도 왜 지지를 얻고 있는지 아나? 김병철은 인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서라도 해결하려고 하는 기야. 남조선 당국하고도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돈을 가지고 들어온다면 이권을 나눠 주겠다는 거이야. 이들의 돈으로 건물도 올라가고 있고 일할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아. 개성지역은 그래서 돈이 돌게 되는 게지. 아무리 반감이 있더라도 인민들은 그래서 그를 인정하고 있네. 그가 여기 있었던 기간도 어림잡아 10년이 넘었으니. 그를 따르는 세력도 늘어난 것이고. 그때도 그가 인민을 잘 보호했고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어.

 김병철 사령관이 대단하긴 하네. 석철이 혼잣말처럼 대답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몰라. 그게 문제지만 말야. 정민호는 말끝을 흐렸다. 석철과 동식은 일단 가지고 있는 돈을 내주고 며칠 후 공민증을 받기로 했다. 자리에 눕자마자 그동안의 피로가 그들의 몸을 덮쳐왔다. 그들은 바로 잠에 골아 떨어졌다.

이전 18화 [장편소설] 붉은 눈 2부 -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