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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틔우머 Feb 14. 2024

왜 마음을 끊어내지 못할까


* 사진 출처 : 세작, 매혹된 자들


끊어내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아무리 끊어내려 해도 결국 다시 돌아가는 무한루프처럼.

내려놓자. 그만하자. 수없이 설득해도 여전히 마음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드라마 속 인물처럼 누군가에게 물어본 적도 있었다.

"마음을 끊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답은 같았다. 

"마음 가는 대로, 끝까지 가봐."


사실 답은 알고 있었다.

그냥 두려웠을 뿐이다. 다시 상처받을까 봐.


생각해 보면 상처받을까 봐, 아플까 봐, 포기하거나 망설였던 것들은 마음 한편에 있다가 괜찮아질 때쯤 다시 존재를 드러내곤 했다. 그게 미련이든. 후회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겨울의 나무들을 생각한다.

잎이 하나도 없는 본연의 모습 그대로인 나무를.


같은 벚나무일지라도, 같은 계수나무일지라도 나무의 가지나 모양은 다르다. 그러나 봄, 여름, 가을일 때는 모른다. 그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꽃과 잎이 없는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그 나무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


겨울나무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불안이나 두려움 때문에 자기 방어적으로 잎을 덮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모습을 감추려 화려하고 예쁜 꽃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모습 그대로.


그러려면 지금의 나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두려우면 두려운 대로. 그 마음 온전히 느껴주면서 갈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끝이라고 생각할 때까지. 미련이 남지 않을 때까지.



'나는 불완전한 존재다.’라는 생각은 필연적인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일, 사랑, 인간관계 모든 면에서 그렇다. ‘나는 있는 그대로 완전한 존재’라고 인식한다면, 우리는 상처받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아니라 상처, 실패, 좌절, 절망 등 모든 부정적인 일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인간은 실패하고 상처 입고 아파할 자유가 없다면 진정으로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마음껏 살 수도 마음껏 사랑할 수도 있다.
- 타라브랙, <자기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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