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다 말렸다.
결혼한 지 1년여 만에 멀쩡한 회사 때려치우고 나온다는 나의 말에.
나는 당시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와 결혼을 위해 취업을 했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퇴사는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아무튼 나는 그 어렵다는 언행일치를 증명해냈다. 그리고 그해 봄, 나는 그토록 원하던 1인 기업이 되었다.
내 나이 30살이었다.
30살에 자발적 백수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후회가 된다.
1인 기업으로서 갖춰야 했던 사전 독립 준비, 철저한 타깃 설정 및 시장 분석, 여유 자금, 포트폴리오 등이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더 빨리 퇴사할걸. 이렇게 신나는데. 하루하루 마음대로 노는 게. 뽀로로가 왜 '노는 게 제일 좋아'라고 하는지 그때 알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6번째 봄을 맞이했다. 사실 맞이한 적은 없는데 꼬박꼬박 찾아왔다. 눈치 없이 매달 날아오는 아파트 관리비와 아들 유치원 원비처럼.
그러고 보니 6년 동안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해왔다. 스피치 강사, 세일즈 강사, 영업교육팀장, 한국표준협회 전문위원, EBS인성함양 지도강사, PPT 전문가, 취업컨설턴트, 직업상담사, 위트코치, 글쓰기컨설턴트, 설거지 등.
지금 돌이켜보니, 결국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이었다.
어떤 일은 대박이 나기도 하고, 어떤 일은 쪽박을 차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순간까지 왔다. 다른 건 몰라도 와이프한테 인정받았으면 됐다고 본다.
얼추 10가지가 넘는 일들을 해왔지만 모두 다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빡치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기엔 10가지 모든 일을 똑같이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도했던 모든 일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착각을 해서 결과가 달랐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같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데 성과가 각각 다르다는 건 미스터리다.
며칠 전 아들과 목욕하는데 아들이 갑자기 날린 물싸다귀에 오른쪽 귀가 막히면서 기가 막힌 깨달음을 얻었다. '아, 내가 뭘 특별히 잘해서 좋은 성과가 난 것도 아니고, 내가 뭘 특별히 잘못해서 실패한 것도 아닐 수 있다'라는 점이다.
귀에 들어간 물을 빼내기 위해 고개를 우측으로 57도 정도 기울여서 삐딱한 세상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랬더니 세상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하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열심히 빨래 개는 와이프, 요즘 열일하는 식기세척기 이모님(?)까지.
사실, 우리는 모두 1인 기업이다. 자영업자이며 결국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다만 각자 다른 모습으로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반대로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느낌도 함께 받는다. 누구나 똑같이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데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 좋은 결과를 얻는 건 아니다. 이것저것 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도전한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꾸준히 노력하는 1인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가 시간적·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 또한 아니다. 어제 주식 올랐다고 좋아하던 와이프가 오늘 쭉쭉 빠진다며 울고 있는 걸 보니. 빠지라는 뱃살은 안 빠지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고, 좌절하지 말길 바란다.
그저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지속했으면 좋겠다.
그때그때 결과에 상관없이.
자책하며 괴로워하지 말길.
좋지 않은 결과는 당신 탓이 아니다. 조상 탓이다.
꾸준하게 하다 보면 때론 억지로라도 꾸역꾸역하다 보면 그냥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가을 전어에 집 나갔다 돌아온 며느리처럼 보상이 찾아오게 된다. 매번 겨울이 지나고 찾아오는 봄처럼 반드시.
나에겐 글쓰기가 그랬다.
그냥 계속 쓰고, 고치기를 반복할 뿐이다. 모든 일이 그랬듯 늘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그동안 존재조차도 모르고 사라져버린 카드 마일리지가 한꺼번에 캐시백 되어 돌아온 느낌이다. 당신도 곧 당신만의 글쓰기(콘텐츠)를 만나게 될 거라 믿는다.
당신이 1인 기업이라면 혹은 1인 기업을 꿈꾸거나 준비하고 있다면 일단 뭐든 질러보길 바란다. 원래 먼저 지르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똥줄 탄다. 그리고 똥줄이 타봐야 안다.
뭐가 됐든 상관없다. 어차피 안될 땐 노력을 해도 망하고 노력을 안 해도 망한다. 초반에 운 좋게 성공하면 더 빨리 망한다. 그러니 넘어지고 실패하는 결과에 상관없이 이것저것 하면서도 꾸준하게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1인 기업이라면 어느 방면에서 어떤 식으로 대박의 행운이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신만의 콘텐츠는 찾는 게 아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짠'하고 찾아오는 것이다. 내게 글쓰기가 그랬듯.
대한민국 5천만 1인 기업에도 꽃 피는 봄이 오는 그날까지.
- 글쓰기컨설턴트 이용만.
2021년 봄, 나를 돌아 봄.
ps.
1인 기업 한다고 사표 던진 후 맞이한 6번째 봄은
코로나와 미세먼지, 황사로 얼룩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